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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 기사 스터디] '논픽션 저자가 되자'

2024.09.06

본문

'내러티브 기사 스터디'가 지난 8월 26일 모임을 가졌습니다. 연구모임에서 제공한 강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 주제 : '논픽션 저자가 되자’

□ 강사 : 장강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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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 기사 스터디 회원들이 장강명 작가의 강의를 듣고 있다.>


- 2009년 한국에 스마트폰이 처음 들어와. 스마트폰이 들어오며 미디어 업계가 굉장히 많이 변해. 그중 하나가 카드 뉴스. 2014년 카드 뉴스가 생겨. 스마트폰 때문에 생겼다고 생각해. 카드 뉴스 처음 만든 곳은 한 시민단체였음.

 

- 카드 뉴스가 퍼진 이유는 글자가 적어서. 그림책 구성이야. 카드 뉴스에 들어가는 건 총 8~10문장.  그런데 지금 언론사들은 카드 뉴스를 많이 만들지 않아. 왜냐면 카드뉴스도 못 보게 된 거 때문. 네이버에 2017년에, 다음에는 2016년에 기사 요약 서비스가 생겼음. ‘기사 요약 서비스는 편집권을 침해한다’고 진보 보수 언론이 한 목소리로 정식으로 항의를 해. 그런데 한 번도 이 기능이 철회되지 않음. 이용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 세 줄 요약이 문화가 됨.


- 이후 가치 있는 매체에 대해서는 구독료를 낼 거다. 그래서 구독료 모델이 등장해. 그런데 거기에 돈을 내는 사람은 ‘공정한 보도를 원하지 않고, 내 편을 대변하는 기사를 원해’ 그러니 돈을 받는 매체일수록 더 편향적이고, 더 과격해지고 돈을 쏘는 청취자들의 입맛에 맞는 기사만 나와. 그래서 구독료 모델에 대해서 회의적인 생각이 들어.


- 이후에는 인터랙티브 기사에 대한 시도가 나와. 기사가 너무 재미가 없으니까 기사를 정말 잘 써야겠지만, 동영상 유튜브랑 경쟁을 해야 하니 기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2013년에 뉴욕타임스에서 ‘스노우폴’ 인터렉티브 기사로 나와. 인터랙티브 장치가 66개가 들어가 있음. 이후 한국에서도 디지털 퍼스트 팀 등이 등장.  그러나 그게 ‘재밌나?’라는 생각. 막대그래프 올라가는 게 뭐가 재밌나라는 생각. 2017년 최상훈 뉴욕타임스 서울지국장이 기자 협회에서 받은 질문. 뉴욕타임스 인터렉티브 기사 왜 요즘 안 해요?라고 물으니 하긴 하는데 예전만큼은 안 해, 유저 프랜들리한 지도 모르겠고, 동영상 ONLY로 하든지, 혹은 움직이지 않는 그래픽이나 사진이 낫다고 생각해라고 답해.


- 근본적으로 기계가 문제. 기계, 즉 스마트폰은 긴 글을 보라고 만든 기계가 아니야. 쇼츠, 기껏해야 유튜브에서 10분 정도 보는 기계. 스마트폰 기계에 가장 맞는 건 릴스, 틱톡, 쇼츠. 긴 글 읽으라고 만든 기계가 아닌데 거기에 긴 글을 싣는다고 사람들이 볼까?라는 생각. 불가능한 싸움을 하고 있어.


- 이중 그나마 좋은 성과를 낸 게 중앙일보 출신 기자가 설립한. ‘롱 블랙’. 롱 블랙의 성공에 대해서 롱블랙은 텍스트 퀄리티가 매우 좋아서 성공했다고 믿고싶어하고 그렇게 주장을 하는데, 퀄리티도 좋지만, 그게 전부는 아냐. 롱 블랙 큰 전략 중 하나가. 하루에 기사를 하나만 보내주는데 지나면 볼 수 없어. 그니까 이걸 봐도 다른 링크로 안 가고 쭉 보게 돼. 링크의 유혹을 이기게 한 중요한 방식이었다고 봐.


- 그런데 이 기계에서 옆에 하이퍼링크가 있는 상황에서는 긴 기사 쓰기가, 아무리 첫 문장이 좋고 주인공을 만들고 내용이 좋고 해도 스마트폰에서는 쇼츠와 안 되는 싸움.


- 고려청자. 왜 조선시대에는 안 만들었을까? 조선시대 때 이미 고려청자를 만드는 기술이 사라짐. 텍스트로 전수되지 않는 테크닉들의 운명. 기사 쓰는 기술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사람들이 기사를 우습게 생각하는데, 사실은 기사 쓰는 게 어렵다는 건 언론인들이 잘 알 거야. 취재하는 법을 매뉴얼로 만들어보자. 다들 해봤을 것. 도공이 맨투맨으로 전수를 해줘야만 알 수 있듯이 저널리즘도 비슷하게 생각.


- 그런데 한국 언론사에서는 그런 것도 끝나지 않았을까. 회사는 남아있지만, 매스미디어 기업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런 기술을 전술하는 측면에서도 수명이 다하지 않았나. 이다음에 저널리즘은 유튜브를 저널리즘 등을 연구하지 않을까.


* 논픽션이 저널리즘을 대신할 수 있을까

- 한국 논픽션 저자들이 아직 취재를 하고 그걸 글자로 만들어내는 기술이 대단히 부족하다고 봄. 논픽션을 보면 어떤 것은 연구논문집 느낌. 아니면 피해자나 약자 입장에서만 서술한 내용. 


- 무조건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측면이 아님. 약자의 편을 드는 거랑 약자의 말을 믿는 건 달라. 모든 사람들이 부정확하게 이야기를 해. 왔다 갔다 물어보고 해야 팩트를 건질 수 있는데 그런게 없다는 것. 상대방 반론을 듣고 다각도로 취재를 하고 권위자를 취재하고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아쉬움이 있다는 것.


- 그래서 생각하는 게 언론사가 스마트폰에서 싸우면 불가능한 싸움이 되고, 하이퍼링크가 없고, 글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30-40분 동안 읽을만한 마음이 있어야 함. 그런 시장이 바로 ‘책’이야. 공교롭게도 한국의 논픽션 시장이 아주 작아. 거기에서 논픽션 저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아쉽게도 글을 재미있고 가독성 있게. 논픽션 쪽에는 제대로 된 저자가 없고, 언론은 잘못된 플랫폼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


* 논픽션을 하면 우리에게 어떤 전망이?

- 출판계도 어렵지 않나요?라는 질문이 들어와. 논픽션은 기자가 쓰는 논픽션은 인세를 노리는 게 아니고 다른 2개 시장의 입장권을 노리는 것. 무슨 입장권이냐 ‘IP 시장의 입장권’ ‘인지도 시장의 입장권’.논픽션 책을 쓰면 두 시장에 입장권을 들고 들어갈 수 있어.


* IP 시장의 입장권

- 재밌게 읽은 기자가 쓴 논픽션 : 재난, 그 이후(쉐리 핑크, 뉴욕 매거진 의학전문기자가 씀. 퓰리처상 수상 기자.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 그때 뉴올리언스가 엄청 침수되고 그랬는데. 거기 메모리얼 병원이 있었어. 그 병원이 5일 동안 고립이 돼. 중환자가 많았어. 뉴올리언스는 굉장히 더운 곳. 메모리얼 병원에 5일 사이에 구조대가 안 오니까, 어느 의사가 도저히 못 살 것 같은 환자들을 다 안락사 시켜. 이 작가가 수사 과정과 무슨 일이 있었나를 기사로 써서 퓰리처상을 받아. 그 이후 더 취재해 몇백 명을 취재해서 낸 게 이 책) / 배드 블러드(월스트리트저널의 존 캐리.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기술로 사기를 쳐서 최고의 투자액을 받아낸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


- 이 두 책. 나오자마자 판권이 팔려서 애플 오리지널에서 드라마화됨. 배드 블러드도 드랍아웃이라는 드라마가 됨. OTT가 생겨날 때,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어야 하니까 원작 확보 경쟁이 벌어져. 


- 한국에도 사례가 있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남산의 부장들’ 기자 출신이 쓴 작가 중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아마 남산의 부장들일 듯. 논픽션이 드라마틱 하게 쓰면 영화 판권으로 팔리긴 팔려.


- 최근 한국 영화 제작비 쭉쭉 오르고 있어. 드라마도. 논픽션 판권도 시세 올라가는 추세. 판권을 사고 그걸로 시나리오를 만들고, 그걸 가지고 배우들에게 가는거야. 배우가 한다고 하면 그걸 가지고 투자자들에게 가는 거야.


- 한국은 세계 영화 3위. 드라마 시장은 아마 세계 영화시장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추정. 인구 대비 IP 시장이 이렇게 큰 나라가 없어. 자국 영화 제일 많이 보는 순위 미국이랑 인도가 1,2위 번갈아가면서. 미국 인도 일본 중국 한국이 자기네 나랑 영화 챙겨보는 비율이 50% 넘는 나라. 한국은 영화 시장이 엄청 큰 나라.

 

- 한국은 드라마 영화 프로듀싱 산업이 거대하다. 영국 프랑스 비교도 안될 정도. 그 말은 모든 영화감독과 제작사가 시나리오 찾기에 혈안.


- 근데 한국 논픽션 영화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 올해 상반기 파묘 범죄 도시4는 관객 1000만 넘어. 그런데 200만부터 1000만 영화까지 넘은 게 한 편도 없어.


- 한국 영화 저예산도 100억. 아마 중간 규모 자본으로 만드는 영화가 많아질 것. 다만 특정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가 될 것. 그럼 필연적으로 ‘머니볼’ 같은 영화가 나올 것. 빅 쇼트 히든피겨스 노메드랜드 마인드 헌터 플라워 킬링 문 등의 영화.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모두 논픽션 원작. IP 시장의 관심사가 300만 정도 노리고 만드는 영화, 시청률 몇 퍼센트 정도 노리고 만드는 드라마들로 갈 것.


* 그러면 입장권이 될 논픽션은 어케 써야 할까

- 주인공이 있어야 한다. 한국 언론사들이 쓴 논픽션 책. 대부분 같은 얘기의 반복. 끝까지 안 읽어도 될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주인공이 없어. IP 시장에 들어가려면 주인공이 있어야 해.


- 아주 좁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재난 그 이후로 예를 들면 메모리얼 병원만 가지고 하는 거야. 메모리얼 병원의 앞뒤도 아니야 딱 5일만 가지고. 만약 한국 언론사였으면 1화가 메모리얼 병원 2화는 저지대 침수 3화는 다른 피해지역 이런식이었을거야. 1부 한 100페이지 읽다가 덮어도 다음날 주인공이 궁금해서 펴게 돼. 메모리얼 병원 2부의 주인공은 수사관 (1부는 안락사한 의사). 수사팀을 여론이 엄청 압박해. 여론과 싸우면서 수사를 하는데, 2부에서는 수사관에 몰입해서 읽게 돼.


- 배드 블러드도 1부 2부로 나누어져 있어. 1부 주인공은 내부고발자. 내부고발자가 평범한 사람인데, 갈등을 겪다가 내부고발하면서 1부가 끝나. 2부가 주인공이 기자 본인. 2부 시작이 ‘그 전화를 받은 게 나였다’라고 생각. 월스트리트 저널의 모토가 아무도 놀라게 하지 않는다. 테라 노스에 우리가 이런 기사 쓸거라고 알려. 그래서 테라노스가 빠방한 변호진 구성해서 압박을 해. 2부의 칼라이 막스는 기사 나가는걸. 흥미진진해서 보게 돼. 주인공을 삼을 사람이 없으면 기자 본인이 주인공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내 기사보다 내 기사 보도기가 더 재밌을 수도. 


* 내러티브 하는 방법.

- 병렬식 조립식 말고, 주인공이 있고 기승전결이 있게. 어디를 클라이막스로 할 것인가 누가 주인공이 도게 할 것인가에 중심을 두기. 클라이막스가 하나면 독자가 못 따라와.


- 미션 임파서블3 의 멀티 클라이맥스 구조 : 액션 클라이맥스, 미스터리 클라이맥스, 선악 대결의 클라이맥스, 러브스토리의 클라이맥스. 


- 어떻게 해야 재밌어지냐? 캐릭터. 이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이 사람이 주인공인데 어떻게 해야 더 재밌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슈퍼맨 배트맨, ‘나랑 닮은 사람’에 사람들은 관심을 가져. 되게 힘든 도덕적 판단을 해야 하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강하지 않은 사람이 엄청난 시련을 만날 때 어떻게 할까. 이런 지점에서 사람들은 몰입한다. 


- 슈퍼맨의 약점은 외로운 사람 자기가 누군지 아무한테나 말할 수 없어. 처음으로 사랑하는 여인이 생겼는데 내 정체를 말하는 순간 사랑을 거절당할지도 몰라. 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어. 아무한테도 말 못하는 이야기를 가진 사람으로 그릴 때. 겨우 가진 사랑이나 우정이 깨질 때.


- 배트맨은 좀 반대. 배트맨 약점은 콤플렉스 있고, 가면 쓰고 살아야 하고. 나랑 닮은 욕망을 불어넣으면 재밌어져. 배트맨의 욕망은 정의 구현이 아니야. 범죄자를 패주고 싶은 게 욕망. 내 손으로 패야겠다. 범죄자를 때리고 싶다는 욕망.


* 말을 5배로 늘려라.

- 기사 문장이 가독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 길어서 문제냐 그건 아니야.  다만 짧다고 괜찮은 건 아님. ‘격리 의무 전면 해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하다’라는 말. 현장감도 없고 사람들이 저런 말을 하지도 않아. 논픽션 단행본을 내려면 700-800매 쓸라면 무조건 5배 늘려서 써라


* 인지도 시장의 입장권 이야기

- 강연은 어떤 사람이 하느냐? 전문성 있는 유명한 사람. 결재하는 사람이 아는 사람이 결국에는 강연을 하게 된다. TV에 나오는 사람이 하는 것. 그러면 TV에 나오는 사람은 어떤 사람을 선택할까. 검증된 사람을 원해. 검증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이들은 초청이 어려움. 그러면 검증하는 수단은 책. 자신의 저서가 있냐는 것.


- 한 출판사에선 작가를 강연자로 키우기 위해 여러 지역으로 강연을 수십 번 다니도록 하기도 한다고 함. 책을 1권 냈다고 강연 요청이 오지 않아. 그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아야 옴. 그 분야 전문가 되기 위해서는 ‘같은 분야에서 책을 3권을 내라’ 책 판매량과 상관없이. ‘기사 검색’ ‘책 검색’인데 분야에서 책 3권이 나오면 전문가인가 보다 하고 강연해달라고 해. 


- 대부분 책 한 번 내보고 처참한 판매량을 기록해 다시 안 쓰거나, 책을 다방면에서 쓴다는 것. 한 분야에서 진득하게 3권을 내면 전문가가 됨. 그리고 분야도 잘 잡아야 해. 한 분야에서 책 3권을 내도 그 분야 박사보다는 못해. 애초에 학계가 없는 분야가 좋지. 현장이 있고 학자는 모르는 분야. 취재를 한 사람이 더 전문성이 있는 분야. 아니면 아직 한국이 발전 안 한 분야. 나의 출간 커리어를 계획을 세워야. 


-기자 출신인데 잘할 수 있는 건 뭘까. 학계가 없는 분야에서 잘 쓴 논픽션. 한겨레 남종현 기자의 동물 관련 책이 대표적. 


* 마무리

-제일 바라는 건 한국 기자들이 소모적인 보도를 그만하고 논픽션으로 영역을 확장하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