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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미디어연구회] 나리카와 아야 - 드라마 영화 속 한국 문화와 사회 모습

202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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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수연(윤세영저널리즘스쿨 조교)


한일 간 문화교류에 ‘훈풍’이 불고 있다. 그간 여러 문제들로 관계가 경색되기도 했지만, 영화와 드라마는 국가 간 장벽을 넘나들었다. 

6월 20일 오후 7시 정동 어반가든 갤러리. 신간 <韓國映畵·ドラマのなぜ?(한국 영화·드라마 왜?)> 저자와 만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저자인 나리카와 아야 동국대 일본학연구소 연구원(전 아사히신문 기자)은 200여쪽짜리 책 한 권에 한국 사회를 담아냈다. 한국 거주 8년차 일본인이 바라본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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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를 하고 있는 나리카와 아야 연구원


“2020년부터 일본에서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 한국 드라마 붐이 왔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생각해요.” 

나리카와 연구원은 최근 책을 내면서 일본에서 한국 문화가 주류가 됐다고 느꼈다. 

올해 5월 출간된 책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음식부터 습관, 사회 현상, 현대사까지 소개한다. 1장 ‘인사는 “밥 먹었어?”’에서는 음식에 관한 얘기를 다룬다. 

나리카와 연구원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방영 이후, 한국 치킨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일본 사람들은 치킨을 크리스마스때 먹는 음식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드라마 방영 이후 한국식 치킨집이 일본에 많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클라쓰> 포차씬에 나오는 ‘초록색 병(소주)’을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같이 먹는 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본에서는 개인별로 음식을 먹는 일(혼밥)이 많지만, 한국은 같이 먹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한 명이 논문을 써야 하거나 일이 있으면, 다같이 배달시켜 먹는 일이 많아요. 문화 차이가 있다보니 일본인 상사는 밥을 잘 안 사준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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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韓國映畵·ドラマのなぜ?(한국 영화·드라마 왜?)>


2장에서는 가족에 대한 얘기를 다룬다. 나리카와 연구원은 한국이 가족 관계가 더 돈독하다고 느꼈다. 나리카와 연구원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나의 아저씨>를 좋아하는데, 두 드라마에 공통적으로 나온 대사가 있다고 했다. 답은 바로 “아버지는 뭐하시냐?”라는 말이었다. 

실제로 나리카와 연구원 역시 한국에서 많이 받은 질문이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가족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 반면 한국에서는 남편 등 가족 얘기를 많이 물었다”고 덧붙였다. 

이 부분에 대해 북토크 참여자들은 “요즘은 그렇지 않다. 드라마 속 대사들에 문제가 있다. 한국 사회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미투(MeToo) 운동과 관련한 내용도 3장에 담겼다. 그는 “한국에 계속 지내다보니 미투 운동 이후 어떻게 바뀐 건지 체감하지 못했다. 그러다 <사랑의 불시착> 때 알았다. 일본 사람들은 드라마 속 자립적인 여성 캐릭터가 신기했고, 그 캐릭터를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4장에서는 ‘격차 사회와 청년의 곤경’을, 5장에서는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다뤘다. 나리카와 연구원은 군대를 한일 간 차이로 꼽았다. 그에게 BTS 군대 관련 얘기를 써달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했다. 

주거 제도도 차이가 컸다. “전세는 일본에 없는 제도라 다들 신기하게 생각했어요. 또 한국 친구들은 자가 마련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일본은 지진이 잦아서 대출 내 집을 사기보단 임대로 사는 게 나은 편이에요.”

나리카와 연구원이 제일 좋아하는 한국 영화는 <박하사탕>이다. “남자주인공의 20년이 94년 여름, 87년 봄 이런 식으로 거꾸로 간다. 그런데 80년도만 ‘80년 5월’이라 소개했다. 시대적 배경을 모르고 봤는데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박하사탕>은 저자에게 5.18 광주 민주화운동 영화로 각인됐다. 

촛불집회도 5장에 담았다. “일본은 투쟁, 학생운동들이 70년대까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어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회라는 답답함이 있어서 일본 사람들이 그런 시위나 운동을 포기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통령을 내려오게 한 한국의 촛불집회가 일본에서는 충격이었죠.” 저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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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미디어연구회 회원들과 북토크 참여자들


나리카와 연구원이 영화를 좋아했던 건 어머니의 영향도 컸다. 저자의 어머니는 ‘영화관 딸’이었다. 이번 책을 쓸 때도 어머니와 함께 목차를 만들었다. 그는 “이 책은 엄마랑 같이 낸 책”이라고 했다. 

북토크가 끝난 이후에도 4인, 6인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눴다. 예정된 진행시간인 2시간을 넘기고도 대화는 이어졌다. 

한편, 이날 모임은 ‘한일미디어연구회’가 주관했으며, 총 22명이 참석했다. 한일미디어연구회는 한국 기자들과 아사히신문, 지지통신 등 한국 특파원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이들은 한일관계에 대한 미디어의 역할을 연구하고 있다.


나리카와 아야 (成川 彩)

1982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시골 고치에서 자랐다. 영화관 집 딸인 엄마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다. 고베대학 법학부를 졸업했으며, 한일 월드컵이 열린 해에 한국으로 어학연수를 왔다가 한국 영화의 매력에 빠졌다. 오사카대학 대학원에서 통·번역을 전공했으며, 2008년에 아사히신문에 입사했다. 나라, 도야마, 오사카, 도쿄에서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다.

임권택, 봉준호, 허진호 등 한국의 영화감독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취재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영화를 배우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2017년 1월 아사히신문을 퇴사하고, 그해 3월 동국대학 영화영상학과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중앙SUNDAY, 아사히신문GLOBE+에 칼럼을 연재하는 등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2020년 <어디에 있든 나는 나답게>라는 책을 출간했다. (강사 프로필은 책 속 저자 소개를 참고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