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연구모임
[잡다한 Ai연구소] AI, 기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
2025.03.27
본문
2025년 연구모임으로 선정된 '잡다한 AI 연구소'가 3월 22일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AI, 기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진행된 회원들간의 토론 내용을 공유합니다.('잡다한 Ai연구소' 제공)
<연구모임에서 직접 제작한 '잡다한 Ai 연구소' 로고>
1. 논의 배경
일반적으로 ‘기자/언론인’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으로 자주 언급되는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부 기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한 단순한 정보 전달용 기사들은 AI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잡다한 AI 연구소'의 멤버들 모두가 현직 주니어 기자들인 만큼,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AI를 활용해 업무해 보고, 기자의 Ai 대체 가능성에 대해 평가해 보기로 했습니다.
2. AI, 기자들은 얼마나 활용하고 있나?
생각보다 많은 국내외 언론 사이 AI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법률신문에서는 기사 본문에 AI 요약본을 제공하고 있으며, JTBC는 과거 아침뉴스에서 AI 앵커가 진행하는 코너를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해외에는 더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한 보도 사례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일간지 ‘일폴리오(Il Foglio)’는 세계 최초로 AI가 전 과정에 참여해 만든 특별호 '일폴리오 AI'를 발행했습니다. 기사 작성, 제목 선정, 요약 등 모든 과정을 AI가 수행하였으며, 인간 기자들은 AI에 질문을 입력하는 역할만 맡았습니다.
잡다한 AI 연구소는 각자의 AI 활용 실태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대다수가 기사를 본격적으로 작성하기 전, 사전 취재 용도로 챗GPT나 퍼플렉시티(Perplexity)를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참고할 만한 국내 언론사의 기존 보도가 없는 주제를 다뤄야 하는 기자들은 챗GPT를 더욱 유용하게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방송기자들의 경우 특보 진행 시 다양한 배경지식을 빠르게 정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챗GPT를 자주 활용한다고 했습니다. 일부 기자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기사를 AI에 입력하여 학습시키며 자신만의 프롬프트를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이 경우, 학습이 진행될수록 기사를 더 정교하게 작성했습니다. AI가 기자 개인의 기사 작성 습관이나 경향성을 학습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3. AI, 얼마나 잘하나?
기자는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대부분의 경우 직접 사실 확인 작업을 진행하지만, 심층 취재를 위한 기초 자료를 찾을 때는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잡다한 AI 연구소는 단순한 정보 검색 용도를 제외하고, 기자 업무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다양한 작업을 챗GPT와 퍼플렉시티에 요청해 보았습니다.
1) 부속물 제작
기자들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래프나 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챗GPT에 원본 데이터를 제공하고 표나 그래프를 생성하도록 요청한 결과, 완벽하지는 않았으나 실무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의 부속물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긴급하게 속보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유용할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잡다한 AI 연구소에서 챗gpt에 요청한 파이 그래프 작업물>
2) 인터뷰 내용 재구성
취재원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원문 그대로 풀어 챗GPT에 입력하고 기사로 재구성하도록 요청했습니다. 문장을 자연스럽게 다듬는 기능은 뛰어났으나, 오히려 특정 기호나 엔터 추가 등의 단순 작업에서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또 정치인의 발언 등 특정 단어나 어미, 조사 하나에도 의도가 반영되어 있는 민감한 워딩을 다룰 때는 AI가 임의로 윤문을 할 경우 원래 의도가 변질될 위험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할 때에는 AI로 기초 작업을 하더라도, 보도 전에는 반드시 기자가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3)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기사 작성
국회에서 처리한 법안 관련 보도자료를 챗GPT와 퍼플렉시티에 제공하고 기사 작성을 요청한 결과, 매우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기사를 생성해 냈습니다. 보도자료를 직접 첨부해 보기도 했고, 기자가 자료를 요약해 제공해 보기도 했는데,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AI가 직접 보도자료를 읽어들이고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방송 기사, 그중에서도 중계나 연결 기사를 요청했을 때는 문장이 더욱 매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딱딱한 기사체보다는 구어체에 가까운 문장에서 더 성과가 좋았던 겁니다. 흥미로운 점은 기사 작성을 주문했을 때, 챗gpt가 임의로 가치 판단이 들어간 문장을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잡다한 AI 연구소에서 챗gpt에 요청한 방송 기사 결과물 – 보도자료에 없던 내용이다>
이렇게 작성하고, 기자가 몇 가지 추가 주문(길이 다듬기, 특정 문장 표현 수정하기 등)을 통해 완성한 기사는 같은 주제로 당일 보도된 기존 기사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4) 기사 기획(발제) 요청
현재 정치 상황을 반영한 기획 기사 아이디어를 요청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기존 언론사에서 다뤄볼 법한 무난한 기획안을 제시했습니다. 이 중 한 가지 주제를 골라 특별한 형식을 요청했을 때는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일부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굉장히 러프한 ‘발제 거리 찾아줘’라는 주문에도 비교적 디테일한 결과물을 냈다>
<실제로 기획해 봐도 괜찮겠다고 생각되는 제안들도 일부 있었다>
4. AI, 기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
논의 결과, 주어진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정보 전달성 기사를 작성하는 작업은 AI가 매우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우리 조만간 사표내야겠다”는 자조적인 농담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AI가 자체적인 자료 조사를 통해 기사를 작성할 경우, 잘못된 정보를 포함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사용자가 ‘이 정보가 정확한가’라고 질문하자, AI가 냉큼 사과를 하면서 다시 정확한 정보를 다시 제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용자에게 혼나기 전에 빠르게 사과하는 챗GPT>
퍼플렉시티의 경우,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인되는 정보는 제외하고, 오직 사용자가 제공한 정보만을 기반으로 답변하도록 설정할 수 있어 이러한 오류를 줄이는 데 유용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AI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재구성하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기자가 별도 검토 없이 바로 보도하는 것은 가짜 뉴스 확산 등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단순한 사실관계 확인을 넘어, 다양한 이슈 중 어떤 것을 강조할지 판단하는, 이른바 ‘어젠다 세팅’의 역할은 AI가 수행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AI를 슬기롭게 활용하되, 가짜 뉴스 등은 늘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