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모임활동
[내러티브 기사 스터디] 탐사보도와 내러티브 그리고 스토리텔링
2024.11.07
본문
'내러티브 기사 스터디'가 지난 10월 31일 모임을 가졌습니다. 연구모임에서 제공한 강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 주제 : 탐사보도와 내러티브 그리고 스토리텔링
□ 강사 : 이규연 전 JTBC 대표
<내러티브 기사 스터디 회원들이 이규연 전 대표의 강연을 듣고있다>
□ 탐사노트
- 봄은 왔지만 여전히 침묵의 봄이다/레이철 카슨
- 레이철 카슨은 1900년대가 만들어놓은 탐사 저널리스트. 레이철 카슨이야말로 탐사보도 저널리스트고 내러티브에 강한 탐사보도 저널리스트였다.
- 내러티브에서는 여러 가지가 있어. 정교하게 소설식으로 쓰는 게 내러티브기도 하지만, 새로운 관점이나 강하고 강렬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 것 그게 궁극적으로는 내러티브의 목표 아닐까.
□ 내러티브 글쓰기
- 내러티브 글쓰기는 미국 신문이 구사해온 여러 스타일 가운데 비교적 효과가 검증되고 구조가 정형화하지 않은 유형.
- 미국 신문 편집인 협회는 같은 취재 내용으로 역삼각형 구조의 기사와 내러티브 형식의 기사를 만들어 동일한 신문에 실은 뒤 독자 반응을 조사한 적 있어. 그 결과, 독자들은 전반적으로 역삼각형 기사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어. 대부분 독자가 내러티브 기사에 호감을 나타내.
- 미국의 경우 몇몇 신문사를 중심으로 내러티브 글쓰기를 도입한 결과 딱딱한 단순 전달 형식보다 가독성이 훨씬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음. 독자가 사안을 간접 경험하게 해 체화를 도와준다.
- 제인스 네프는 퓰리처상 3번 받아. 내러티브 탐사보도 했던 사람. 미국인인데 중동계, 이 사람이 간첩 혐의로 몰려서 구속되고 했지만 결국 무죄가 밝혀지는 과정을, 12회로 연재해. 당시 ‘소설로 쓰면 객관성 저해되는 거 아니냐?’라고 물어봤더니 이 사람이 ‘역사 기술방식이 내러티브식 아닙니까? 역사도 그렇게 하는데 언론은 왜 그렇게 못하죠?’라고 답한 것에 충격을 받음.
- 소설식 보도에는 약점도 있어. 정보 전달 형식보다 긴 취재 기간(6개월 이상) 철저한 검증 등이 필요해. 짧은 기자를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외면당할 수도.
- 우리 인간은 정보 전달에 스트레이트처럼 사는 사람이 아니라 내러티브처럼 사는 사람이야. 드라마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 우리가 사는 세상과 비슷하니까.
□ 내러티브 글쓰기의 9가지 요소
- 에피소드로 리드를 시작한다. 리드 이후 주제문을 제시한다. (박승일의 몸에 앉은 모기로 시작)
- 개인의 시점으로 사건을 서술한다, 화제가 점점 전말을 향해 다가간다. (박승일 입장에서 루게릭 병의 참혹성 고발)
- 묘사 복선 회상 연대기 등 다양한 수사법과 소설 작법 등이 쓰인다 배경에 주목한다. (박승일의 방-박승일이 볼 수 있는 방의 각도가 정해져있음. 소파에 앉아서 직접 경험을 해봄. 내가 얼마나 보일까. 눈으로만 돌려서 볼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그때 심정이 어떨까-루게릭병 환자가 돼서 몸이 안 움직이는 가위가 눌릴 때까지 취재하기도 함.)
- 수미상관의 마무리 구조를 한다. (참혹한 병, 사회와 국가가 외면하는 병)
- 캐릭터가 살아 숨 쉰다. (박승일, 박승일 모친, 박승일 주치의 등 등장인물 배치)
- 피해자(문제제기자)와 악(학)이 등장한다.
- 주인공(화자)이 해결해야 할 문제(의혹)과 딜레마가 존재한다. (사회와 국가가 외면하는 병. 근데 또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가 있고. 딜레마가 없는 기사는 죽은 기사다. 미담 기사라도 딜레마는 존재해야 한다.)
- 독자의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곳곳에 금화(흥미 유발 요소)를 뿌려놓는다. (안구 마우스로 쓴 편지 등)
□ 난곡 빈곤 리포트
- 빈곤의 문제, 가난의 문제에 대해서 기획기사가 미국에서 쏟아지기 시작했음. 그래서 비슷한 걸 해보고 싶었음. 그때 마침 시대정신이란 게 있었음.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게 되고, 사회적으로 재구조화가 진행되고 있던 상태. 한국 사회 논쟁이 80-90년대까지는 ‘한국엔 빈곤문화가 없다’라는 게 사회학자들의 이야기. 왜냐면 비슷하게 못 사니까. 한국이 97, 98년 외환위기 겪기 전까지 한국 사회는 빈곤문화가 없다. 있더라도 엷게 있어서 문화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 근데 외환위기를 통해서 거의 전쟁 수준으로 바뀌었어. 대기업, 은행이 수도 없이 사라져. 한국이 미국식 자본주의로 완전히 바뀌고 다시 시작되는 시기.
- 그때 빈곤의 대물림, 불평등에 대해서 대형 기획기사 쓰고 싶다 해서 쓴 게 난곡 리포트. 지금 보면 그저 그런 보도라고 생각했는데 당시에 모든 상을 휩쓸었어. 6개 상을 받았어. 그 정도로 호평받고 논문도 나오기도.
- 지금 보면 그냥 시험작이라고 볼 수 있는 건데 사람들 눈에는 훌륭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
□ 레거시 미디어가 유튜브에 끌려나가는 상황
- 복지 전문 사이트 과학 전문 사이트, 이런 작은 사이트들이 이슈를 발굴해서 끌고 나가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음.
□ 루게릭병
- 2004년 12월 탐사보도팀 만들고 나서, 데스킹만 하다 보니 흥미로운 것을 찾아다니게 됨. 그래서 미국에서 가져왔던 자료들을 들춰보던 중 루게릭병에 대한 기사를 봐. 루게릭병에 걸린 사람들이 끝까지 남는 근육이 하나 있어. 바로 눈.
- 루게릭병 환자들이 한국에 몇 명이나 있나 찾아봤어. 3000명 정도 있대. 루게릭병 환자들을 찾는데,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많았어.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루게릭병에 관심도 지원도 없었어. 거기에 대해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우연히 박승일의 블로그를 보고 취재를 시작. 어떻게 글을 쓰냐고 물어보다가 ‘안구마우스’에 대해서 알게 됨.
- 박승일 씨에게 ‘내가 매일 너한테 질문을 보내겠다, 힘들지 않은 범위에서 안구마우스로 답해달라’ 이렇게 된 취재가 3개월 동안 계속돼.
- 중앙일보 1면 톱으로 시작해서 4일 연속 기사가 나갔음. 첫 시작에 박승일의 몸에 내려앉은 모기로 시작돼. 처음에는 회사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살려줬음. 회사로 수천 통의 응원 전화 와 메일이 쏟아졌다고.
□ 니먼 재단 스토리보드
- 미국 하버드대 니먼 재단에서 운영하는 스토리보드 사이트. 내러티브 사례와 기법 등을 소개하고 있어.
- 사례, 수사의 대가인 시모어 허쉬가 미라이 대학살의 이야기를 풀어낸 방법 (미국의 탐사보도를 열었던 사람)
- 책 추천, 하버드 니먼 재단의 논픽션 글쓰기 가이드 ‘진짜 이야기를 쓰다’
□ 지면배치
- 루게릭 눈으로 쓰다에 등장인물을 사이드에 배치해. 사진과 설명을 담았는데, 편집 기자가 한 것이 아니라 직접 요청한 것임. 보통 신문에서는 절대 하지 않던 것들.
- 박승일에게 온 편지를 띄어쓰기 없이 온 걸 그대로 내보내 맞춤법만 조금 수정해 내보내서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했음.
□ 융합 보도와 스토리텔링
- 신문에 20년, 방송에 14년 있었어. 6년 반 동안 피디 역할도 했음. 신문에선 내러티브라고 하지만, 방송에서는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을 주로 써.
□ 스토리텔링 금기
- 사실만을 전달해야 한다. 소설이나 가공이 드러나는 스토리텔링은 해선 안된다. 객관적인 팩트만을 전달해야지 소설을 써서는 안 된다. 스토리텔링은 비 저널리즘 분야에서만 통한다.
- ‘그러나 과연 그런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한다. 융합 미디어 환경에서 스토리텔링은 중요해졌다.
□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인가
- 스토리텔링은 음성이나 문자 음향 등이 혼합된 미디어를 통해 한 사람 이상의 저자가 다수의 수용자가 비선형적인 이야기를 서로 공유하거나 소통하는 틀. 스토리텔링은 즉,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존재한다.
- 미국의 경우 멀티미디어 통합뉴스룸 체제에서 스토리 빌더, 스토리 에디터 자리를 배치해 스토리텔링 강화함.
- 소셜 미디어 이용자를 적극 끌어들이면서 결과 중심적인 정태적 보도가 아닌 과정 중심적 보도로 탐사보도 스타일이 바뀌고 있다.
- 이야기가 의미있는 담론으로 이동하는게 바로 스토리텔링.
- 인생의 균형이 깨지면 인간은 균형을 되찾기 위해서 온갖 세력과 맞선다. 인류가 이야기를 통해 수천 년간 설명하고 납득시켜 온 것이 그것이다. 스토리란 인간이 균형을 잃었을 때 어떻게 그것을 되돌리고자 하는 지에 관한 것이다. (시나리오 닥터 로버트 맥기, 2010 다큐프라임 3부작, 이야기의 힘 인터뷰)
□ 스토리텔링 단계
1. 키워드 정하기 – 모든 것은 하나의 키워드에서 시작된다. ‘북한 종업원 집단 탈북 의혹’ 보도를 중심으로 설명.
2. 핵심 문제(궁금증) 정하기
- 논문 연구주제와 비슷함. 3개 안팎이어야 하고, 형식은 질문이 되어야 함.
- 북한 종업원의 집단 탈북은 자의였나, 기획이었나. 집단 탈북의 과정은 어떤가. 누가, 왜 집단 탈북을 기획했나. 탈북 여종업원의 입장은 무엇인가.
3. 5대 조건 점검하기
1) 인물
- 독특한 경험을 한 주인공은 : 기구한 운명의 여종업원들.
- 주인공의 삶의 균형을 깬 존재 악역, 나쁜 제도나 관습은 : 식당 지배인, 정보요원, 국가보안법.
- 주인공들을 도와주는 인물은 : 민변 변호사
- 등장인물이 너무 많지는 않나 체크.
2) 배경
- 시간적 배경은 독특한가 : 총선 앞둔 시점
- 공간적 배경은 독특한가 : 중국의 북한 식당, 국제공항, 해외 대사관 하나원
3) 사건
- 사건이 뻔하게 예측 가능하지는 않는가 : 중반까지 기획탈북 여부, 기획자 예측 불가능
- 사건은 충분히 중요한가 : 대표적인 정치 미스터리 사건
4) 갈등
- 이항대립적인 갈등이 존재하나 : 여종업원 지배인, 지배인 정부 요원, 여종업원 현행법 등. 분명한 갈등이 존재한다고 판단
- 시청자들이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갈등인가 : 젊은 여종업원에 가해진 시대적인 아픔 존재
- 딜레마가 존재하나 : 북으로 갈 수도, 남을 수도 없는 여종업원들의 딜레마
5) 콘텍스트
- 인물과 배경, 사건, 갈등은 서로 충분히 상호작용할 수 있나 : 그렇다.
4. 구성 단계
1) 문제 제기(기)
- 항구 도착, 향해 목표 설정, 출발의 단계
- 핵심 문제 부각했나 : 집단 탈북은 정부 기획이냐, 자의냐 등
- 처음부터 뻔한 결론을 보여주지 않았나 : 힌트만 제시
- 궁금증 유발 장치 : 중국 닝보 현지 취재로 궁금증 고조
2) 전개와 검증(승)
- 본격적인 항해 시작, 항해의 단계
- 몰입감 있게 사건을 배열했나 : 현지 행방 추적, 지배인 인터뷰, 민변 인터뷰
- 긴장감은 상향곡선을 향하는가 : 이항대립 존재, 여종업원 행방 찾는 여정
- 검증 과정이 존재하나 : 지배인 증인 검증 등
3) 절정과 반전(전)
- 높은 파도, 괴물 출현, 결정적인 단서 확보, 모험의 단계
- 결정적인 인물 단서 이 출현하나 : 드디어 만난 여종업원들, 드러나는 전모
- 갈등은 최고조로 올라갔나 : 보도를 막고 진실을 밝히지 않는 정부기관
4) 해결과 여운(결)
- 역경을 이겨내고 집으로, 귀향의 단계
- 대립과 갈등의 해결 방안은 제시했나 : 민변, 국가인권위에 진상 규명 진정
- 여운이나 감동이 남았나 : 여종업원들의 딜레마, 시대의 아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