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보도로 개척하는 기자 이력2]'개척보도의 3요소-사람' 주제로 안수찬 교수 두번째 강의
작성일 2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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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토굴 파야 한다"…현장과 사람에서 출발하는 개척 보도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개척 보도로 개척하는 기자 이력' 두번째 강의
글: 신효령 뉴시스 기자
기자들의 고충 중 하나는 '발제 스트레스'다. 매일같이 사건·사고가 쏟아지지만,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는 일은 쉽지 않다. 데스크를 어떻게 설득할지, 또 독자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지 고민은 깊어만 간다.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지난 21일 삼성언론재단이 주최한 '개척 보도로 개척하는 기자 이력' 2차 강연에서 이같은 고민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그의 조언은 명확했다. "어느 부서에 있든 반드시 나만의 토굴과 토끼굴을 만들라."
안 교수는 단독 기사에 매달리기보다 출입처의 관행을 먼저 파악하라고 했다. "관광 왔다고 생각하고 풍경을 즐기듯 출입처를 보라. 단독에 매달리면 단독만 보이지만, 토굴을 팔 생각으로 접근하면 토굴을 파는 기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결국 핵심은 나만의 토굴을 마련하는 것이다."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가 한국 피처 보도의 딜레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한겨레신문 시절 사람 중심의 기사를 쓴 경험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것이 곧 자신만의 토굴이었다고 했다.
안 교수는 한국의 출입처 제도가 권력 감시보다 정보 수집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들이 책상에 앉아 취재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현장 감각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한국 뉴스룸 제도가 바뀌어 기자를 성장시켜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기자 스스로 경험을 쌓고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안 교수는 독자들이 공감하는 건 결국 사람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법정 사건은 사건 피처(feature)의 밀키트다. 법정은 피해자가 직접 말하는 자리다. 변호사와 경찰에게 다가갈 때도 단독을 얻기 위한 접근이 아니라, 그가 다루는 사건과 경험을 알기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 경찰에게 '최근 한 달간 가장 인상 깊은 사건은 무엇이었냐'고 묻는 것도 훌륭한 취재 방법이다."
아울러 안 교수는 "사람의 이야기는 결코 한 번에 들을 수 없다. 1시간, 하루, 일주일, 혹은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기자는 그 사람의 시간·공간에 함께 머물며 이야기를 쌓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척보도의 3요소 중 '공간'과 '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널리즘에서 피처(feature)는 단순히 감동적인 인물 이야기가 아니라, 이슈·의제를 깊이 파고든 특별한 기사다. 안 교수는 "데스크는 내일 당장 쓸 수 있는 스트레이트를 원하지만, 작은 연재물을 기억하라. 틈새 연재로 사람 기사를 꾸준히 쓰는 것이 개척 보도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사고·재난의 당사자들은 할 말이 많다. 취재 대상의 트라우마를 어루만질 때 더 깊은 기사가 나온다"고 했다. 기자들이 흔히 만나는 대표적인 인물보다 전형성을 지닌 평범한 사람에게서 더 좋은 기사 소재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뉴스 인물보다 이슈 인물이 낫다. 의제를 품은 평범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 라포를 형성할 수 있는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사안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면 목격자나 주변인을 주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는 "지하철에서 시위가 자주 일어났다면 그 현장을 반복적으로 지켜본 역무원을 찾아내라. 역무원은 장애인 시위 참가자뿐 아니라 출근길 시민들의 모습까지 함께 봤을 것"이라며 전형성을 가진 인물을 찾는 접근법을 소개했다.
안 교수는 개척 보도의 핵심을 "공간·사람·숫자를 매개로 아이템을 발굴해 취재와 보도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드러내는 역량"이라고 짚었다. 이번 강의에서는 사람에 주목해 기사의 앵글과 품질을 근본적으로 바꾼 국내외 사례들을 분석했다. 폭염 속에서도 30여 명의 기자가 참석하며 열의를 보였다.
안 교수는 10~15년 차 이하 기자들에게 부서 이동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석·박사 학위에 대한 환상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학위를 따면 좋은 기자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버려라. 중요한 건 좋은 기자가 되겠다는 마음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 기자로서 궤도에 오른 뒤 학문적 성취를 병행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 안수찬 교수의 세번째 강의는 8월 28일(목) 저녁 6시 30분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됩니다. 온라인 실시간 수강 가능하며, 신청자는 jau.lee@samsung.com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