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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현장의 법과 윤리 교육] 박아란 고려대 교수 '명예훼손 위험과 위협' 강의
202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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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기사, 어디까지 면책되나…"성실 취재로 입증해야"
박아란 고려대 교수 '명예훼손 위험과 위협' 강의
2025.3.18 김혜란 더벨 기자
잘못된 정보가 담긴 기사, 어디까지 면책될까. 대법원은 공익성이 있고 기자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사유가 있다면 언론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하지만 '열심히 성실하게 취재했는가'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민감한 사안을 취재할 때는 더 꼼꼼하게 검증하고 증거를 남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아란 고려대 교수가 기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박아란 고려대학교 미디어대학 교수는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삼성언론재단 주최로 진행된 '언론 현장의 법과 윤리' 강연에서 "언제 누구를 만나 인터뷰했고, 어떤 내용을 취재했는지 등 증거자료를 남겨야 (추후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했을 때) 법정에서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언론인 301명 중 27.6%가 고소를 당했으며 이 중 명예훼손 혐의가 78.3%에 달했다. 그만큼 언론인은 언론의 자유와 명예훼손 경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했을 때 명예훼손죄 성립요건과 면책(위법성 조각사유)에 대해 알고 방어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사 내용이 허위사실로 판명됐더라도 항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형법상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면 그렇다. 박 교수는 '진실 오신 상당성' 관련해 "형법에는 없는 단어지만 판례를 통해 법리로 확립된 원칙"이라며 "기자가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면 면책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법원에서 기사의 성격상 신속한 보도가 필요했는가, 정보원이 믿을 만한가, 피해자와 대면하는 등 반론권을 줬는가 등 기자가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쳤는지 따진다. 박 교수는 "한마디로 열심히, 성실하게 취재했는지를 법원이 판단한다"고 했다.
<박아란 고려대 교수가 영화 '더 포스트'의 보도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한 사례로 유명 건축가가 시공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제보에 기반해 쓴 기사에 대한 소송이 있었는데, 언론사가 패소했다. 법원은 기자가 원고에게 전화나 문자로 몇 차례 연락을 취한 것만으로는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오신 상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예를 들어 기자가 원고에게 구체적인 제보 내용과 취재 내용에 대해 알리는 상세한 문자를 보내 직접 전화통화를 하려는 노력이라도 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기자의 '의견'으로 판단될 때도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 사유가 될 수 있다. 언론사를 상대로 한 허위사실 명예훼손 소송에서 사실적시라기보다 일종의 비평이나 의견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언론사 손을 들어준 판례가 있다.
[판례1.] 전 국회의원인 부친의 선거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원고는 ‘아빠찬스를 활용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허위사실에 기한 명예훼손이라며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아빠 찬스라는 표현은 사실의 적시라기보다는 일종의 비평이나 의견여지로 볼 수 있다. 또한 공직선거 출마예정자에 대한 감시, 비판 기능 수행이라는 언론보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니므로 언론사 승소 (서울중앙지법 2020가단5022165)
[판례2.] 전 교수협의회 의장인 교수가 직원에게 갑질을 했다는 보도:
피해자 특정 안 했으며 의견표명이라고 언론사는 항변.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 특정이 되었으며 갑질했다는 것은 사실관계에 관한 주장이라고 판단. 언론사 패소하여 손해배상 지급
'아빠 찬스'라는 표현에 대해선 '비평이나 의견'으로 판단해 언론사가 승소하고, '갑질했다'고 표현한 데 대해선 사실 적시라고 봐 언론사가 패소했다. 박 교수는 "어떤 건 의견이고 어떤 건 사실이라고 칼같이 구분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언론보도의 진실성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될 때 인정되며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는 대법원 판례도 소개했다. 박 교수는 "모두 정확하게 쓰는 게 맞지만 사소한 오류에 대해선 법원이 허용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면 100개 다 맞는 말을 하라고 하면 아예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기자에겐 사실 확인 능력이 기본"이라며 "열심히 했는데 사소한 오류가 나는 것은 괜찮지만 확인도 안 했을 때는 (면책)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언론재단은 이날부터 31일까지 '언론인 교육' 사업 일환으로 박 교수의 3회 강연을 진행한다. 24일에는 '디지털 시대 프라이버시권과 초상권', 31일에는 '재난보도, AI활용 등 윤리적 취재보도'를 주제로 강의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