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연구모임

[CES 공개 강좌]‘2025 국제 정세의 이해: 중국 경제/한중 관계를 중심으로’ 주제로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작성일 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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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국제 정세의 이해 : 중국 경제/한중 관계를 중심으로’

중국 전문가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언론인 연구모임 'CES' 공개 세미나에서 강연


글: 김빛나 연합뉴스 기자 (언론인 연구모임 'CES' 간사)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렸던 지난 3일. 베이징 톈안먼 멍루에 등장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왼쪽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오른쪽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 있었다.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북·중·러 정상이 함께 톈안먼 망루에 등장하는 ‘역사적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중국 전문가인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날 서울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시 주석이 전승절을 통해 미국에 절대 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부르면 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온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전세계에 영향력을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언론재단이 지원하는 언론인 모임 ‘CES(Comparative Economy Study)’의 공개 세미나의 강연자로 참여한 강 교수는 이날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중국 외교와 경제 현주소를 진단하고, 한국에 시사하는 바를 분석했다. CES는 전 세계 주요국의 경제 상황을 비교•분석하는 글로벌경제 연구모임이다. 국제 이슈에 관심이 많은 3~7년 차 기자 9명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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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광화문 강의실에서 열린 'CES'의 오픈 강좌에서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 전승절을 통해 본 중국


강 교수는 80주년 전승절에서 보여준 중국 모습이 국제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이 자신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미국 대항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세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누군가는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시진핑은 ‘내가 나서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절 전에 있었던 상하이협력기구(SCO)도 주목했다. SCO에서 채택한 ‘톈진 선언’은 다자 무역을 강조하고 이란을 공격한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강 교수는 “미국의 힘은 예전보다 쇠퇴하고 있는데 중국은 개혁개방 30년 동안 잘했다. 감소하는 미국의 세력을 누군가 대체해야 하는데 중국이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미국에 대항하고자 하는 시 주석의 목표가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것이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시진핑 권력 이상설’을 잠재우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시 주석이 직접 발탁한 군부 인부들이 중도 낙마했다. 시 주석도 2주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자 반대 세력이 결집해 시 주석을 축출하려 한다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강 교수는 “공산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위기설”이라며 위기설을 일축했다. 


다만 중국의 변화가 새로운 지도국의 등장으로 볼 수는 없다고 강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2020년에 '이미 이 세계는 지도국이 없다. 'G0 시대'가 열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며 중국의 반미 연대가 있긴 하지만 각자도생하는 큰 흐름은 변하지 않는다고 봤다.


◇ 중국 경제의 현주소는


이날 강 교수는 크게 미·중 무역전쟁과 함께 중국 경제를 명암으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트럼프 1기 - 조 바이든 - 트럼프 2기까지 이어져 온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을 '지구적 차원의 패권 경쟁'으로 봤다. 강 교수는 "미국은 중국을 망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자신의 말을 듣게 하는 것"이라며 미국과의 경쟁 구도에서 중국을 탈락시키는 것이 미중 갈등의 목표라고 말했다. 


과거 미국과 구(舊)소련과의 패권 경쟁과는 다른 점도 있다. 우선 미국과 중국은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어려운 상황이다. 강 교수는 작년 기준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1천 450억 달러, 중국의 대미국 수출은 4천 400억 달러인 점을 주목했다. 그는 "미국 경제도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수준"이라며 "중국도 마찬가지의 상황으로 결국 미·중 무역전쟁은 승자 없는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구축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의 위상도 상당히 높다. 중국이 제1위 교역 파트너인 국가 수는 140개국 이상인 반면, 미국의 제1 교역 파트너인 국가는 중국의 절반도 안 되는 50개국 미만이다. 강 교수는 올해 상반기 중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3%인 점을 짚었다. 그는 "외형적으로는 중국 경제가 굉장히 선방하고 있다"며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은 우리를 이미 한참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현재 ‘피크차이나(Peak China, 중국 성장세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이르렀다는 뜻)’ 라는 평가도 있지만, 강 교수는 아직 중국 경제의 경쟁력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외형적 성장과 달리 작년 하반기부터 실물 경기 위험은 크다. 강 교수는 "글로벌 경기 악화, 미국과 유럽연합(EU)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 내 재정 부실, 부동산 쇼크 등 리스크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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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공개 세미나에 참석한 기자들이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 한국 외교 전략은


이러한 중국의 대내외적 상황 속에서 한중 관계는 어디로 가야 할까. 강 교수는 그동안 한중 외교가 일방적 외교에 가까웠다며 '상호 존중' 외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중 외교가 33년 동안 진행됐지만 중국이 한국을 도와줬던 경험이 별로 없었다"며 "이제는 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중 관계의 90%는 북한 문제다"며 한중 외교에서 대북 전문가가 나설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강 교수는 한중 외교에 필요한 6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동맹구조인 한미 동맹과 한중 협력의 차별성을 이해하고, 한국과 중국이 필요한 것이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한국이 일정 수준 이상의 안보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국과의 협상에 유리하며, 사안별로 전략을 짤 것을 주문했다. 


끝으로 양자 문제와 다자 문제에 대한 이중적 접근, ‘운명공동체’, ‘구동존이’ 등 중국식 용어 사용 억제도 제안했다. 강 교수는 "앞서 거론했듯이 중국은 중국 편, 미국은 미국 편인 상황"이라며 "한국도 한국편이 되는 실리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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