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모임 소개]'사법연' 사회부 기자 12명이 모이면
작성일 2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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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언론재단에서 지원하는 언론인 연구모임을 소개합니다. 첫번째 팀은 '사건법조보도 연구모임'입니다.
'사법연' 사회부 기자 12명이 모이면
사건법조보도연구모임 최원영 동아일보 기자
“사회부 기자 10명만 모으면 뭐든 해낼 수 있다.” 한 팀장급 선배는 젊은 용병 기자들이 자신없어 할 때면 이렇게 주장하시곤 했습니다. 10년 넘게 업을 지켜본 분석인 듯도, ‘그러니 한 놈도 도망치지 말아달라’는 회유인 듯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이 말을 믿고픈 11개 신문·통신사의 만 2~4년 차, 20~30대 사건·법조팀 기자 12명이 모였습니다. 일부가 사건 취재에 급히 투입되는 변수에 대비해 10명보다 넉넉히 모았습니다.
이미 사건사고와 수사가 있는 어디에서나 저희는 조금씩 모여왔습니다. 방한한 트럼프 주니어가 묵는 강남의 한 호텔 주차장에서 쪼그려 앉은 채 만났고, 명태균을 사이에 두고 창원의 한 법조타운 콩나물국밥집에서 눈칫밥을 먹기도 했습니다. 대형 이슈 때마다 각자의 단독 기사 내용을 서로에게 확인시키며 곤란하게도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가 정말 최선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기사를 준비하기보다 막아내기에 바빴기 때문입니다. 선례 사건도 완전히 팔로우업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당사자 수준으로 이해했는가. 오늘도 누군가가 출석하는 지검이나 불이 난 아파트로 쫓겨가고 있다는 이유로 이 질문을 애써 무시해 왔습니다.
그래도 쪽수로 차근차근 밀어붙이면 풀 수 있을 문제라 제대로 모여보기로 했습니다. ‘이달의 호스트’ 모임원이 경찰, 검사 출신 변호사, 파견 공무원, 연구원 등 사회 기사 속 이해관계자 직업군 중 한 명씩을 섭외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모임원에게 주선하는 마음으로 준비합니다.
이를테면 서울 어느 지검 변방에 숨어 있던 나만의 취재원을 ‘풀’(취재 결과물 공유) 하고 그의 수사 기법을 함께 듣기로 했습니다. 군사법원에 대해 잘 모르고 박정훈 사건을 다룬 느슨함도 대놓고 반성하기로 했습니다.
정신없었다는 핑계로 또 무엇을 누락해왔는지 올해 동안 12명의 기자가 함께 공부하겠습니다. 다음 해 현장에서는 뭐든 나아진 기사를 준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