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모임활동
[리치리치] “자기 감정의 주체로 살아가는 법 – 심리건강 세미나”
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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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트라우마 연구회 '리치리치(Reach-Rich)'가 지난 10월 16일 모임을 가졌습니다. 연구모임에서 제공한 강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 주제 : “자기 감정의 주체로 살아가는 법 – 심리건강 세미나”
□ 강사 : 인현진 심리상담가 / 스트로베리 심리센터 대표
언론인의 트라우마와 정신건강 연구모임 ‘리치리치’에서는 10월, 심리상담가 인현진 스트로베리 심리센터 대표를 만났습니다. 강의에 앞서 <어른의 감정 수업>을 읽고, 현대인들이 느끼는 심리학적 문제와 관련 에피소드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인 대표는 이번 강의에서 “현대사회에서는 흔히들 ‘감정’을 미성숙하고 불필요한 존재로 취급하고 억누르기 쉽다”며, “감정은 해치는 게 아니고, 잘 들여다보고 수도꼭지를 잠그고 틀듯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를 위해선 자기감정의 주체 감각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는데요. 아래는 인 대표의 강의 내용과 참가자들의 질문에 대한 강연자의 답변을 바탕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 감정은 피하는 게 아니라 다루는 것
감정은 나를 해치지 않습니다. 많은 현대인들이 감정은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얘기하지만 일변 맞는 말이지만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사회생활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이 치밀어 올라도 곧바로 표현하지 안 하고 참는 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드는 감정 자체를 외면하고 이를 무시하면 나중에 다른 방향으로 반드시 나타나게 돼 있습니다. 마치 풍선효과처럼 엉뚱한 데서 터지는 거죠. 감정을 잘 느끼려면 신체 반응을 관찰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나면 얼굴과 몸에 열감이 생기고, 소위 뒷목이 뻐근해지는 게 바로 심리적 감정이 신체화로 발현되는 예시입니다.
감정이 폭발하려고 하면, 호흡으로 조절하는 게 좋은 방법입니다. 호흡에 집중하며 호흡을 가르다 보면, 감정을 스스로 분석하게 되는 데 이게 바로 ‘들여다보기’입니다. 그러면 외부 자극에 곧장 부정적인 감정을 분출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습니다. 분노를 예시로 들어볼까요? 이렇게 감정 들여다보기를 하면, ‘분노한 내가 있다’를 인지하게 되는 거죠. 감정과 행동을 동일시하는 게 아니라, 내가 느끼는 감정과 그 감정을 인식하는 행동이 분리가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감정 표출로 후회하는 일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감정을 조절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감정이 축적돼 성격이 되기 때문입니다. 조직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 ‘성격이 나쁘다, 이상하다’라는 사람이 꼭 있죠. 외부에서 바라보는 그 사람들의 성격은 아마도 감정 조절에 실패하면서 안 좋은 인상이 모두에게 경험으로 쌓이면서 형성됐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예민하고 모난 부분이 한두 가지 있는 건 좋은 일입니다. 가시가 전혀 없으면 다른 사람들의 무시를 받을 수가 있잖아요. 하지만 이게 본인의 성격에 대부분이 되면 좋진 않겠죠. 그래서 내가 어떤 때에 불쾌감을 갖는지, 감정 반응의 메커니즘을 파악해놓는 게 좋습니다. 권장하는 건 ‘감정 일기 쓰기’인데, 오늘 하루 내가 느꼈던 감정을 글로 써보고 원인을 분석하다 보면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파악하게 됩니다. 글로 나를 들여다보게 되는 거죠.
감정은 나의 주인이 아니라 손님입니다. 손님으로 나에게 찾아온 감정을 잘 대접하고 보내줘야지, 감정이 주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나를 마음대로 휘두르게 해서는 안 됩니다.
□ 자동적 사고를 멈추는 방법
순식간에 떠오르는 생각을 ‘자동적 사고’라고 합니다. 합리적인 판단이나 깊이 생각한 결과가 아니라 말 그대로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사고인 거죠. 자동적 사고에 익숙해지면 불만이 많아지고, 성급한 일반화를 쉽게 하고, 불쾌한 감정 상태에 오래 머무르게 되며, 걱정이 많아집니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본인이 자동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자각하지 못합니다. 더 극단으로 가면 흑백논리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마치 세상에 실패 아니면 성공, 좋음 아니면 싫음 같이 양극단밖에 없는 걸로 인식하게 되는 거죠. 세상은 흑백 둘뿐이 아니라 명도가 다양한 스펙트럼입니다. 바로 grey zone을 넓혀야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겁니다.
이 ‘자동적 사고’에서 벗어나려면 내가 평소 당연하게 여기던 생각의 관점을 비틀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정말 그런가?”라고 자문하다 보면, 외부 자극과 자동적 사고 간의 틈을 만들어 늘 하던 대로 하던 생각을 멈출 수 있습니다. 대부분 자동적 사고는 부정적인 사고인데요. 자동적 사고를 막으려면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말하기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신이 쉽게 빠져드는 자동적 사고와 관련해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과 실제 객관화된 사실을 같이 적어주는 거죠. 관성적으로 하던 자동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나를 서서히 파괴하는 길에서 빠져나오게 됩니다.
이처럼 자동적 사고를 교정하는 건 ‘치유’의 일종인데요, 치유는 관점만 변화시켜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 번에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언젠가 온전히 해내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꾸준히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 누구에게나 고민은 있다
Q. 뉴스를 하다 보면 너무나 심각한 상황을 많이 마주하기 때문에 점점 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고민이 듭니다. 하도 사람들이 죽고 죽이고 다치는 일을 가까이서 접하다 보니 가족, 친구 등 주변에서 어떤 어려움을 토로하면 ‘별거 아니다’라는 마음이 듭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A. 너무 심각한 상황을 많이 보다 보니 일종의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게 내면화가 된 것 같습니다. 트라우마에 계속해서 노출되면 스스로 무감각하게 만드는 습관이 생기거든요. 현재에 집중해서 감각을 일깨워보세요. 가령 시각, 촉각, 후각에 집중해 보세요. 별거 아닌 게 아니게 될 겁니다. 그게 공감이 안 된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심리적으로 지쳐서 그렇습니다. 공감이 잘 안될 때는 형식적으로라도 위로를 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만들기도 합니다.
Q. 직장을 생각하면 두려운 마음이 생깁니다. 사람들의 평가도 공포스럽고, 스스로 잘하지 못할까 봐 걱정됩니다.
A. 자신이 수행해야 하는 일에 대한 기준치가 너무 높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인정욕구가 많은 사람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나를 갉아먹기도 합니다. 인정욕구를 분산시키는 게 중요한데요. 또 내가 너무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나를 스스로 인정해 주지 않으면 타인의 인정에만 기대게 됩니다. 골대가 자꾸만 뒤로 가는 삶은 지치기 쉬운 삶입니다. 자신의 목표치를 너무 높게만 잡으려 하지 마세요.
Q. 직장에서나 칭찬을 받을 때, 기분이 좋다가도 ‘스스로 부족한 걸 아는데 칭찬을 받았다’는 마음 때문에 불안합니다. 즐거운 일이 있을 때도 ‘언제까지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불안한데요.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요?
A. 어린 시절에 크게 느낀 상실감이 있나요? 상실의 경험이 큰 사람들은 종종 불안을 느끼기 쉬운 체질로 변화하기도 합니다. 불안은 억압에서 옵니다. 나의 어떤 감정을 억압하는 게 불안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상실→억압→불안의 연결고리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감정 일기를 써보세요. 내가 불안해하는 만큼 불안한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으면 불안이 차츰 사라질 겁니다. 깔깔 웃는 것처럼
Q.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과 자꾸 비교하게 되고 스스로 초라하다고 느껴집니다.
A. 결혼은 스트레스 지수가 굉장히 높은 인생의 과제입니다. 그렇게 느끼는 게 당연합니다. 다만 부러움의 대상을 다양화해보세요. 세분화하다 보면 내가 가진 강점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다른 사람의 부러운 점이 자꾸 보인다면 ‘관점 비틀기’를 해보세요. 내가 그만큼 좋은 걸 잘 알아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인 거죠. 그리고 자꾸만 남과 비교하는 습관은 내면에 헛헛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헛헛함을 다른 사람과의 비교우위로 채우려고 할 수 있거든요.
Q. 아이를 양육하면서 아이가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고민을 말하지 않습니다. 이럴 땐 직접 물어보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가만히 있는 게 나을까요
A. 어쩌면 아이가 신호를 준 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바로 캐치하지 못한 걸 수도 있고요.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가 힘든 일이 있는 걸 알 때, 팩트체크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언제든 힘든 일이 있다면 말하라고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합니다.
Q. 연인과 헤어졌지만 쉽게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A. 이별 후에 받아들이는 시차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상대방이 너무 급작스럽게 이별을 고했다면, 아직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아 잊지 못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시간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