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교육

[비주얼 스토리텔링]강형원 기자, '역사가'로서의 기자에 주목하다

작성일 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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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를 만드는 사람들, '역사가'로서의 기자에 주목하다

- 퓰리처상 2회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비주얼 스토리텔링' 강의


글 : SBS Biz 류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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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원 기자가 언론의 본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를 기사로만 접하던 시대는 끝났다. 유명 유튜버가 굴지의 글로벌 IT회사 CEO를 직접 인터뷰해 본인 채널에 내보내고,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언론사 속보보다 빠른 현장 소식이 올라오기도 한다.


기성 매체의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 40년 넘게 언론인의 삶을 살아온 강형원 기자는 '트래디셔널 미디어(Traditional Media)'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강 기자는 LA타임스와 AP통신, 백악관 사진부, 로이터통신 등을 거치며 지난 1993년 LA 4·29 폭동, 1999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스캔들 보도 사진으로 한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두 번 받았다.


강 기자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비주얼 스토리텔링: 사례를 통해 이해하기'라는 강의를 통해 후배 언론인들에게 "프로페셔널(professional) 저널리즘이 더욱 필요한 시대가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구별하는 게 더욱 어려운 시대, 무엇이 진실인지 검열하는 언론인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 기자는 '역사의 초안'을 만든다 


특히 기자는 현재를 기록하는 '역사가'로서 미래 세대에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남겨야 한다고 강 기자는 말했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기록해 미래 역사학자들이 사료로 쓸 수 있는 자료를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강 기자는 "기자는 역사의 초안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우리는 첫인상을 최대한 정확하고 균형 있게 줘야 하고 독자가 모르는 것을 꼭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으로서 최소한 알아야 하는 (역사적) 내용을 양질로 남겨야 하는 책임을 우리 세대가 갖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이벤트(event)'에 압도되지 말고 '이슈(issue)'를 취재해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단순한 사실 보도가 아닌, 해당 사안의 배경과 의미, 이와 관련한 미래 사업이나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등 맥락을 담은 보도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 트럼프의 '손'과 윤석열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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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원 기자는 포토저널리스트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주목했고 이것이 뉴스가 될 수 있음을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강 기자는 일례로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이벤트에 대해 언급했다. 강 기자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에 갔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시꺼먼 손을 가리려고 화장을 했다"며 "그러나 한국 언론은 이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시꺼먼 손은 건강 적신호를 담은 이슈"라며 "트럼프의 건강 문제에 대해 아무도 그 이슈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잘했나 못했나 그런 것만 보느라 이런 디테일을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 기자에게 포착된 정치인의 '이상한 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강 기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이던 시절, 그의 손에 주술적으로 보이는 그림을 새긴 모습과 손에 상처가 나 있던 모습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대한민국 유력 대통령 후보 손에 상처가 나 있었다. 이게 뉴스가 돼야 하지 않았겠냐"며 "이에 대해 한국 언론에서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던 게 이상했다. 제대로 역할을 안 했다"고 지적했다. 강 기자는 "뉴스의 주인공들은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행동만 한다. 기자는 그것도 기록하지만 또 무엇이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며 "기자가 놓치면 독자들은 다 놓친다. 기자는 엄청난 책임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 기자의 준비물, '숙면'과 '예측'


이슈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 기자는 조언했다. 무엇을 취재할지 사전에 공부하는 것은 물론, 현장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지 많은 상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기자는 "미국 대통령이 전용 헬기에 타는 것은 뉴스가 아니다. 하지만 머리를 부딪히면 뉴스"라며 "그런 결정적 사진은 (현장에서) 순간적인 결정을 해야 찍을 수 있는데 상황을 보고 촬영을 하려고 하면 이미 늦다. 예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간 것은 촬영할 수 없다"며 "어떤 상황에서 '이렇게 되겠네' 하는 것을 생각하고 눈여겨봐야만 스토리가 된다"고 강조했다.


준비는 머리뿐만 아니라 몸에 대해서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강 기자는 '숙면'도 강조했다. 그는 "잠을 잘 자지 못해서 피곤하면 (현장에서 무언가를) 봐도 놓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 전에는 다음에 무엇을 할지 생각을 해야 한다"며 "다음 날 나는 뭘 해야 하지, 다음 주에는, 한 달 뒤에는, 이번 4분기에는, 내년에는 뭘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며 본인의 '할 일 목록(to do list)'이 계속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기자는 환갑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기자다. 특정 매체에 속해있지 않지만 그렇기에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정적으로 객관적인 취재를 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정년 없이 평생 기자로 일할 거라는 그는 끝으로 후배들에게 '용기'를 가지라고 강조했다. "적으로 하여금 나를 정의하게 하지 마세요. 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올바른 일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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