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연구모임

[모빌리즘]모빌리티 기술 패권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 우리의 시간

작성일 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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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향한 저널리즘 연구를 목표로 모인 자동차 출입기자들의 연구모임 '모빌리즘'에서 1년간의 활동을 정리했습니다.                               


모빌리즘 1년간의 활동 그리고 소회 - 모빌리티 기술 패권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 우리의 시간


글: 김성환 오토타임즈 팀장 (간사)


따뜻한 봄의 시작을 알렸던 3월의 어느 날, 처음 모두가 모였던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얼굴과 이름이 아직 익숙하지 않았고 간단한 자기소개조차 조심스러웠지만 어색함 보다는 설레임이 더 컸습니다. 같은 모빌리티를 취재하는 기자들이었지만 각자가 서 있던 위치와 바라보는 산업의 결은 조금씩 달랐고 그래서 더 신중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스터디는 생각보다 빠르게, 그리고 예상보다 깊게 우리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냈습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시작으로 SDV, 배터리 산업의 구조적 한계, 수소와 합성연료, 퍼스트·라스트마일, 전기트럭, F1, 그리고 IAA 2025까지 매달 이어진 주제들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산업의 본질을 다시 묻는 질문의 연속이었습니다. 기술이 앞서가는 만큼 그 방향은 과연 옳은 지, 누가 이 변화의 수혜자가 되고 누가 비용을 떠안고 있는지, 조금 더 좁혀서 대한민국의 모빌리티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뒤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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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즘' 간사인 김성환 오토타임즈 팀장이 친환경 전기 트럭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가 단순 전동화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게 됐습니다. 전기차 충전 기술은 분명 진화하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의 확충만으로 전환 속도가 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SDV는 자동차를 소프트웨어로 재정의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지만 동시에 데이터 집중과 생태계 종속, 레거시 브랜드의 쇠퇴라는 또 다른 긴장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배터리 산업을 들여다볼까요? 기술적 진보 이면에는 원자재 불균형, 인권 문제, 그린워싱과 같은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전기차는 ‘완결된 해답’이 아니라, 끊임없이 검증받아야 할 과도기적 해법에 가깝다는 데 공감이 모였습니다.


에너지 관점에서의 논의 역시 우리의 시야를 크게 확장시켰습니다. 수소와 합성연료는 전기의 대안이 아니라 전기의 한계를 보완하는 저장·운송 수단으로서 전략적 가치를 다시 확보하고 있습니다. 우열 문제가 아니라 활용 환경과 목적에 따른 역할 분담의 문제에 가까웠습니다.


근본적인 이동의 개념으로 시선을 옮기면 퍼스트·라스트마일 영역에서 공유 PM은 이미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지만 규제가 산업의 속도를 결정하고 있다는 현실 또한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반대로 상용차 영역에서는 전기트럭이 기술적으로 준비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책과 인프라, 제도적 보상이 뒤따르지 않으면 확산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서로 다른 영역이지만 기술만으로는 시장을 움직일 수 없다는 공통된 한계를 마주하며 현재 모빌리티 산업이 처한 현실에 대한 공감대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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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즘' 회원들이 마이크로 모빌리티 기업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분위기를 바꿔 대중의 영역으로 시선을 돌리면 F1과 같은 모터스포츠는 또 다른 의미를 던져줍니다. 극한의 기술 경쟁이 펼쳐지는 서킷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친환경 연료와 전동화 기술이 검증되는 실험실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IAA 2025(IAA는 Internationale Automobil-Ausstellung의 약자로 뮌헨 국제 모빌리티 쇼를 의미)는 전기차 시장이 ‘중간 없는 양극화’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자리였습니다. 브랜드 헤리티지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동시에 시험받는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우리 사이의 관계도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나누는 사이가 됐고 과정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졌습니다. 스터디를 마치고 돌아가 각자의 자리에서 더 깊은 질문을 던지고 기사를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방대한 지식을 쌓았고, 쉽게 잊히지 않을 경험을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현장을 마주할 때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눈으로 산업을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이번 스터디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여정을 함께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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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후 회원들끼리 기념촬영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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