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연구모임

[연구모임소개]"리치리치(Reach-Rich)" - 언론인의 트라우마와 정신건강, 그리고 연대

작성일 2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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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의 트라우마와 정신건강, 그리고 연대

글: 리치리치 연구모임 간사 (EBS 최현선PD)


“언론인은 왜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마음은 돌볼 틈이 없을까.”

이 물음에서 시작된 것이 <리치리치> 연구모임입니다.


한국기자협회가 2022년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직 기자 10명 중 8명이 취재 과정에서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현장을 누비는 기자는 참사 현장을 찾아가고, 피해자를 만나며, 때로는 보도 이후 온라인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현장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좁은 편집실 안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참혹한 영상과 자극적인 자료들은 기자의 마음에 작은 상처를 남깁니다. 그 상처가 쌓이면 결국 저널리즘의 본령에도 균열이 생깁니다.


지난해 <리치리치>는 언론인이 겪는 트라우마의 실태를 하나씩 짚어보고, 각자가 경험한 취재 현장에서의 심리적 상처를 꺼내어 말하고 기록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다큐멘터리 감독, 종군 언론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심리상담 전문가, 국가트라우마센터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함께하며 트라우마의 여러 얼굴을 들여다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자가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직업인 동시에, 스스로도 돌봄이 필요한 감정노동자임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올해 <리치리치>는 조금 더 질문의 폭을 넓히고자 합니다. 기자뿐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마주하는 트라우마,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힘으로서의 ‘연대’를 탐구합니다. 계엄 선포와 재난, 사회적 폭력 등 집단 트라우마부터 K-팝 팬덤과 청년 커뮤니티가 보여준 연대의 문화까지. 때로는 영화와 책을 함께 읽고, 다큐멘터리 감독이나 학자, 실제 참사 현장을 지켜본 언론인을 모셔 이야기를 듣고, 서로의 마음을 지지하며 새로운 지도를 그려나갑니다.


특히 저희 모임은 단순한 강의형 세미나를 넘어서 참여자 중심의 연구와 토론, 실습, 집단상담, 원서 강독을 결합해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저널리즘의 심리적 안전망’을 함께 만들어갑니다. 지난해 수료한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심리적 응급처치(PFA) 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취재나 보도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실습과 토론으로 이어갑니다.


모임의 이름 ‘리치리치(Reach-Rich)’는 심리학의 ‘Reach Out(손 내밀기)·Reach In(손 내밀어 주기)’에서 따왔습니다. 언론인이 언론인에게, 동료가 동료에게 손 내밀 수 있도록. 언론인이 서로의 마음을 보듬고 나아가 더 신중하고 깊이 있는 저널리즘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이 작은 손 내밈이 언론계 안팎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가 함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올해도 <리치리치>는 묻고, 듣고, 기록하고, 연대합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다시 우리 스스로를 지켜낼 언론의 새로운 ‘무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연구모임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보듬고, 나아가 다른 동료들에게 도움이 될 결과물을 내서 모두의 마음을 풍족(Rich)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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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리치 회원들의 모임 기념 촬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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