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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언회] 괴물부모의 탄생과 무기력 사회의 도래

2024.03.05

본문

교육의 미래를 고민하는 '교언회'(간사:정성욱 EBS 교육비전프로젝트국 PD)가 2월 29일 모임을 가진 후 제공한 강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 주제 : 괴물부모의 탄생과 무기력 사회의 도래

□ 강사 : 김현수 교수/교장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성장학교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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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언회 회원들이 김현수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2023년 교육계 최대 화두는 교권 추락과 이를 부추기는 소위 ‘진상 학부모’의 출현이다.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난 이 현상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책을 마련코자한다. ‘내 아이를 창가에서 햇볕에 타지 않는 자리로 옮겨달라’,’학급 행사에 주인공으로 시켜달라’,’소풍에서 사진이 잘 안 찍힌 우리 아이를 위해 다시 소풍을 가 달라’ 등등 언론에 알려진 학부모들의 무리한 요구는 국민들의 일반적 상식과 정서에 반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일시적인가. 정답은 ‘아니오’다. 현재의 교육시스템과 공동체 문화를 바꾸지 않고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결국 우리 사회를 무기력하게 바꾸고 모든 사회 구성원들을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괴물 부모 현상의 배경과 의미>

• 괴물 부모 현상은 거시적 관점에서는 사회학적 관점이 중요하고 가부장제, 양육, 학벌, 경쟁, 반사회성의 요소들이 모두 어우러져서 나타난다 

• 이 과정에서 사랑을 잃은 부모들의 강박적 불안의 해소를 병리적으로 표현한 것이 괴물 부모 현상이다. 

• 괴물 부모는 배금주의와 특권주의에 기초한 도적적 타락의 징후이며 경쟁 사회의 공정성이 파괴되는 결과이자 염치, 양심이 사라지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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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러한 현상은 2000년대 중반 일본에서 나타났다. 한국보다 더 공고한 경쟁사회였던 일본은 소위 ‘사토리세대’의 등장으로 희망을 갖지 않는 젊은 청년층이 사회문제화가 되었는데 이는 특권의 공고화로 격차사회로 들어간 일본 사회가 중산층이 없어지면서 더 이상 계층 이동이 어려지고 동시에 더 나은 삶을 향한 노력이 없어지게 된 것에 대한 필연적 결과였다.


일본에서 처음 이 용어를 사용한 사람은 교육자인 무코야마 요이치(向山洋一)인데 그는 2007년에 『교실 투 웨이室ツーウェイ』라는 책에서 이 단어를 사용했다. <괴물 부모>라는 용어가 널리 알려지게 된 발단은 2006년 6월 신주쿠의 한 구립 초등학교에서 23세 신입 교사가 학부모에게 시달리다가 자살한 사건이다. 괴물 부모라는 용어가 결정적으로 일본 사람들에게 각인된 것은 2007년 NHK에서 방송한 〈클로즈업 현대〉라는 프로그램인데 괴물 부모의 사례를 소개하여 큰 반향을 불러왔고 2008년 7월부터 9월까지 방영된 <몬스터 페어런트>라는 드라마는 더욱 이 개념을 널리 퍼지게 하였다. 〈몬스터 페어런트〉는 11부작 드라마였는데, 불합리한 요구를 하며 악성 민원을 내는 학부모에 대항해 교사와 변호사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15년부터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기 시작했고 2023년 서이초 사건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어 전 국민의 관심과 교육문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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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부모들의 인식은 대개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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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괴물 부모의 심리적 특징은 마치 사이코패스 지식인이 지배하는 사회적 인식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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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괴물 부모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이들은 대개 3가지 유형으로 나타나는데 

1. 자신을 괴물 부모와 동일시하여 스스로를 나르시시스트화시키고 안하무인 행동과 폭력을 사용한다. 

2. 자신의 독립보단 부모에게 과도하게 의존하여 우울증과 과잉 불안, 약물 중독과 같은 폐해를 겪는다. 

3. 몇몇 아이들은 드물게 부모로부터 탈출하지만 이미 부모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짧지 않은 고통이 뒤따른다. 

즉 가장 큰 피해는 아이들이 입게 되며 우리 사회는 공동체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괴물 부모의 행동이 우리 사회의 공동체와 도덕을 해치는 존재임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다. 즉 ‘괴물 부모의 교사에 대한 부당한 개입’은 학급 공동체를 훼손한 것이고 ‘괴물 부모의 아이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또래 공동체를 훼손하는 것이고 ‘괴물 부모의 무리한 학교 운영에 대한 개입’은 학교 공동체를 훼손하는 것임을 자각해야 하며 그 적절한 대응 역시 개인이 아닌 공동체를 통한 구성원들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학교 공동체를 살리는 학급 안 또래 관계를 살리는 캠페인과 정책이 요구되며 이것은 건강한 부모들을 포함한 전체 학부모와 사회적 차원에서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괴물 부모의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부당한 개입을 막고 괴물 부모가 아닌 건강한 학부모를 중심으로 한 ‘학부모의 학교 운영 참여’에 대한 새로운 문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 과도한 학부모 개입 현상을 ‘괴물부모vs교사’의 대립적 구도로 해석하는 언론 보도는 심히 유감스럽다. 괴물 부모에 대한 대항 전선이 교사일수는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더더욱 안된다. 괴물 부모를 막아내는 것은 선량하게 공동체 유지를 바라는 건강한 학부모+학생+교사들의 공동체인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를 통해 궁 긍적으로 미래사회 주역으로 성장할 우리 아이들이 ‘혼자 잘난 아이는 좋은 아이가 될 수 없고 자기 혼자 최고인 것보다 또래 친구들이 최고라고 인정해 주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