[기업 재무제표와 공시를 활용한 기사작성 3] “기업 공시, 재무회계 지식과 결합해 공부하면 시너지”
작성일 2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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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헌 MTN 기업경제센터장 세 번째 강의…기업공시, 자금조달과 지배구조재편, M&A를 중심으로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 기회 잡도록 공부하라”
글 : 정미하 조선비즈 기자
김수헌 MTN 기업경제센터장은 회계 관련 베스트 셀러인 <하마터면 또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이것이 실전 회계다> 외에 <자본 시장의 문제적 사건들>, <기업 경영에 숨겨진 101가지 진실> 등 재무제표와 공시를 통해 알아본 기업의 경영 이면을 살펴본 책의 저자로 유명하다. 김 센터장의 저서는 종합지와 경제지에서 사회 및 경제 분야 기자와 데스크를 거치며 기업의 국내외 거래를 둘러싼 뒷거래를 추적한 기사를 여러 건 작성, 기자협회 기자상을 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김 센터장은 ‘기업 재무제표와 공시를 활용한 기사작성’ 세 번째 강의이자 마지막 강의 초반 “기업 공시가 전혀 쉽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공부해야 한다”면서도 “개별 공시의 세부 내용을 기사로 전달하는데 너무 집착하지 말라. 대신 공시의 이면이나 뒷면, 좀 더 큰 그림을 보면서 구조적으로 분석하려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편적 지식을 쌓아서는 안 되고 다방면으로 공부해야 한다”며 “그래야 공시를 보고 머릿속에 입체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능력도 생긴다”고 말했다.
◆ ‘대손’ 한 마디에 금호 특종…”재무제표·공시를 알아야 하는 이유”
김 센터장은 기업 공시를 활용해 특종을 한 경험을 풀어냈다. 김 센터장은 ‘비컨(BEACON)’이라는 해외 투자회사가 금호타이어 주식 750만 주를 시세의 약 두 배 가격에 인수할 수 있었던 내막 취재를 이끌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속으로 이어졌던 SK그룹과 JP모건의 이면거래를 보도했다.
금호타이어와 비컨 관련 보도는 궁금증과 지속적인 관심, 제보의 합작품이었다. 이를 설명하려면 우선 금호타이어가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던 2008년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금호는 2006년 대우건설 지분 72%를 6조4000억 원에 인수한다. 인수금 중 2조9000억 원은 금호 계열사가 조달했지만, 3조5000억 원은 금융회사와 사모펀드 등으로 구성된 재무적투자자(FI)의 도움을 받았다. 이때 금호는 FI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에 대해 2009년 말 주당 3만4000원에 금호 측에 되팔 수 있는 권리, 풋옵션을 부여했다. 당시 대우건설 주가가 1만5000원대였으니 120%가 넘는 프리미엄을 붙인 것이었다. 그런데 경제 상황은 금호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경기 침체로 인해 대우건설 주가는 2만 원이 되지 않았다. FI의 풋옵션 행사 가능 시점이 다가오자, 시장에선 금호의 유동성 문제가 거론됐다.
여기다 금호는 또 하나의 복병과 마주한다. 금호타이어의 2대 주주였던 쿠퍼타이어가 주당 1만4500원에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한 것이다. 당시 금호 주식은 7000원대였기에 쿠퍼타이어의 풋옵션을 받아주는 순간 560억 원의 매입자금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7000원짜리 주식을 1만4500원에 사면서 따르는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때 비컨이라는 구세주가 등장한다. 비컨이 쿠퍼타이어가 가지고 있던 금호타이어 주식 750만 주를 주당 1만4500원에 매입하겠다고 한 것이다. 당시 비컨은 주식 매입 자금 전액(1억695만 달러)을 연 이자율 4%, 만기 63개월 조건으로 외부 차입했다고 공시했다. 김 센터장은 "당시 금호에 비컨이 누구냐고 물으면 '우리도 비컨이 누구인지 몰라요'라고 했다. '비컨이 자금 조달을 어떻게 했는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비컨이 금호타이어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결과라고 한다'라고 했다"며 의문이 많은 거래였음을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당시에는 취재가 잘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궁금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이 사안에 관심을 가졌고 기자들에게 취재를 독려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이후에 금호그룹이 무너졌고, 구조조정을 당해 금호에서 나온 임원들과도 접촉했다"며 "금호타이어 사장을 지낸 사람에게도 물었지만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났을 때, 김 센터장은 금호 관계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김 센터장은 해당 관계자를 만나 비컨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대손 처리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 센터장은 여기서 재무제표, 공시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손'이라는 말을 듣고 이를 기반으로 취재를 할 수 있으려면 재무제표 관련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손은 타인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물건을 팔아서 매출 채권이 생겼지만, 회수 가능성이 떨어지는 금액을 회계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대손'이라는 키워드를 얻은 김 센터장은 '비컨하고 뭘 대손 처리 한 건가. 비컨과 상거래를 한 건가, 돈거래를 했나' 생각했다고 한다. 이후 금호 공시, 사업 보고서, 분기 보고서, 반기 보고서, 특수 관계인을 다 살펴본 후에 단기 대여금 흐름을 포착했다. 2008년 1346억 원이었던 단기 대여금이 2009년 308억 원으로 줄어든 것. 여기다 2010년에는 단기 대여금이 5억 원으로 더 줄어든다. 김 센터장은 "채권단, 금융감독원 등도 취재해 퍼즐을 맞춰본 결과 돈을 빌려 간 사람이 갚아서 단기 대여금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금호타이어 홍콩 법인이 비컨에 1억695만 달러를 대여했는데, 이를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대손 처리를 한 것이라는 걸 알아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홍콩법인이 JP모건 홍콩법인에서 빌린 자금을 비컨에 다시 빌려준 돈으로 비컨이 금호타이어 주식을 사겠다고 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비컨이 금호타이어 지분을 사기 위해 차입한 돈이 금호타이어 자금이었다는 뜻이다.
김 센터장은 "어떤 공시를 보고 '이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네'하는 것이 있다면 오랜 기간 관심을 가지고 취재를 해라. 그러면 결정적인 제보도 얻게 된다"며 "무엇보다 대손이라는 재무회계 지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취재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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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헌 센터장이 주총 주주제안에서 나타나는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상법 개정, 행동주의와 기업 갈등의 새로운 변수…”주총 시즌 전에 공부해야”
김 센터장은 재무제표, 공시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상법 개정을 꼽았다. 상법 개정으로 기업 경영 기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펀드와 기업 간 갈등이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풀려나갈 수도 있다.
김 센터장은 자본시장연구원이 2023년 9월 내놓은 보고서에 담긴 행동주의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세 가지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행동주의가 성공하지 못할 이유로 대주주보다 지분이 열세이고, 다른 기관들의 지지가 부족하며, 이사가 주주 간 이 해상충에 대해 충실 의무를 다할 유인이 약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나 상법 개정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자산 2조 원 이상인 기업에는 집중투표제가 도입되고,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는 물론 주주까지 확대됐다. 김 센터장은 "일본 사례만 봐도 이사회 구성 변경, 경영구조 개편, 지배 구조 개선, 경영진 교체 등 근본적인 큰 변화를 요구하는 경우가 33.5%"라며 "한국도 이런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고 행동주의가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됐던 부분이 해소되고 있다. 여러분이 취재해서 기사를 쓸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달라진 환경을 살펴볼 수 있는 예로 태광과 트러스톤, 롯데그룹과 VIP 자산운용, 스톤브릿지·LS증권 컨소시엄과 머스크자산운용, 파마리서치와 머스크자산운용이 갈등하고 있는 상황을 들었다.
김 센터장은 "상법 3차 개정에서는 자사주 의무 소각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기업이 자사주 의무 소각을 피하기 위한 묘책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일반 주주나 기관 주주하고 여러 분쟁이 생길 소지가 있으니, 상법 개정 내용을 잘 숙지하라"고 말했다. 이어 "공부를 많이 해놓아야 주총 시즌에 기사를 정확하게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최근 인기 있는 기업 자금 조달 수단은 PRS…”회계 처리 단순하진 않아”
김 센터장은 세 번째 마지막 부분을 자금조달 공시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PRS(Price Return Swap, 주가수익스왑)는 '요즘 핫하고', TRS는 '지는 해'이며,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은 여전히 인기이고, RCPS는 가장 빈도가 높다고 정의했다.
PRS는 최근 기사에서 빈번하게 살펴볼 수 있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2019년 SK디스커버리가 증권사에 SK에코플랜트 997만 주를 매각하고 3000억 원(주당 3만500원)을 융통한 것이 PRS의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SK에코플랜트는 비상장사라 증권사 입장에선 필요한 주식이 아니다. 그런데 SK디스커버리가 "우리가 SK에코플랜트 주식을 팔아야 할 사정이 있어"라고 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사는 것이 PRS다.
김 센터장은 "증권사가 (주식을) 사고 싶어서 산 게 아니라 사 준 거다. 그러면서 PRS라고 하는 계약을 맺는다"며 "PRS 계약을 맺으면 증권사는 SK에코플랜트 주식을 팔 때 손실을 보면 SK디스커버리로부터 손실을 보전받는다. 증권사가 제3자에게 SK에코플랜트 주식을 팔면서 손해를 보면 SK디스커버리가 현금으로 다 메꿔줘야 한다. 그 대신 증권사는 SK디스커버리로부터 PRS 수수료라는 것을 받는다. 예를 들어 연 5%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SK에코플랜트가 배당하면 배당도 증권사가 가져간다. 증권사로선 배당도 받고, 주식에 대한 의결권도 행사할 수 있고, 5% 프리미엄까지 받는다"며 "반대로 SK에코플랜트와 SK디스커버리에도 좋은 점은 만약 증권사가 SK에코플랜트 지분을 3만500원보다 높은 가격에 처분해서 얻은 차액은 SK디스커버리에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증권사가 SK에코플랜드 지분을 처분해서 손실을 보면 SK디스커버리가 보전해 주고, 증권사가 주식 처분으로 이익을 보면 그 초과액만큼 SK디스커버리에 돌려줘야 하는 구조다. 대신 SK디스커버리는 증권사가 3000억 원을 들여 SK에코플랜트 주식을 사준 대가로 5%의 프리미엄 수수료를 준다. 일종의 이자 개념이다.
그런데 PRS를 둘러싼 최근의 회계 이슈는 '진성 매각이냐', 진짜로 주식을 판 것이냐 하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SK디스커버리가 SK에코플랜트 주식을 진짜로 판 거냐, 아니면 SK에코플랜트 주식을 증권사에 담보로 맡겨놓고 3000억 원을 5% 금리로 빌린 거냐, 본질이 뭐냐는 회계 이슈가 있다"며 "처분권, 의결권, 배당권이 모두 증권사에 넘어가는 구조의 PRS는 진성 매각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SK디스커버리가 SK에코플랜트 주식을 되사줘야 하는 강한 의무 약정이 PRS에 포함돼 있다면 주식 담보 대출 성격이 강하기에 SK디스커버리는 PRS를 차입금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증권사가 SK에코플랜트를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면 SK디스커버리를 받아줄 수밖에 없기에 이 경우도 진성 매각이 아닌 일종의 주식 담보 대출처럼 처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와 관련해 김 센터장은 "PRS 회계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보통 'PRS는 회계상으로 자본으로 처리되는데 차익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어떤 부채로 봐야 될 소지가 있고 회계기준원하고 금감원이 그래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많이 쓴다"며 "PRS는 자본이 되는 경우도 있고 자본이 아니라 단순히 자산을 팔고 그만큼 현금이 들어온, 자산의 증감으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PRS를 회계 처리할 때 자본이나 부채, 두 가지로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 “영구채, 만기 길다고 자본이 아니다…주의하고 공부하라”
자금 조달 방법의 하나인 TRS(Total Return Swap, 총수익스왑계약)은 PRS와 거의 유사하나, 부채(차입금)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김 센터장은 "TRS의 경우 증권사는 주식 처분권만 가지고 배당이나 의결권은 그냥 기업이 갖는 경우가 많다"며 "PRS처럼 완전한 소유권이 이전되는 형태가 아니기에 부채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영구채는 신종자본증권의 또 다른 말로 회계상으로 자본으로 처리된다. 만기는 보통 20~30년 사이다. 김 센터장은 여기서 주의할 점을 짚었다. 그는 "영구채 만기가 길어서 자본으로 처리한다는 기사가 종종 있다"며 "만기가 길어서 자본으로 처리되는 게 아니고 만기 때 발행 회사가 연장할 수 있고 연장 횟수가 무제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발행 회사가 무제한으로 만기를 연장할 수 있으니, 이론적으로 발행 회사에 원금 상환 의무가 없다. 그래서 자본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투자자는 발행 회사가 원금 상환 의무를 갖지 않는 영구채를 왜 인수할까. 김 센터장은 "조기 상환권을 발행 회사의 권리라고 볼 수도 있지만, 조기 상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자가 계속해서 올라간다"며 "조기 상환을 회피할 때 시장에서는 사실상의 디폴트로 간주한다. 그러니 영구채 발행 기업은 3년 또는 5년, 최초의 조기 상환 시점이 오면 조기 상환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실제로 영구채는 3~5년 만기의 회사채와 동일하다. 김 센터장은 "신용평가사들은 영구채로 조달한 자금 상당 부분은 차입금으로 간주하고 신용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강의를 마치는 끝까지 열심히 공부할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문의할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김 센터장은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 준비를 하고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으니 열심히 공부하라”며 강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