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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오랑서울] 인도네시아의 현재와 미래 – 베트남 발전 과정 대비 인니의 위치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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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인도 경제사회 연구회인 '오랑오랑 서울'은 9월 23일 인도네시아 대사를 역임한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을 초청해 '인도네시아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정리된 강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 인도네시아의 현재와 미래 – 베트남 발전 과정 대비 인니의 위치 -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전 인도네시아 대사)


  인도네시아의 잠재력 발휘에 기약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점차 잠자고 있던 코끼리 혹은 거인이 깨어나는 느낌이다. 미중 갈등 표면화로 인도네시아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주요 기업들도 전진 배치된 상태다.


  조코위 대통령이 올해 초 베트남을 두고 경계하며 한탄한 적이 있다. 이웃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석박사 졸업자 비율이 꽤 높다는 것이다. 베트남의 한 민간 기업에는 2,400명의 연구원이 있다고 했다. 조코위는 인도네시아에서 '미스터 신발왕'으로 불리며 한국 기업들의 현지 진출을 지원해 온 송창근 KMK 글로벌스포츠그룹 회장과 환담할 때 "왜 한국 기업들이 다들 베트남에만 투자하고 인니에 투자를 하지 않을까"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조코위는 1기 정부를 인프라 개발, 2기는 인적 자원 고도화에 중점을 뒀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전체 아세안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베트남에 비해 가진 강점은 일단 민주주의 제도다. 인니는 순조롭게 권력의 전환이 있고 극단적인 부분은 걸러지고 있다. 거버넌스 리스크가 낮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그에 비해 집단 지도체제의 권력 투쟁이 있어 리더십이 불안하고 사정 정국에 휩싸여 있다. 기업들이 관리했던 유력자들의 거취가 불분명해지면서 기업들의 투자 욕구가 얼어붙기도 한다. 아울러 베트남은 일방적으로 문을 걸어 잠글 때도 있어, 기업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한다. 임금 상승, 환경 규제도 엄격해지고 있다. 인니는 아세안 유일 G20 회원국이고, 핵심 광물들의 공급처이기도 하다.


  프라보워 대통령의 경우, 조코위 장남을 부통령으로 맞는 등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조코위 쪽과 정략 결혼 상태라고 봐야겠다. 프라보워가 가장 먼저 방문한 나라는 중국이었고, 이외 일본, 러시아, 튀르키예, 프랑스 등을 들렀다. 우리나라는 오지 않았다. 서방에서는 프라보워가 러시아를 간 것에 대해 특히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 프라보워는 일종의 금수저인데, 말레이시아, 스위스, 영국 등 해외에서 공부를 했고 수하르토(30년 넘게 인니 독재자로 군림) 사위다. 특전사맨이고 국수주의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시장의 반응은 우려가 좀 있다. 우선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신수도 건설하는 것의 몇 배의 재정이 든다. 그래서 재정 적자가 불어날 것이란 우려, 루피아 평가절하 우려가 있다. 조코위처럼 인프라 개발은 계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건설, 부동산 규제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에너지 시대로 가겠으나 전통산업(광산, 에너지)의 저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정책에 있어서도 우려가 있는데 '로컬 오너십'을 강조할 것으로 보여서다. 민족주의적 경제 정책으로 자동차, 전자, 섬유 분야 등이 새로운 규제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 규제도 강화될 수 있다.


  인니의 미래를 봤을 때 지나친 재정 부담으로 인한 루피아 변동 상황, 신용 등급의 하락 가능성이 엿보인다. 정부에 있어서는 현 재무장관이 월드뱅크 출신으로 10년간 장관직을 맡아왔는데, 이제 더는 안하겠다고 했다. 사실 외교장관도 10년 정도 하고 있다. 정부 구성이 약간 봉숭아학당 같은 느낌도 있지만 조코위는 당시 유능하다는 사람으로 핵심 관료를 꾸렸고 이들을 지속적으로 신뢰하면서 정부를 끌고 나갔다. 프라보워의 경우, 성향이 즉흥적이고 마초적이라 정부 인사로 누구를 지명할지 주목되고 있다.


  브릭스(BRICS) 가입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프라보워가 러시아에 간 이유도 이것 때문이라는 말이 있는데, 당장 인니의 반응은 본인들은 비동맹 외교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가겠다는 것이다. 인니는 OECD 가입 후보국이기도 하다. OECD는 서방의 선진국 클럽 성격이 짙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만 가입돼 있는 상태다. 심사 프로세스의 데드라인은 없고 OECD에 걸맞은 제도 등을 갖췄느냐 등을 따지는 일에 통상 4년 정도 걸린다. OECD 회원국이 되면 기업들은 이 나라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진다. 인니는 2050년에는 4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에서 매년 동남아 10개국 대상으로 하는 미중관계 인식 조사가 있는데, 주로 식자층을 대상으로 한다. 역사적 영향으로 일본이 1등이고, 2등은 중국이다. 중국 기업들의 인니 진출이 활발한 영향도 있고, 미국의 경우,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상황에서 이슬람 국가들이 미국에 강한 거부감(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을 갖게 됐다는 점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인니 학생들은 중국 유학은 잘 가지 않는데, 통상 중국이 자국인들을 채용하기 때문에 고용의 기회가 많지 않아서다. 거리가 가까운 호주 유학을 많이 간다.


  우리나라와 인니 간 차세대 전투기(KF-21)를 갖고 말들이 많이 있는데, 현장에서 노력을 했으나 현재 매끄러운 진행은 요원해진 상태다. 이 일은 조코위 이전의 대통령이 우리나라 이명박 정부(MB)와 맺은 것이다. 러시아제 전투기 등을 많이 가져다 썼던 인니에서 전략적 결단을 한 것인데, 인니가 우리에게 기대한 기술 이전 수위 등이 우리의 예상보다 높았던 듯하다. 내부에서 점차 KF-21로 적국을 막아낼 수 있느냐는 견해도 나오고, 조코위 입장에서는 본인이 진행한 것도 아니었으니, 안에서 이런 저런 얘기가 나와도 방어가 잘 안됐다. 대통령 당선인 프라보워 또한 외국에서 공부를 한 영향 등이 있어서 그런지, 한국이 미국이나 다른 선진그룹에 비해 한 수 아래라고 보는 경향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