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연구모임

[요기저기] 디지털 저널리즘의 현재와 미래

작성일 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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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저기' 연구모임은 지난 9월 30일, 디지털 환경에서 데이터저널리즘과 인터랙티브 뉴스에 대한 황경상 경향신문 기자의 경험담과 시각을 들어봤다. ‘심층 보도’가 점차 외면받는 시대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추출하고, 저널리즘적 시각으로 엮는 것은 기자 개인에게는 최고의 무기이자 사회적 영향력을 확산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생존'을 위한 인터랙티브 저널리즘의 탄생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의 황경상 기자는 지난 2015년부터 언론사의 '디지털 생존'이라는 시대적 고민을 안고 디지털 저널리즘 분야에 뛰어들었다. 당시 언론사들의 공통된 과제였던 온-오프라인 뉴스룸 통합과 디지털 혁신 과정에서, 그는 텍스트와 멀티미디어를 혼합하여 독자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는 인터랙티브 뉴스에 주목했다.


인터랙티브 뉴스는 2012년 뉴욕타임스(NYT)의 전설적인 기사 '스노우폴(Snow Fall)'을 시초로 한다. 이 기사는 텍스트 기사에 그래픽, 사진,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요소를 혼합하고 독자의 행동(스크롤링 등)에 반응하여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18명의 전문 인력이 투입된 이 혁신적 시도는 국내 언론사에도 영향을 미쳤고, 경향신문은 2014년 '그놈손가락' 연재를 통해 처음으로 인터랙티브 기사를 시도했다.


황 기자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웹 개발을 익혀 2021년 데이터저널리즘팀을 독립시켰다. 개발 직군 기자 2명과 디지털 기자 2명, 총 4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인터랙티브 저널리즘을 언론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이자, 전통적인 데일리 지면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심층 보도'의 무기로 삼고 있다.


인터랙티브와 데이터저널리즘의 결합: 의미 있는 '한 방'을 위한 노가다

데이터저널리즘은 단순한 통계 나열이 아닌, 보이지 않던 사회 구조적 문제를 데이터로 증명하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언론사 내부에서 "효율이 안 나오는 일"로 인식되던 인터랙티브 작업을, 대규모 데이터와 결합했다.


1. 중대재해보고서 분석: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황 팀장이 꼽는 가장 의미 있는 보도는 2019년에 선보인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시리즈다. 이 보도는 당시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했던 산업재해 문제를 공론화하고 궁극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이디어의 발화: 기자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재 사망 사건이 단건 단신 보도로 끝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워싱턴포스트가 경찰 총기 사고 사망자 데이터를 축적한 사례에서 영감을 얻었다.


데이터 확보 및 정제: 산업안전보건공단에 제출된 1년 반 치 재해보고서 1305건을 의원실을 통해 확보했다. 이 보고서들은 공공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자료로, 팀원 5명이 한 달 반 동안 수기로 입력하고 정제하는 '노가다' 작업을 거쳤다.


구조적 분석 및 시각화: 보고서에 담긴 99가지 분류 원인 번호를 구조적으로 분석해 '안전장비 없이 작업', '작동 중인 기계 정비', '뚫린 공간 방치' 등 반복되는 사망 원인을 통계로 제시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에서는 1면에 실린 산재 사망자 이름 하나하나에 사건 기록을 집어넣어, 독자들이 개별 희생자의 목소리를 듣는 듯한 경험을 제공했다.


2. 권력 감시를 위한 데이터 접근법

극우 유튜브 분석: 최근에는 윤 전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빠졌다는 내용을 심화하여 데이터 기사로 만들었다. 로이터의 극우 유튜브 보도를 참고하여, 챗GPT를 활용해 12개 채널에서 계엄 직전 2년간 삭제된 600건의 영상 스크립트를 추출하고 정제했다. 이를 바탕으로 9가지 주제 언급 여부를 분석, 대통령이 계엄을 하려는 마음을 갖게 만드는 유튜버의 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입증하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데이터 편향성 논란에 대해서는 "본인의 방법론만 공개할 수 있다면 부차적인 문제"라며 사회과학적 방법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위 공직자 검증: 문재인 정부 당시 고위 공직자 자화자찬 행사 보고서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반려 여부, 임명된 고위공직자들의 논문, 저서, 출신 학교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인맥의 교점'을 발굴했다. 또한 '관보'를 이용해 고위공직자 자녀의 병역 사항을 수집,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면제 비율이 꽤 높았다는 것을 데이터로 증명하기도 했다.


젠더 문제 심층 취재: 성별 임금 격차를 다루기 위해 상임위 15개 산하 공공기관을 일일이 돌며 법령에 의해 기록되는 면접 및 최종 채용 인원 성비 데이터를 수집하여 보도했다.


데이터 저널리즘의 현실적 과제와 AI의 역할

황 팀장은 데이터저널리즘이 언론사에 필수적인 무기임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현업이 직면한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1. '가성비'와 인력 문제

높은 노동 강도: 데이터 수집, 정제, 분석은 대부분 '노가다' 작업이며, 인터랙티브 취재와 개발을 병행해야 하므로 기자 한 명이 한 달에 하나의 심층 보도를 만들어내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중앙일보 등 일부 언론사는 인터랙티브팀을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없애버리기도 했다.


편집국과의 소통 부재: 인터랙티브 작업이 개발팀 외부로 주어지거나, 편집국 기자와의 소통이 단절되는 구조적 문제 역시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황 팀장은 "가성비가 잘 나오는 건 아니지만, 잘만 조직하면 기자 생활 중 한 개 꼽을 수 있는 보도를 만들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며 그 가치를 역설했다.


2. AI 도입과 새로운 문턱

최근 AI 기술, 특히 GPT-4와 '커서(Cursor)'와 같은 코딩 에디터의 발전은 데이터저널리즘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었다고 평가했다.


코딩의 진입장벽 하락: 과거 2~3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던 코딩 작업이 AI 덕분에 일사천리로 진행되며, 기초 문법만 알아도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황 기자는 실제로 복잡한 데이터 정제 작업에 챗GPT API를 활용하기도 했다.


여전히 남은 '인간의 영역': 하지만 AI가 현장 취재와 맥락적인 의미 부여를 대체할 수는 없다. 또한 크리티컬한 보도에 AI를 완벽하게 신뢰하여 보도하는 것 역시 어렵다. 결국 기자가 해야 할 작업은 데이터 선별 작업, 그리고 "독자들이 숫자가 아닌 스토리에 반응하도록" 맥락을 엮어내는 저널리즘적 숙련도에 달려있다.


황 팀장은 레거시 미디어가 직면한 딜레마를 지적하며 숏츠와 틱톡으로 뉴스 소비가 이동하는 트렌드를 따라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존 언론의 수익 기반이 광고에 의존하는 만큼, 혁신에 성공하더라도 수익 기반이 약화되면 팀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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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저기 회원들이 황경상 기자와 함께 기념 촬영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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