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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보도의 기술2]“시청할 결심”을 이끄는 영상 스토리텔링 문법 - 박성호 기자 두번째 강의

작성일 2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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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할 결심”을 이끄는 영상 스토리텔링 문법

강력한 소리 하나, 매력적인 첫 문장, 뉴스가 달라진다


글: 양훼영 YTN 기자


“야마는 알겠고, 첫 그림은 뭘로 할 건데?”

“인터뷰 멘트는 이거 말고 없어?”


선배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어느새 내 입에서도 나왔다. 몸에 밴 방송 기사 문법이었던 습관이, 단순히 시선을 끄는 첫 장면 그 이상이었음을 오늘 강의를 통해 다시 깨달았다. 도입이야말로 ‘시청할 결심’을 이끄는 영상 스토리텔링의 핵심이었다. 


방송기자연합회장이자 30년 동안 다양한 현장을 누벼온 박성호 기자는 “사람들은 아는 것보다 느낀 것을 더 오래 기억한다”며 영상 스토리텔링이 가진 힘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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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 회장(MBC 국장)이 영상 스토리텔링의 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면과 소리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완성”


박성호 기자는 “현장음이 없다면, 그건 죽은 영상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현장음은 리포트에 집중과 몰입을 더해준다.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소리가 메시지나 영상 자체를 강화하기도 한다. 강의 중 보여준 ‘부처님오신날 특집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별다른 내레이션, 인터뷰 없이 오로지 스님의 법고(예불할 때 치는 북) 소리만 가득했는데,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 모두가 숨죽여 집중할 만큼 소리가 가진 힘은 압도적이었다. 


그는 영상 스토리텔링에서 화면만큼이나 중요한 게 소리라면서 현장음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시청자를 현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음을 전달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우선 기계 돌아가는 소리 등 현장음을 살려 영상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리고 기자의 멘트 사이에 공간을 띄워 현장음을 넣는 것이다. 치매 환자들의 모임을 다뤘던 다큐멘터리에서 내레이션 대신 팬플루트 소리가 질문의 답을 대신했듯 때론 현장의 소리가 이야기 그 자체가 된다. 


배테랑 기자답게 박 기자는 “취재 현장에서 카메라로 담는 강렬한 장면을 포착하듯, 강렬한 소리를 기록하고 포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지만, 방송 기자라면 때론 말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좋은 영상을 고르듯, 좋은 소리를 골라두면 어떻게든 쓸 데가 있다.” 백 마디 말보다 단 하나의 현장음이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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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기자는 영상 스토리텔링의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주며 좋은 영상보도란 무엇인지 소개했다.> 


“녹취록만 보고 인터뷰 고르면 망한다”


지면과 달리 방송은 인터뷰 인용 방식이 다르다. 그는 “방송은 글로 적었을 때보다 소리로 들었을 때 좋은 인터뷰를 골라야 한다. 영상 확인 없이 녹취록만 보고 인터뷰를 고르면 망한다”고 강조했다. 취재원의 생각과 의견, 표정과 말투, 감정이 생생히 드러난 인터뷰가 좋다. 사운드바이트(인터뷰, 녹취 등)와 현장음은 영상 보도의 또 다른 언어이자,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상 스토리텔링의 포인트인 셈이다. 


기자는 비판자이자 시민의 대리인으로서 ‘돌직구’ 질문을 던져야 한다. 방송기자는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질문 자체도 하나의 사운드바이트가 될 수 있음을 염두하고 정제된 문장으로 질문할 줄 알아야 한다. 자연스러운 답변을 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모르는 척하거나 리액션으로 묻기도 한다. 박성호 기자는 “예리한 질문을 던지지 못하는 기자는 속기사에 지나지 않는다. 때론 화면 속에 기자가 적극적으로 등장해 질문하는 것 또한 고도의 영상 스토리텔링 기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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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기자가 영상 스토리텔링에서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시청할 결심을 이끄는 ‘도입’


영화나 다큐멘터리 같은 장편 영상에서는 프롤로그에 가장 큰 공력을 들인다.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놀라게 해 영상을 끝까지 보게 만든다. 2분 남짓한 방송 기사도 다르지 않다. 어떻게 ‘시청할 결심’을 주게 할 것인가. 박성호 기자는 워싱턴 특파원 시절 제작했던 본인의 코로나19 관련 리포트를 보여줬다. 확진자 숫자 대신 진짜 미국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첫 도입을 스탠드업으로 택했다. 그리곤 마트에서 직접 생필품을 사거나 통행금지 시간에 직접 운전하며 거리를 보여줬다. 그는 스스로 ‘도입에 진심인 사람’이라며 어떻게 하면 현장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줄 것인지를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뻔했다. 그가 같은 날 방송된 뉴스의 첫 문장만 모아서 쭉 읽어줬다. 발전보다는 퇴보에 가깝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서울의 한 마트’,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A씨’, ‘서울 서초동 대법원’ 등 이미 수없이 들어본 문장, 또는 정보가 없는 문장으로 대부분 리포트가 시작됐다. 박 기자는 “게으른 도입”이라고 지적하며 이를 두고 도입부를 낭비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영상 보도의 도입은 놀라게 하거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하는 등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면서 시청자가 좀 더 시간을 투자할 수 있도록 도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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