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모임활동
[교언회] 교육 경쟁의 과거, 현재, 미래
2023.08.02
본문
교육의 미래를 고민하는 '교언회(교육을 위한 언론인 연구회)' 연구모임(간사:정성욱 EBS 교육비전프로젝트국 PD)이 7월 27일 모임을 가졌습니다.
연구모임에서 제공한 강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 주제 : 교육 경쟁의 과거, 현재, 미래
□ 강사 : 이범 전 메가스터디 강사, 현 교육평론가
1. 교육 경쟁의 역사
- 한국 현대사의 특징은 ‘평등’했다는 것으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과연 교육열과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었는지에 대해 원천적 물음을 던진다. 1960년 당시 한국의 1인당 GDP는 $155로 태국($101), 중국($92), 인도($84)보다 높았다. 즉 비슷한 환경의 국가들보다 결코 가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1949년 농지개혁으로 인한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교육력과 고성장이 가능했다고 봐야 한다.
- 교육 경쟁이 치열했던 원인을 3가지로 분석할 수 있는데 첫 번째 원인은 ‘문화적 전통’으로 유교 및 과거제도 등을 통한 ‘공부를 통한 성공’이 내재되어 있었고 두 번째 원인으로는 농지개혁으로 자산이 비교적 전 국민에게 골고루 분배되었으며 고도 경제성장기에 이뤄진 높은 소득분배율로 인해 ‘많은 경쟁 참여자’가 있었다. 즉 교육열의 원천은 ‘가난 극복’이 아닌 ‘평등 욕구’이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요인으로는 ‘심각한 대학 서열’을 들 수 있는데 현 한국 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준 일본 교육보다 대학 서열이 훨씬 심했다.
- 또한 대학 서열(대학 간 격차)의 구성요소를 살펴보자면 ▷재정: 학생 1인당 교육비, 교수대 학생 비율 등 교육의 질을 결정 ▷명성: 사회적 평판 및 그로 인한 후광효과(halo effect) ▷학연: 동문 인맥으로 인한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 ▷위치: 세계적 메가시티인 서울에 소재하는지 여부(in서울 프리미엄) 등 4가지 요인이 있다.
-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재정’으로 이에 따라 교육의 질이 결정되고 대학 서열과 학벌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현재 서울대 1인당 학생 교육비는 5,300만원으로 연세대 3.600만원, 성균관대 2,700만원, 중앙대 1,600만원보다 월등히 높다. 이른바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의 순이 거의 1인당 학생 교육비의 순서와 비슷하다.
- 성적순 선발(학생 서열화)이 대학 서열 원인은 아니다. 유럽의 핀란드, 스웨덴도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또한 학벌주의가 대학 서열의 원인 역시 아니다. 후발주자인 KAIST, 포스텍, 한예종, GIST·DGIST·UNIST 등은 단기간 명문 대학으로 등극했다. 이를 통해 대학 서열은 타고난 ‘자연 질서’가 아닌 재정으로 인한 교육의 질 상승이란 방법으로 바꿀 수 있는 ‘사회질서’임을 증명한다.
- 현재 주요 기업 CEO 중 서울대·SKY 출신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인데 과거 정부 주도의 경제 성장이 시장 주도로 넘어가면서 한국 사회 및 기업 등에서 ‘학벌 완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채용시장에서도 정기 공채가 아닌 수시 및 경력직 채용이 대폭 늘면서 스펙과 학벌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2. 대입정책 분석
- 먼저 교육 선진국 학생들은 어떻게 평가받는지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영국 대입시험(A 레벨) 역사 문항
: 지금까지 배운 전쟁들 가운데 하나를 선정하여, ‘전쟁이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명제의 타당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하시오.
: 히틀러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이유가 1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의 가혹한 배상 요구로 인한 복수심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근거를 들어 서술하시오.
▷ 프랑스 대입시험(바칼로레아) 철학 문항
: 진리는 경험을 통해 확증될 수 있는가?
: 우리는 욕망을 해방시켜야 하는가 아니면 욕망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는가?
▷ 독일 대입시험(아비투어) 수학 문항
: 기상 측정 데이터를 세 개의 그래프를 통해 보여준 뒤) 다음 3개의 상관계수 0.974, 0.911, 0.126 이 각 어느 그래프에 해당하는지 연결하고 그 이유를 쓰시오. 그리고 다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쓰시오.
- 이상의 국가들의 대입시험 문항들을 살펴보면, 문제를 풀거나 답을 구하라는 문항도 많지만 논리 전개 과정도 평가하여 답이 맞았다 할지라도 논리가 틀리면 감점을 준다. 반대로 답이 틀렸다 할지라도 단순 계산 실수이고 논리 전개 과정에 허점이 없으면 상당 수준의 부분 점수를 준다.
- 조선시대 과거시험(문과 대과) 문항들이 오히려 교육 선진국 대입 문항과 비슷하다.
: 하늘의 변화는 어떠한 이치에 따르는가? (명종)
: 공납을 토산품 대신 쌀로 바꾸어 내자는 의견에 대하여 논하라 (광해군)
: 노비 또한 하늘이 내린 백성인데 그처럼 대대로 천한 일을 해서야 되겠는가? (세종)
: 일본인들이 울릉도 주변 우리 백성들의 어로활동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우리 입장을 설명해도 들을 생각이 없다. 변방을 편안히 하고 나라를 안정시킬 방도를 강구해 나타내도록 하라. (중종)
- OECD 35개국 대입 제도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 대부분 입시(external exam)를 가지고 있으며 (예외: 캐나다, 노르웨이) 입시의 기능은 ①이수/낙제 인증을 위함이고 ②성취도를 측정·비교 (내신 편차 보정) 하기 위해서다. ▷ 대체로 입시와 내신으로 선발한다 (예외: 미국은 입시+내신+비교과) ▷ 입시는 대부분 논술형 (예외: 선다형인 한국, 일본, 미국, 터키, 칠레, 멕시코)이고 ▷ 입시·내신 대부분 절대평가 (절대등급/원점수/scaled score)를 하고 있다. 상대평가를 하게 되면 성적 우수자가 선호하는 과목은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며 이는 ‘합리적 과목 선택’을 방해하고, ‘다양한 교육’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
- 과연 대입 제도의 진화가 가능한가?
▷ 미국식: 입시와 고교 교육 분리하고 비교과를 반영하는 방법이 있는데 입학사정관제-학종 논란 와중에 비교과 과목이 탈락할 수 있고 미국처럼 고교에서 입시(SAT, ACT) 직접 다뤄주지 않으면 사교육 폭증할 우려가 있다.
▷ 유럽식: 입시를 논술형으로 변경하는 방법 있는데 유럽 국가들처럼 수능을 논술형으로 바꾸면 단기간에 사교육 폭증할 우려가 있다. 현재로서는 대입 경쟁을 줄이는 특별한 계기 없으면 대입 제도 개선의 어려움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