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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물] 한국의 대외전략에 대한 점검과 새로운 제안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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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분야 공부모임인 '한우물'(간사:홍제표 CBS 부장)이 지난 2월 27일 모임을 가졌습니다. 연구모임 대표이자 간사인 홍제표 기자가 정리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 주제: 한국의 대외전략에 대한 점검과 새로운 제안 

□ 강사: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플라자 프로젝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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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물 연구모임 회원들이 김흥규 소장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이번 한우물 모임에서는 미중 전문가인 김흥규 아주대 교수를 강사로 혼란한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 외교 정책의 방향을 중심으로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김 교수는 오늘 국제체제는 과거 냉전기 양극체제나 탈냉전 초기 미국 패권의 단극체제와는 질적으로 다른 다극 또는 무극 체제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혼돈이 확대되는 강대국 간의 세력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오늘 한국의 악화된 안보정세는 오면초가(五面楚歌) 또는 ‘퍼펙트 스톰’으로 불리는데,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 2010년대부터 시작된 ‘중국의 부상’과 이것이 촉발한 연쇄반응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핵 무장에 성공하여 핵보복억제력을 점차 확보하고, 역내 초강대국인 중국과 전략적 연대 및 북·러 협력 체제를 구축했는바, 한국은 비핵국가로서 북한의 핵위협을 상대해야 하는 전대미문의 안보위기를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일본은 북한 핵무장, 중일 경쟁, 러시아의 부활, 미국의 상대적 세력 약화와 예측불가(트럼프 행정부) 등 악화된 외교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2010년대 중반부터 미일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법제 개정을 통해 “사실상 보통국가”로 변모하였다. 방위비는 급격히 증대되고 있으며, 한국과는 관계 개선을 희생하더라도 과거사에도 구속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제국과 초강대국 복귀를 꿈꾸며 같은 대륙세력인 중국과 반미-반서방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동유럽서 나토의 동진을 저지하고 세력권 회복을 추구하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에 이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헌장이 보장하고 전후 관행화된 침략전쟁과 국경 변경 금지를 공공연히 위반한 사례이다. 이 전쟁은 기존의 국제정치 관행에 큰 충격을 주면서,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을 촉발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오늘 국제체제의 극적인 변동을 촉발한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정치·경제적으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여 온 바, 최근 동북아에서 전개되는 미중 전략 경쟁의 한가운데 위치하여 국내에서 한국의 외교·안보 노선을 둘러싼 논쟁이 분분하다. 미중 전략 경쟁이 전 공간과 분야로 확장되고 심화되면서 한국에 대한 양자택일의 압박이 증가함에 따라, 종래 한국의 미중관계 대응전략으로 알려진 ‘안미경중(安美經中)’과 ‘전략적 모호성’은 그 효용을 다했다. 새로운 대응전략이 시급하게 필요한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자 자유진영 국가로서 미국의 보호와 지원 아래서 고도 경제성장에 성공했고 국력이 크게 신장되었지만, 냉전의 보호망과 미국 패권이 사라진 후 한국은 매 순간 외교안보적 선택을 해야 하고, 그 결과도 감당해야 한다. 한국민은 민주화와 선진화 달성, 세계 10대 경제대국, “30-50클럽”에 7번째 진입 등의 높아진 국력과 자긍심에 상응하는 새로운 외교안보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외교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과 정치권은 한국 외교가 보다 국익에 충실하고, 전략적이며, 원칙에 기반한 외교(국익외교·전략외교·원칙외교)를 추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전문가들은 아직 국민과 정치권이 공감하는 국익, 전략, 원칙의 내용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외교안보전략에 대한 기존 연구과 제안은 대체로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한국의 국익과 한미동맹을 동일시하여, 이를 벗어나는 행동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미국이 한국에 최고의 외교안보적, 경제기술적 자산이지만 이를 국익과 동일시하는 것은 과도하며, 미국에게 한미동맹이 자신의 국익을 위한 수단·방법이듯이 한국도 한미동맹을 마찬가지로 취급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 외교안보전략의 이상적인 모델로 일본과 호주의 외교전략이 제시되는데, 이 국가들은 국력, 북한 문제, 경제적 자립성, 정체성, 역사적 경험, (중국과) 거리 등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참고하되, 기준점으로 삼는 것을 경계하여야 한다.

셋째, ‘동맹 방기’의 위험성을 우려하여 동맹정책의 선명성만이 유일한 미중관계 대응전략이라는 주장을 보수 진영이 선택하였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동맹 방기’는 동맹에서 열등한 피후원국(한국)의 선택이 아니라, 우월한 후원국(미국)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이므로 한국의 선택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주목하여야 한다. 오히려 ‘동맹 방기’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이 스스로 전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동맹 종속형이 아니라, 자율성이 가미된 동맹 협력적인 외교안보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미중 경쟁에 대한 옵션으로 주로 3개의 입장이 있다면서, 

첫째, 외교안보의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던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자는 전통적 입장 

둘째, 미중 양자택일의 압박을 거부하고 전략적 모호성을 발휘하며, ‘안미경중’의 현행 실용외교를 지속하자는 입장

셋째, 미중 경쟁에 따른 외교안보 환경의 구조적 변동을 감안하여, 자율성이 높은 국익외교·원칙외교·전략외교를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한국적 대전략을 재정립하자는 입장이 그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시기라는 점에 공감하였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탄력적이고 유연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