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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오랑 서울-인도네시아, 인도 경제사회 연구모임] 외교관이 바라본 인도, 언론에 비친 인도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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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오랑 서울-인도네시아, 인도 경제사회 연구모임'이 지난 7월 15일 모임을 가졌습니다. 연구모임에서 제공한 강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 주제 : 외교관이 바라본 인도, 언론에 비친 인도

□ 강사 : 신봉길 한국외교협회 회장 (전 주인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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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오랑 서울 회원들이 신봉길 회장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인도는 연방국이다. 면적은 한국의 30배, 인구도 30배 가량이다. 주(州)가 28개 정도이고, 주 하나가 우리나라만 하다.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이다. 전자 투표를 한다. 꼭 건반처럼 생긴 기계의 버튼을 누르면 된다. 개표는 하루 만에 가능하다. 재밌는 것은 부정선거를 제시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모디 총리의 인도국민당(BJP) 당원이 1억 명을 넘는다고 한다. 세계 최대 정당이다. 가입도 종이로 안 하고 전부 컴퓨터로 한다고 한다. 당사를 가본 적이 있는데, 굉장히 잘 지어놨다.


모디 총리는 굉장한 카리스마적 지도자다. 클린(Clean), 하드워킹(Hardworking)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적 부인이 있지만 사실상 혼자 산다고 보면 된다. 부인은 버스 타고 장을 보고(뒤에 경호차들은 따라붙고), 가족들은 시골에 산다. 아울러 '클린 인디아' 정책을 위해(노상 배변 없도록 하겠다) 2019년까지 1억 개 화장실을 건설했다. 하드워킹 부분에 있어서는 인도 쪽 차관 등 얘길 들어보면 모디 총리가 밤낮으로 연락을 해서 디테일한 것들을 물어본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 모디 총리 측이 과반을 못했는데, 일각에서 조금은 화색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모디 총리가 워낙 카리스마적이라 다들 눌려 있어서 모디 총리가 시키면 말도 못 했는데, 이제 말은 좀 꺼낼 수 있다는 분위기가 됐다는 것이다. 모디 총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워낙 좋아서 무난히 과반을 달성할 줄 알았으나 저변에는 모디 총리에 대한 피로감이 다소 있었다고 한다.


모디 총리는 친기업적 성향이 있고 웅변가(달변가)이다. 항상 아임 인 어 허리(I'm in a hurry), 마음이 급하다고 말하곤 한다. 이유는 '인도를 세계적 국가로 빨리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가를 굉장히 생각하는 사람이다.


인도대사를 지낼 적에 야당 지도자인 라훌 간디와 친분이 있었다. 가족들 다수가 암살당했기 때문인지 트라우마가 있는 듯했다. 자택에 갔을 때 보안 검사가 상당히 철저했다. 위험성 때문에 어린 시절 학교를 오래 다니지 못했고 개인교습을 받았다고 한다. 미혼이다. '모디 당'에 눌린 존재감을 찾기 위해 인도 남쪽 끝에서 북쪽까지 걸어서 3750㎞ 대장정을 하기도 했다.


아빈드 케지라왈 델리 주총리도 주목할만한 사람이다. 추후 모디 총리와 경쟁할만한 사람이 있다면 라훌 간디와 이 사람이다. 당명이 빗자루당(AAP)이고 수도 델리를 장악하고 있어서 '모디 당'이 수도에서 맥을 못 춘다. 빗자루당의 뜻은 '부패를 쓸어버리겠다'라는 것이다. 수도 세수의 40%는 교육 개선(공립학교 짓기 등)에 썼고 의료시설(보건소 2000곳 짓기) 확충 등에 썼다. 모두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다.


대통령은 사실상 총리가 지목하는데, 통합을 위해 사회적 소수자로 뽑는다. 현 당선인(드라우파디 무르무 대통령, 여성)도 부족민이고 직전 대통령도 천민 출신이었다.


세계의 인도계 인맥들은 상당하다. 이번에 선거에서 떨어지긴 했으나 리시 수낵 전 영국 총리부터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공화당의 니키 헤일리에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등 수두룩하다.


경제 면에서 봤을 때 모디 총리는 2016년 화폐개혁을 단행해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재밌는 것은 농업개혁 3법(유통시장 현대화 등)은 폐기했는데, 모디 총리가 농민들의 강경 시위에 포기한 것이다. 추진력 강한 모디 총리가 정책을 포기한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인도 경제는 10년간 연 7%씩 성장했다. 2024년은 6.8% 예상된다. 2027년 G3로 도약할 것이라는 IMF 예상이다. 다만 세계 공급망을 중국에서 인도로 교체될 정도는 아직 안 된다. 인도는 중국보다 개혁·개방이 늦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중국이 아직 압도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이다 보니 토지가 국가 소유 등으로 들어간다. 인도는 상대적으로 사유재산 개념이 강하다. 그래도 인도의 강점은 젊은 인구구조다. 출산율부터 생산 가능 인구(15~64세)는 중국을 압도한다.


재계를 보면 우선 라탄 타타(회장)의 타타그룹이 있는데 우리나라 삼성이라고 보면 된다. 자동차(재규어, 랜드로바), 항공사(에어 인디아), 리조트, 철강, IT, 미디어 등을 갖고 있다. 타타 회장은 파르시(이란계)이고 나이가 좀 있으나 아직 미혼이다. 굉장히 검소하다.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도 있다. 석유화학, 정유, 전자상거래 등에서 두각이 있고 삼성전자와 4G 협력을 했었다. 아시아 최고 부자로 알려져 있고 저택은 27층 건물 안틸라 맨션이다. 이재용 회장은 2019년 3월 암바시 회장 큰아들 결혼식, 올해 7월에는 막내아들 결혼식에 자리했다.


아다니 그룹 회장인 가우탐 아다니는 '인프라 차르'라는 별명이 있다. 공항, 항만, 송전, 친환경 에너지 등 인프라 등에서 두각이 있고 구자라트주 문드라항, 뭄바이국제공항을 운영 중이다. 포스코와 일관제철소 건설 MOU를 맺은 적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잘 진척은 되지 못했다. 아다니 회장은 재계 30위 정도 서열에서 순식간에 탑 3로 올라왔는데, 정부가 하려는 것에 미리 뛰어들곤 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모디 총리와 매우 가깝다, 모디 당에 기부가 적잖다는 설이 있다.


삼성전자, LG, 현대차 등 1990년대 후반에 인도에 진출했고 인도는 정부투자유치기구(인베스트인디아) 내에 '코리아 플러스'라는 것을 설치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우리 쪽에 매우 신경을 써왔으나 우리는 그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한 듯한 아쉬움도 있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때 신남방정책으로 관계 강화를 겨우 시작한 정도라고 봐야 한다.


대사로 있을 때 LG화학에서 벌어진 가스 누출 사고에 따른 LG 측 긴급대응 팀이 사고 현장에 왔다가, 인도 측 사람들로부터 '다 해결하고 가라'며 억류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굉장히 노력해서 일을 해결한 기억이 있다. 코로나 사태 때도 기억에 남는데, 교민들 전화가 정말 100통씩 왔었다. 모두 고군분투했다. 당시 이른바 '어린이날의 기적'으로 명명된 사건이 기억에 남는데, 우리 교민 가족 중 백혈병 걸린 4살 어린이가 있는 가정이 있었다. 일본에서 마침 특별기가 들어온다고 해서 겨우 자리를 구해 비행기를 태워 보냈고 일본에서도 공항에서의 이동 예외를 인정해주는 등 도와줬다. 서울에 도착한 날이 마침 어린이날이라 뉴스에도 나고 했다.


국제정치적인 면에서 보면 인도와 중국과의 관계는 견제 관계다. 서로 함부로 하지 못한다. 양국이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카슈미르 인근에서 2020년에 충돌이 있기도 했다. 인도는 중국의 대(對) 인도 투자를 제한하는 등으로 경제 보복 조치를 해왔다. 미국은 인도를 통해 태평양 전략을 세우려고 하고 중국 견제 목적의 쿼드에 인도도 들어가 있긴 한데, 쿼드로 중국을 과하게 견제하려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인도와 러시아 간 관계는 굉장히 좋다.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 맹주는 인도가 맹주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외교 면에서 멀티적 능력이 있는 국가다.


한국과는 한국전 참전기념비가 없던 유일한 나라였다가 내가 대사로 재임할 당시 만들어진 바 있다. 주인도 대사관저는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했고 1979년 이범석 주인도 대사 당시 완공됐다. 중국대사관저는 4만 평, 일본도 2만 평 정도라 아주 크다. 2018년에는 인도 역사 교과서에 한국 역사를 최초로 포함시켰는데, 일본, 중국과 동일하게 6페이지를 할당해줬다. 아울러 참고적으로 인도는 전 세계 정상급 인사들이 오면 제일 먼저 요청하는 것이 타지마할 방문이다.


인도는 핵을 갖고 있는데, 처음 개발 때 미국이 제재했지만 이제 다 풀어준 상태다. 북한이 인도·파키스탄식 핵모델을 보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