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업

연구모임활동

[리치리치(Reach-Rich)] 언론이 조현병을 바라본 시각

2024.09.27

본문

언론인 트라우마 연구회 '리치리치(Reach-Rich)'가 지난 9월 11일 모임을 가졌습니다. 연구모임에서 제공한 강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 주제 : 언론이 조현병을 바라본 시각

□ 강사 : 이하늬 작가


이하늬 작가는 성인이 된 이후 삼촌이 조현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태껏 엄마가 알려주지 않았는데 회사를 관둔 이후 알게 된다.


정신질환 - 의료적 관점

정신장애 - 사회적 관점

→ 통상 정신장애라는 용어를 더 권장하지만, 정신장애는 장애 판정 기준이 신체 장애에 비해 확실하지 않다는 생각이 있어서 낯설 수 있다.


1. 정신질환 관련 언론 보도의 유형

- 범죄와 정신질환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는데 제목 등에 언급하는 경우.

- 범죄 관련 기사에 정신질환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이런 케이스가 많다.


- "폭력을 저지를 가능성에 대한 가장 믿을만한 지표는 과거 경력"이라는 말이 있다. 개인의 공격성은 타고난 것도 있지만 환경의 영향도 있고, 자해 관련 연구를 보면 여성보다 남성의 공격성이 훨씬 크다. 자살적 자해의 빈도도 더 높음.


- '조현병의 모든 것'이라는 책에 따르면 조현병이 개인의 기질을 변화시키는지에 관해 연구를 진행했다. 핵심은 조현병에 걸린 사람도 핵심 성격은 최소한만 변한다는 것. 조현병 등 질병의 유무와 관련 없이 일란성 쌍둥이라면 그 성격이 비슷하게 가는 것. 이 때문에 범죄 동기를 정신질환만으로 좁히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정신장애와 성격장애를 혼용하면 안 되는 이유기도. 성격장애는 속칭 '사이코패스'라고도 불리는 영역. '정신질환 환자=범죄자'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편견 때문에 치료를 미루어 중증도가 더 심해지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 의료기관의 정신장애 여부 판단이 이루어진 이전에 언급하는 것 지양. 특정 정신질환의 이름을 언급하기보다 그 질환으로 인해 당사자가 겪을 수 있는 증상을 언급하는 것이 낫다. 단순히 어떤 병이 있는 환자가 // 는 식의 보도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2.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

- 사회적 낙인이 있는 정신질환 관련 기사는 그 배경을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제도의 문제점 등 지적 없이 감정을 싣는 기사는 지양해야 한다.


3. 이와 같은 보도가 이어지는 것은 취재기자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신장애 자체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좋지 않은 사회의 탓도 있다. 특히 사회적 낙인이 심한 조현병 등은 당사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잘 오픈하지 않아서 더욱 알려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 


 ▷ 우리의 뇌는 너무나 복잡한 구조라 정신질환 발병의 정확한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특정 이유로 태어날 때부터 뇌가 취약한 사람이 있고, 이들이 스트레스가 큰 환경에 노출되면 정신질환이 발병한다는 정도의 설명이 가장 유력. 보통 정신질환은 마음이 약해서 발생한다고 하고, 생물학적인 이유에서 설명하려는 시도들도 있지만, 그러다 보면 정신장애가 갖는 사회구조적 맥락이 지워질 수 있으니 그런 부분만 너무 부각시키는 것 역시 좋지 않다. 


결국 생물학적인 요인 일부, 살면서 겪는 스트레스와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어우러져서 발생하는 것. 


4.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

- 환청: 가장 흔하다고 한다. 뇌가 충격에 받는 질환에 걸리면 본인이 가장 예민하거나 약한 감각에서부터 증상이 발생한다. 근데 사람들이 보통 청각에 민감하기 때문에 환청이 많이 발생함. 

- 망상: 아무 맥락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진 않다. 특정 사회의 맥락, 낙인, 개인이 가진 공포심 등이 어우러지면서 발생한다. 특히 종교적 신념이 강한 사람의 경우 망상이 종교적인 부분에서 발생하기도 함. '내 귀에 도청장치' 사건 당사자 역시 축구공에 맞아 고막이 파열된 상태였는데 귀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고, 그래서 도청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시작점은 대개 작은 실제 사실에서 발생, 여기에 여러 요인들이 덧붙여지며 점점 고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 조현병의 25% 이내는 발병 2년 이내 완전히 회복 가능. 25% 상당히 개선되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집단. --> 여기까지는 상위 50%. 병 자체에 대한 낙인이 심하니 이 경우는 많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면서 점점 심각해진다.


- 나머지 25%는 개선되지만 폭넓은 지원 필요, 재발하면 뇌가 충격을 받는 것이므로 IQ도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개선되지 않거나 입원을 계속하는 경우가 15%, 사망하는 경우가 10%. 조현병 당사자들의 수명이 대체로 짧다  

  ▷ 자살은 오히려 증상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 병식이 생기면서 본인이 보였던 조현병 증상을 뒤늦게 깨닫고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5. 조현병은 위험할까?

- 사실은 조현병 등 중증 정신질환 당사자는 범죄 가해자보다는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 병이 중증이라면 상황 판단이 어려워서 범죄를 계획하기 어렵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판단이 어렵다. cctv를 어떻게 피할지, 인터넷 검색을 어떻게 할지 등 진행할 수 없다. 사기 등 지능범죄 피해자가 될 확률도 큰 것.


- 가족과 사이가 나빠진다. 우울증의 경우 대부분이 병식(병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있는데 조현병은 병식이 가장 낮다. 그러니 가족들은 약을 먹이려고 하고 당사자는 이걸 거절하려고 하고. 그러다 보면 가족과 사이가 꾸준히 나빠지는 것. 가족에 의한 조현병 환자의 살해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는 이유. 보건복지부와 가톨릭대학교가 같이 한 연구, 가족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25세 이하는 극소수만 '매우 나쁘다' 65세 이상은 7% 이상이 '매우 나쁘다'


- 전체 형사 사건 중 피고인의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경우는 0.03%에 불과하다. (2018년 기준) 극소수에 불과한 것. 진단을 받으면 법무병원으로 간다. 정신장애를 진단받지 않더라도 심신미약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경우는? 

부산 '상윤이 사건'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2781139?sid=102) - 자폐 청소년이 특정 물건을 떨어뜨리는 반복적인 행동을 해 왔기 때문에 인정됨.


6. 언제부터, 왜?

- 정신장애인을 돌봐줄 마을과 가족공동체 붕괴, 정신장애인들이 스스로 일할 수 있는 영역도 붕괴되기 시작.


- 정신장애인이 지역 사회에 통합되어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주거' 살 곳이 있어야 사람들과 관계도 맺고 일자리도 구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선 이게 매우 부족함. 이들이 모여 살아갈 수 있는 '그룹홈' 역시 정신질환자 추정 사람 수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그 밖의 정신재활시설 (일방적인 '격리'가 아닌 위기센터, 재활센터 등등의 시설) 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은 전국에 7천 명밖에 안 된다. 전체 질환자의 2.3%에 불과. 정신장애인들을 돌봐주는 부모가 사망하고 나면 누구도 이들을 관리할 수 없어서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도 더 커질 위험성이 있다. 앞으로 5-10년이 지나 부모 세대가 사망하면 관련 사건도 더 많아질 수 있는 것.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인프라가 더 부족한 편. 입원 전후로 이들이 지낼 수 있는 시설 또한 매우 부족하다. 관리하지 않으면 절대 저절로 나아지지 않는다. 항상 더 나빠짐. 약간의 강제성이 있지만, 입원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지낼 수 있는 일종의 '위기 쉼터'가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부족함.


- 전문가들은 쉼터만 잘 관리해도 정신장애 관리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안인득의 경우도 그랬음 - 주거지가 있지만 관리의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 일본 사회는 이미 그런 시기에 들어갔다. 해결책은 주거 공동체다. 사회적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 정신 질환이라는 게 서서히 나타난다. 그런데 의료 시설도 너무 부족하다. 서서히 정신 질환이 심각해 지고 있을 시간에 가족들은 희망 회로를 돌린다. 나이지지 않을까. 이때 갈 때가 없다. 해외에서는 위기 쉼터가 되어 있다.


- 미국 뉴욕을 살펴보자. 여성 중증 장애인 쉼터, 자살 쉼터, 알코올 쉼터가 정비되어 있다. 이 위기 쉼터에만 잘 있다가 나와도 정신 장애 증상으로 인한 문제들, 범죄율이 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