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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심층기획보도의 모든 것2] 유대근 기자 '사례로 배우는 탐사·심층기획보도' 강의

작성일 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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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심층기획보도 아이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의성 - 시의성이 오래가는 아이템에 주목해야 

유대근 기자 '사례로 배우는 탐사·심층기획보도' 주제로 두번째 강의 


글: 박유빈 세계일보 기자


“데일리 보도고 탐사기획보도고 가장 중요한 건 시의성이에요. 아이템 뉴스 가치로도 그렇고, 기자상 심사위원들도 시의성 있는 소재에 가점을 주지 않나 싶습니다.”


유대근 한국일보 기자가 지난 19일 1차 강연에 이어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사례로 배우는 탐사·심층기획보도’ 2차 강연을 했다. 삼성언론재단 주최로 열린 이번 강연에는 2년차부터 17년차까지 다양한 연차 기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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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근 한국일보 기자자 탐사심층기획보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 기자는 “연차 높은 기자들 앞에서 강의하기가 부담스럽다”면서도 그간 쌓아온 기획 및 취재 경험을 꾸밈없이 공유했다. JTBC와 TV조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속보도>, 뉴스타파 <댓글공작팀 ‘리박스쿨’ 추적>, 국민일보 <n번방 추적기>, 동아일보 <표류> 등 최근 몇 년간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심층기획과 탐사기획보도 기사를 소개하며 유 기자가 가장 강조한 뉴스 가치는 시의성이다. 그는 시의성 있는 아이템을 정해도 1~3개월가량 취재기간이 지나 보도시점이 되면 상황이 바뀌어있는 고충에 공감하며 시의성을 잃지 않는 기획기사를 준비할 자신만의 방법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 방법은 시의성이 오래갈, 몇 달 만에 시의성이 사라지지 않을 소재를 찾는 것이다. 선거가 있는 해에 여러 후보가 공통으로 제시한 공약, 새 정부가 들어선 해에 대통령이나 정당이 내건 정책과 관련한 기획을 준비하거나 반복적이지만 단신 처리되는 단발성 보도에서 시의성이 오래가는 아이템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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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근 한국일보 기자가 심층기획보도의 좋은 사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유 기자는 또 다른 방법으로 ‘시한폭탄성’ 아이템 찾기를 말했다. 많이들 예상하는 사건을 미리 취재해 시의성이 만들어졌을 때 보도하는 방식이다. 유 기자가 서울신문에 있을 당시인 2021년, 유동성이 많이 풀리면서 여러 경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했다. 유 기자는 하반기 시장에 문제가 터지기 전 3월부터 기사를 준비해 7월에 회사 창간기획으로 이 아이템을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회 난제도 시의성을 잃지 않는 소재다. 저출생, 고령화, 빈부격차, 노인빈곤, 정치적 양극화 등 거대하고 모두가 문제임을 아는 이런 주제는 이미 많이 보도됐고 새로운 기획소재로 잘 건드리지 않는 아이템이다. 그러나 유 기자는 “그만큼 중요한 주제임을 역으로 보여준다”며 “이런 주제는 언론이 계속 탐사 추적하는 게 맞으며 어떻게 낯설게 보이게 할지 포장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탐사기획이든 언젠가는 꼭 써보고 싶은 ‘인생템’을 주제로 한 심층기획이든 기획기사로서 완성도를 높이려면 평균 2~3개월의 시간은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유 기자는 당장 떠오르는 기사 아이템이 없을 때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으면 좋을지도 팁을 공유했다. 그는 외신 확인, 시리즈 기사가 아니라도 자신이 꾸준히 파볼 아이템 찾기 등을 제시했다. 외국 기사에서는 국내 언론에서 쓰지 않은 새로운 보도방법을 참고할 수 있고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와 닮았지만 5년 정도 앞서가는 사회라 현재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치매머니’ 같은 흥미로운 기사 소재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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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이 유대근 기자의 탐사·심층기획보도 사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기사 아이디어를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충실한 초벌취재, 탄탄한 기획안, 공들인 기사 작성을 강조했다. 유 기자는 기획안을 한번 짜면 방향을 아예 수정하기 어려운 만큼, 어느 정도 취재한 뒤에 기획안을 만들기를 추천하며 이 과정에서 관련 분야를 잘 아는 ‘귀인’ 같은 전문가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기자가 마지막 순간까지 ‘새 팩트’ 하나를 건지려고 전체 시간의 90%는 취재에 쓴다”며 “기사는 결국 독자의 평가를 받고 독자와 만나는 접점인 만큼 기사 작성에 좀 더 많은 시간을 들이려 한다”고 전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취재메모 정리법, 선호하는 취재팀 구성, 취재에 들이는 시간 등에 관해 허심탄회한 질문이 나왔다. 유 기자는 “취재내용은 가능한 그날 바로 정리하고 팀원들과 내용을 공유하기 쉬운 서비스를 사용했다”며 “팀은 다양성이 중요한 것 같고 이상적인 취재기간은 모르겠지만 3개월 정도 취재해야 잘 썼다고 평가받는 기사가 나올 시간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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