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업

연구모임활동

[이것이 청춘의 끝이 아니다] 야마다 마사히로 -日청년들은 왜 결혼을 포기했나?

2023.06.11

본문

저출생 문제를 연구하는 '이것이 청춘의 끝이 아니다.(간사:조소희 JTBC 기자)'에서 6월 11일 일본 대표 사회학자인 야마다 마사히로 씨의 강의를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연구모임에서 제공한 강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 주제: 日청년들은 왜 결혼을 포기했나? - 일본의 현상을 한국의 저출생 현상에 접목해 분석

□ 강사: 야마다 마사히로 (일본 주오대학 사회학부 교수)


△ 저출생이 심각해지는 일본의 현실


저출산 지표

가족사회학, 특히 일본의 저출생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저출생이 큰 화제인데, 일본에서도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저출생은 여러가지 지표로 알아볼 수 있는데 세 가지 지표로 설명드리겠다. 첫번째 지표는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낳는 자녀 평균의 수를 말한다. 합계출산율은 2.1이 기준이다. 여성 한 명당 2명 정도 아이를 낳게 되면 인구는 유지가 된다고 추측할 수 있는데 2.1이 밑돌면 장기적으로 인구가 감소한다. 두 번째 지표는 ‘출생 수’이다. 출생아 수를 뜻하는데 태어나는 아이는 가임기 여성의 수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올해 태어난 아이가 30년 후에 출생을 한다고 예측할 때, ‘미혼율’도 중요한 지표다. ‘미혼율’이란 한 번도 결혼한 적 없는 사람의 비율(25~34세 미혼율)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에서는 미혼 출산이 적다. 스웨덴에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경우는 50% 정도지만 일본은 2%에 불과하다. 일본에서는 동거하는 사람이나 연인이 있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일본의 저출생 실태

세 가지 저출생 지표로 현재 일본의 저출생 실태를 알아보자. 먼저 합계출산율이 줄어들고 있다. 1950년대에는 4명을 웃돌던 지표가, 1973년에는 2.14명, 1989년에 1.57명이 되었고 1995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작년인 2022년에는 1.26명이 되었다. 출생아 수도 감소하고 있다. 1949년에는 270만명, 1973년에는 209만 명, 그리고 2022년에는 77만 명이 되었다. 미혼율 역시 증가하고 있다. 2020년 30~34세 남자 미혼율은 52.9%, 여성은 38.5% 였다. 남자 2명 중 1명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이며 여성도 3분의 1이상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고 아기를 낳는 경우가 없어서 미혼율이 큰 원인이다. 50세 미혼율은 남성이 28.3%, 여성이 17.9%였다. 


지역적으로도 큰 편차를 보인다. 도쿄에는 23개 구가 있는데, 도쿄 중심부는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아이의 수가 늘어났다. 반면, 지방에서는 아이의 수가 줄어들었다. 아키타현에서는 20년 전에 비해 새로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홋카이도는 40% 줄어들었다. 


일본은 기시다 총리가 올해 초에 다른 차원의 저출생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다른 차원의 저출생 대책이란 무엇인가? 이는 아이의 출생률이 줄어드는 것 뿐 아니라 인구수가 줄어드는 것이 큰 위기라는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1989년부터 저출생이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합계출산율이 1.57이 되고 나서야 충격을 받고 일본 정부가 저출생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출산율은 왜 급감했는가? 30년간 저출생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저출생 시작 초기에는 아이 수가 별로 줄지 않았다. 30년은 한 세대에 해당한다. 저출생으로 자녀를 낳을 수 없는 세대가 출산 적령기를 맞이했다.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지지 못하고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가게 됐다는 것이 포인트다. 스웨덴 및 프랑스도 출생률이 줄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대책을 잘 세워 신생아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30년이라는 시간을 흘려 보냈다. 이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정부는 왜 저출생을 30년 이상 방치했을까? 

1) 위기감이 없었다. / 1990년대에는 출생아 수가 감소하지 않았고, 2000-10년에 완만하게 감소했다. 정부는 30년 후에 일어날 일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2) 저출생의 원인을 잘못 보고,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 서구의 저출생 대책을, 문화가 다른 일본에 적용했다.

유럽의 저출생 대책은 육아휴직 제도를 운영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된다는데 있다. 하지만 육아 지원책은 도시 정규직 맞벌이 부부에게만 효과가 있었다. 도쿄 신주쿠 아동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저출생이 심각해졌다 하더라도 전세계적으로 인구가 많아서 식량이 부족할 정도인데, 오히려 저출생은 좋은 것이 아닌가?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출근길 만원 버스, 만원 지하철을 다니며 인구가 줄어들고 출산율이 줄어들면 오히려 좋지 않냐고 농담처럼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저출생은 왜 위기인가? 장기적 쇠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2021년 현재 20세 인구는 113만명인데, 20년 후면 77만명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일본 대학 정원을 생각했을 때, 폐교하는 학교가 늘어난다. 노동력 역시 부족해진다. 간병 등 돌봄 인력이 대폭 부족해진다. 2040년에는 100만 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 역시 경영난으로 폐교가 된다. 교수 입장에서 교수라는 직업도 필요 없게 된다. 올해만 일본 2개의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서 폐교된다는 뉴스가 나왔다. 대학이 폐교되는 것은 상관 없지 않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출생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연령층에서 인구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젊은 층만 없어지고 젊은 층이 부양해야 하는 고령층만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0년대 고령화율(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은 일본이 12.1%, 이탈리아가 14.9%, 미국 12.6%, 한국이 5.2%였다. 30년 전 일본과 한국의 고령화율은 나쁘지 않았다. 2021년 현재 일본은 28.9%로 세계 1위이다. 몇 년 후에는 65세 이상인 인구가 3분의 1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는 23.3%, 미국은 16.6%, 한국은 16.7%이다. 고령자의 비율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10년 후, 20년 후 고령자가 침대에 누워서 움직이지 못할 때 누가 나를 도와줄 것인가? 젊은 사람들이 도와줘야 할텐데.. 라고 걱정을 하게 된다. 아이들이 줄어들고 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만원 전철 문제는 해소될지 몰라도 사회보장비의 부담은 심각해질 것이고 현역 세대 수준이 계속해서 낮아지는 빈곤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일본의 저출생 최대 원인은 ‘미혼율’, 즉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결혼한 사람들은 2명의 아이를 낳고 싶다고 말한다. 30년 전부터 일본의 젊은이의 4분의 3은 결혼을 하고 2명을 낳아서 기르고 있다. 그러나 결혼을 하지 않는 여성들이 늘고 있고, 연인을 사귀지 않는 여성들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한국은 어떠한가? 합계출산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2022년의 출산율은 0.78이다.(일본은 1.3) 일본보다 더 급박하게 저출생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처럼 결혼하고 싶어도 못하는 젊은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고, 결혼해서 낳는 자녀의 수가 일본보다 줄어들고 있다. 데이터로 볼 때, 결혼 의욕도 자녀를 낳고 싶은 의욕도 일본보다 낮다. 이것을 방치한다면 일본보다 심한 저출생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 격차 사회의 진행과 결혼난의 출현


결혼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을 했는데, 지금 80세 분들은 예전에 97%가 결혼을 했다고 말한다. 50~60년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미래에 자연스럽게 상대를 만나 결혼할 수 있었다. 대부분 상대를 찾아 나서서 결혼을 했던 것. 저는 요새 학생들에게 ‘지금 여러분의 25%는 평생 결혼을 못 할 거예요~’라고 말한다. 결혼한 사람도 안심할 수 없다. 지금 일본에서 세 커플 중 한 커플은 이혼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인구의 75%의 결혼한 사람 중 25%은 한 번은 이혼을 하게 된다. 여러분 중 결혼을 하고 이혼하지 않고 평생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은 2명 중 1명 뿐이다. 학생들은 ‘결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라고 말한다. 


원인은 무엇일까? 옛날 일본 사회는 중산층 사회였다. 격차가 굉장히 적은 사회였다. 1990년대까지는 경제성장이 굉장히 눈부셨다. 복지도 굉장히 발전했다. 1980년대 말에 버블경제라는 말이 유행했다. 모두가 들떴다. 그것이 꺼진 게 1992년이다. 한국 외환위기가 터진 것이 1997년. 일본도 타격을 입었다. 1990년 후반부터 경제 격차가 벌어지게 되는 상황이 커졌다. 결혼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됐다.


결혼의 의미 

결혼의 의미는 무엇인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심리적 측면이다. 바로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살고 싶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은 결혼의 의미가 첫 번째에서 끝난다. 두 번째 이유는 경제적 측면이다. 일본이나 동아시아는 결혼에서 경제적 측면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결혼은 두 사람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외벌이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두 사람의 수입을 합쳐서 결혼 생활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긴 한데, 경제적으로 봤을 때 결혼 생활을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확산되는 것이다. 독신시절의 생활보다 결혼 이후의 생활이 나아질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결혼해서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면 결혼하기 싫을 것이다. 나아가 아이를 키울 때 내가 자란 환경보다 더 좋은 환경을 줄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하다. 일본, 한국,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중요한 이슈다. 그렇게 살게 할 바엔 결혼하지 않겠다, 교제도 안 하겠다라는 인식이 생긴다. 

 

반대로 1980년대 정도까진 97% 정도가 결혼했다. 그 이유는 40년 전까지는 결혼을 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부모보다 더 나은 생활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다. 하지만 1990년 이후에는 결혼을 해도 지금보다, 부모보다 더 나은 삶을 살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자식을 자신보다 더 잘 키우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요샌 부모랑 같이 사는 생활이 쾌적하다. 지금보단 나은 생활을 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결혼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도쿄에서는 1975년부터 조금씩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났다. 1972년에 고도성장기가 끝났다. 그때까진 연봉이 10%씩 올랐던 시기다. 이후 점점 성장률 떨어지면서 일본에서는 이른바 헤이세이 시대라고 부른다. 1980년대까지는 결혼을 해서 경제적인 걱정을 할 필요 없었다. 


나는 연애와 만남에 대해서도 연구한다. 1980년대까지 당시에는 직장에서는 젊은 싱글이 많았고 남녀공학이 확산되어서 만날 수 있는 상대가 많아졌다. 연애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1980년까지는 모두가 선을 봐서 결혼을 하는게 일반적이었다. 경제적인 불안은 0은 아니겠지만 거의 없었다. 일본은 남성 종신고용제/연공서열 임금제를 취한다. 연공서열제란 1990년대까진 중졸이건 고졸이건 기업에 취직을 하게 되면 평생 일할 수 있고 수익은 점점 올라가는 것을 뜻한다. 대졸과 중졸의 근본적 차이는 있지만 양자 모두 안정적으로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 여자의 입장에서 누구와 결혼하더라도 남성의 수업이 늘어나고 직장이 안정적이라 기대할 수 있고 나름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요약하면 1980년대까지 결혼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1) 경제적 걱정이 없었고 2) 만남이 쉬웠으며 3) 연애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 남자가 주로 일을 하면서 풍요로운 생활이 가능한 경제적 조건이 있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서면서 그런 풍습이 바뀌게 된다. 30대 이후 미혼화의 이유는 같은 3가지 요소로 볼 수 있다. 

1) 경제적 불안이 가장 크겠지만

2) 만남의 기회가 줄어들고

3) 연애에 대한 동경 자체가 줄어든다는 느낌이 든다.


학생들에게 결혼하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답한다.

‘연애 감정은 1년 정도면 끝나요! 그런 감정으로 결혼하면 안 되죠!’

연애에 대해 굉장히 시니컬한 청년들이 많다. 연애에 대한 동경 자체가 줄어들고 점점 만남의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만남 어플 사용하는데, 일본에선 많지는 않다. 어플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다. 교제 자체가 줄어든다.


경제적 불안감 

가장 중요한 부분이 경제적 요인이다. 청년, 특히 남성의 경제력이 감소했다. 불안정한 소득을 받는 남성이 증가했다. 1990년대 이전까지 물론 남녀 차별은 있었다. 여성은 결혼을 하면 일을 그만 두어야 하는 경우 많았다. 반면, 남성들 사이의 격차는 적었다. 현재는 여성들이 활약하고 수입을 벌어오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정규직이 되지 못하는 남성들도 많다. 일본에서는 정규 비정규직 차이가 매우 크다. 수입 불안정한 남성들 많아졌다. 


일본은 남성들이 경제적으로 모든 생계를 부양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깊게 있다. 수입이 낮은 남성들은 결혼 상대방으로 선택되지 않는다. 나아가 부모님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좋은 상대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지금은 결혼하지 못하더라도 부모와 같이 살아서 불편함이 없으니 부모 곁을 떠나지 않는다. 


1990년대부터 일본 경제의 구조적 전환이 일어났다. 세계화, 정보화, 서비스화가 되면서 일본 경제도 남성 전부를 빠짐없이 정규직으로 고용하지 못하게 됐다. 학력이 높지 않은 청년들은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4분의 3 정도는 정규직으로 보호를 받지만 수입이 불안정한 사람들 4분의 1이 남게 된다. 일본에서 정규직은 종신고용과 연봉서열로 뭐든 우위에 있다. 나도 대학 정규직 교수로 논문 하나도 안 써도 정년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정규직이 되지 못한 사람들은 힘든 생활을 하게 된다. 정규직과 결혼한 여성이 대략적으로 4분의 3 정도 있어서 아이를 둘 낳으면 좋겠다고 예측이 가능하지만 비정규직은 풍족한 생활 못해서 결혼을 하기 어렵다고 예상할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은 리스크를 굉장히 무서워한다. 아이들에게 풍요로운 생활을 보장하고 싶다는 인식이 크다. 하지만 그게 안 돼서 결혼을 기피한다. 나는 어렵게 자랐는데 지금 사람들은 풍요롭게 자랐기 때문에 지금 사람들은 기준이 높다. 쉽게 말해 눈이 높다. 


‘상대 어느 정도 수입이 있으면 결혼하겠냐?’는 질문에 남성과 여성 사이 인식이 크다. 남성 ‘크게 상관 없다’ 비율이 50%가 넘지만, 여성은 400만 엔(4천만 원)이 32%, 500만 엔(5천만 원)이 20%, 600만 엔(6천만 원)이 15%, 만 엔(1억 원)이상이 15%였다. 여성의 ‘크게 상관 없다’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영국에서 이 내용을 발표하자, 당신은 어떻게 이렇게 무례한 질문을 하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영국의 여성들은 결혼과 돈을 연결하지 않는다며 마음 속으로는 돈이 중요하겠지만, 입 밖에 꺼낼 때는 성격이라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내용을 중국에서 발표했더니 중국 사람들은 여성들이 상대방의 수입이 아닌 상대방의 부모가 얼마나 돈을 가지고 있는지 따진다고 한다. 일본은 그 중간 정도에 있어서 괜찮지 않나 생각했다. 


일본은 맞벌이가 늘어나고 있긴 한데 남편은 정규직, 아내는 연간 100만 엔(천만 원) 정도 버는 파트타임 일하는 경우 많다. 남성도 여성도 수입이 높은 경우는 없다. 수입이 불안정한 남성이 결혼 상대방으로 채택될 경우 적다. 반면 미국/유럽은 결혼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미국/유럽은 혼자 사는 게 일반적이다. 혼자 사는 것보다 두 명이서 사는게 경제적으로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한중일은 독신이 적어서 수입이 적은 남성과 결혼할 바에는 부모와 살겠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결혼이 줄어든다.


아마 한국도 일본보다도 더, 청년들의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지 않을까. 같은 무례한 질문을 한국에서 해봤다. 상대방의 수입이 어느 정도 되면 좋겠냐는 질문에 남성은 절반 정도 ‘상관없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남성 역시 ‘여성이 수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 


△ ”아이에게 힘든 일을 시키고 싶지 않다”


일본과 동아시아는 ‘부모-자녀 관계’가 ‘부부 관계’보다 우선이다.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 ‘아이에게 힘든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결혼하려면 연 소득 1,000만 엔(약 1억 원) 이상의 남성이어야 한다’고 말한 여성은 문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30대였다. 그는 ‘나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 음대까지 다녔고, 내 아이에게는 나만큼의 돈을 투자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봉이 그 정도여야 한다. 나는 가난해도 괜찮지만 아이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양에서는 자녀가 성인이 되어 독립하는 것까지 부모의 책임이라고 여긴다. 자녀의 양육은 성인이 될 때까지만이고, 고등교육비는 원칙적으로 부담하지 않는다. 서양에서는 장난감을 아이가 갖고 싶어해도 ‘네가 돈 벌어서 사야지’라는인식이 강하다. 반면 일본에서는 장난감 못 사주는 걸 속상해하고 창피해 한다. 

종교적 차이도 있다. 서양은 종교도 개인적인 종교 행위지만, 일본은 조상도 잘 모실 수 있게 해야 하기 때문에 대를 잘 이어야 한다, 잘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1980년대까지는 부모의 학력이 높지 않았다. 부모보다 아이를 더 잘 키우기 쉬웠다. 학비, 특히 국립대의 학비는 저렴하고 입시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 반면 1990년 이후에는 부모의 학력이 높아졌다. ‘부모 이상’이라는 높은 벽이 있다. 학력 등에 따른 청년들의 경제적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교육에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늘어났다. 자녀의 수를 줄이거나 애초에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한국은 일본보다 ‘자녀’의 교육적 성취에 집착하는 사람이 많고 입시 경쟁도 치열하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해서 평생 수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보다 아이를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키우고 싶은 마음이 더 크고 더 불안한 것으로 보인다. 


△ ’패러사이트 싱글’의 미래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s)이란? 기생충 싱글이란, 일본 성인 미혼자 대다수가 혼자 살지 않는 ‘미혼 성인 동거자’를 뜻한다. (1997년 닛케이 신문에 기고한 내용)


유럽과 미국과는 다른 미혼자 상인데, 서양에서는 경제적 자립, 자녀 자립, 주거 분리가 원칙이다. 반면 일본은 경제적 공동성을 유지하고 미혼자는 동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서 역시 서양은 커플 중심(부부-부모, 연인-자녀) 중심인데, 일본은 부모와 자녀 사이가 매우 친밀하다. 특히 모녀는 매우 친밀하다. 부모 사이는 외려 좋지 않다. 연인 비율은 낮다. 


이 배경에는 서양에서는 아이가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자립심이 강한 것을 들수 있다. 부모 역시 육아 부담은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 하고 그 이후는 자립을 강요한다. 반면 일본은 부모와의 동거를 부모와 자녀 모두 선호한다. 부모는 ‘아이들을 위한’ 의식이 강하고, 자녀들은 부모에게 의존하고 경제적 자유를 얻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부끄러운 것은 단지 돈이 없어서 소비를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들도 서서히 풍요롭지 않다. 부모한테 기생할 수 없는, ‘패러사이트 싱글’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상태로 중장년화되는 것은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일본과 마찬가지로 부모와 동거하는 사람이 많아 결혼의 경제적 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몇 십 년 후, 일본과 같은 부모와 동거하는 중장년층 미혼자의 생활문제가 나올 것 같다. 


△ 연애의 쇠퇴와 가상(버츄얼) 관계


일본은 결혼하는 사람들이 줄어든다고 했는데, 연인관계 수도 줄어들고 있다. 남성의 5명 중 1명만 여자친구가 있고, 여성의 경우 4명 중 1명은 남자친구가 있는 경우였다. 최근에는 이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 성 경험이 있는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 일본 성교육협회 통계자료에 의하면 1999년만 되더라도 남성은 62.5%, 여성은 50.5%가 성 경험이 있었는데, 2017년에는 남성은 47%, 여성은 36%로 줄었다. 나아가 성 관계에 대한 혐오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2020년, 일본가족계획협회 조사에 따르면 ‘섹스하고 싶지 않은’ 20대 남성은 30%, 여성은 40%라고 한다. 나아가 일본가족계획협회에 따르면, 출산 적령기 부부의 절반 정도가 섹스리스라고 한다. (2020년 조사 결과/ 16~49세 대상) 


가상세계에서 구원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 대체제로 여기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여자는 배신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이돌이나 운동선수,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에게 애정을 쏟으며 낭만적인 감정을 품는 경우도 많다. 파칭코, 게임, 마니아(오타쿠)에서 구원을 찾기도 하고, 애완동물을 가족 대체제로 여기는 경우도 있으며, 아이돌이나 스포츠 선수에게 애정을 쏟으며 ‘덕질’을 하며 가족을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나아가 일본에서는 돈을 내고 대화하는 여성을 찾는 경우가 있다. 카바쿠라(술집), 유흥업소가 그것이다. 일본은 매춘행위가 불법이지만 그런 곳이 많고 남성들은 그런 곳을 많이 간다. 


의사친밀성을 충족할 수 있는 관계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정직원이나 사회적으로 안정적으로 직업을 가진 경우에는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겠지만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가운데 결혼을 하지 못하게 되고 새로운 관계를 찾게 된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범죄율이 낮은 이유가 오타쿠 문화 파칭코 등등 상업공간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 등에게 사랑해본 적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 여성은 16%가 아이돌이나 탤런트에게 사랑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은 메이드 카페, 룸사롱에 가는 사람이 20% 가까이 있는 걸로 나타났다. 반려동물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는 여성은 50.7%에 달한다고 한다. 청년들은 결혼하지 않아도, 연인이 없어도 일단은 다양하게 행복하게 살아간다. 

f032e606b7a19ed7b1f56866b58254d0_1686718789_8798.jpg
'이것이 청춘의 끝이 아니다' 연구모임 회원들이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와 기념 촬영한 사진


※ 강사 : 야마다 마사히로 (일본의 대표 사회학자)

- 주오대학 사회학부 교수 

- 가족사회학과 감정사회학에 대한 연구

- ‘격차사회’ ‘패러사이트 싱글', ‘가족난민 ’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냄. 책 <가족 난민; 싱글화의 미래-양극화된 일본인의 노후> 저자 

-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산하 인구문제위원회

- 내각부 국민생활심의회 위원, 도쿄 아동복지심의회 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