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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오랑 서울] 인도네시아 현대사와 쁘라보워 그리고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202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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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오랑 서울-인도네시아, 인도 경제사회 연구모임'이 지난 6월 17일 모임을 가졌습니다. 연구모임에서 제공한 강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 주제 : 인도네시아 현대사와 쁘라보워 그리고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 강사 : 배동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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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오랑 서울 회원들이 배동선 작가의 강의를 듣고 있다.>


1. 자카르타 '도로명'으로 보는 인도네시아 현대사


인도네시아의 도로명은 거의 사람 이름으로 돼 있다. 인니는 네덜란드하고 싸우기 시작했던 시절부터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매년 국가 영웅을 뽑아 지정한다.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의 와이프들 이름이 거리로 지정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카르노 대통령의 와이프들이 꽤 많아서 표로 만들어야 할 정도가 된다. 잉깃 가르나시, 파트마와티, 네모토 나오꼬(랏나 데위 사리→데위 부인) 등이 대표적이다. 잉깃 가르나시는 수카르노를 대통령 만든 사람이고 파트마와티는 수카르노가 유배를 다니다 만났다. 이외에도 수카르노는 비행기 승무원 등 눈에 띄는 아가씨들과 결혼을 하기도 했고 결혼을 하지 않았으나 만난 여인들도 많다고 한다.


데위 부인은 지금도 일본 프로그램에도 나오는 인물인데, 일본 정부에서 일부러 아름다운 여인을 눈에 띄게 해 수카르노와 만나게 했다는 설이 있다.


넷플릭스의 <시가렛 걸>이라는 드라마의 배경이 수카르노 대통령 시대 그리고 1965년 쿠데타를 진압하며 떠오른 수하르토 정권에 대한 것이다. 수하르토의 쿠데타 진압 때 공산당에 대한 탄압이 있는데, 마치 우리나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가지고 영화나 드라마가 많은 것처럼 이때를 배경으로 하는 인니 영화, 문학 작품들이 많다.


위자야 사거리 길 이름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라덴 위자야는 마자빠힛 왕국의 시조로 몽골군을 해치우고 왕국의 문을 연 인물이다. 또 한 명은 스노빠띠(수따 위자야)다. 이 인물은 지금의 족 자카르타 남부 빠랑뜨리띠스 해변에서 만난 바다의 여왕 니로로끼둘과의 영적 결혼을 통해 건국에 도움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스노빠띠의 뒤를 잇는 역대 마따람 왕들은 니로로끼둘을 모두 영적 아내로 맞이했다. 마따람 왕국은 이슬람 술탄국인데 여신을 수호신으로 모시기 시작한 건 이런 연유 때문이다.


이 신화가 인니에 매우 퍼져 있고 민심에도 영향을 끼쳐서 수카르노도, 수하르토도, 조코 위도도도 니로로끼둘을 만났다고 소문을 내왔다.


이외 사거리 이름 주인공은 월떠르 몽인시디, 그리고 삐에르 뗀데안 중위다. 몽인시디의 경우, 시민 저항군을 조직해 네덜란드군에 맞서 싸웠는데 인니가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하기 직전에 처형당한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뗀떼안 중위는 9·30 쿠데타 때 나수띠온 사령관 대신에 잡혀 사망한 인물이다. 쿠데타를 도모한 인물들이 소장, 준장 등을 잡아갔는데 뗀떼안 중위는 컴컴한 밤 시간에 나수띠온 사령관으로 오해를 받아 잡혀갔다. 곧 결혼하려는 계획도 있던 젊은 이었지만 잡혀가서 결국 사망했다.


군대 최고 사령관인 나수띠온이 죽었다면 쿠데타가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수띠온이 이런 상황으로 살게 되면서 반란군들을 잡게 됐다. 이 밑에 수하르토가 있었다.


다안 모곳 거리 주인공인 다안 모곳 소령은 17살의 육군 소령으로, 인니와 일본군이 충돌한 렝꽁전투에서 전사했다.


2. 차기 대통령 당선인 '프라보워' 시대 현지 정세 전망


프라보워 아버지는 프라보워의 이름을 렝꽁전투에서 다안 모곳 소령과 함께 전사한 삼촌의 이름에서 따왔다. 아버지는 수하르토 대통령 때 경제부 장관 등을 지낸 경제학자였다. 동생인 하심이 프리부미라는 대기업을 차렸고 거기서 나온 자금이 정치자금이 됐다. 프라보워는 수하르토의 딸과 결혼했다.


프라보워는 군인으로 복무할 당시인 1990년대 말 민주화 운동가들의 납치, 실종 사건에 연루돼 있다. 파푸아와 동티모르 등 분쟁 지역에서 인권 탄압을 저질렀다는 혐의도 받는데 이런 의혹들이 증명되진 않았다. 그러나 이로 인해 미국 입국이 오랫동안 금지됐고 추후 국방장관(조코 위도도 정권)이 된 후에야 미국 입국이 가능해졌다.


네 번의 대선에 나섰었는데, 첫 번째 선거에서는 여성 후보와 함께 부통령 후보로 나섰었다. 이때 떨어진 배경에는 인니 사람들이 아직은 여성에게 대통령을 주긴 어렵다는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재밌는 것은 조코 위도도와 붙을 때마다 헌재에 무효 소송을 해왔는데, 국방장관을 하겠냐고 했더니 바로 받고 밑으로 들어가 순종하면서 지냈다.


사실 프라보워의 당선에는 조코 위도도가 없었으면 어려웠다고 본다. 부통령으로 조코 위도도의 아들을 붙여주면서 승리했다는 견해가 많다.


프라보워가 조코 위도도 공약들을 승계한다고 했지만 정치적 필요에 의해 본인 입장을 잘 바꾸어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인니와 척을 지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교민들 사이에서는 우리 정부가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 분담금을 깎아달라는 인니의 요구(1조 6000억 원→6000억 원)를 들어준 것에 대해 자존감이 다소 깎인 상태다.


3. 인도네시아 영화 시장 소개


인니 영화는 1년에 대략 100편 이상을 만든다. OTT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OTT 용 영화들도 많아졌다. 코로나로 인해 OTT 용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전국 상영관은 한국에 비해 굉장히 적은 편이다. 인구가 7000만 명인데, 영화관은 450개 정도다. 스크린은 2200개 정도다.


시네마 21, CGV 시네 마스, 시네폴리스까지 세 곳이 1~3위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도 시네마 21이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 현 점유율이 60% 정도지만 과거에는 90%가량 됐다.


시나리오 작가들이 매우 적다. 이들이 드라마, 영화, OTT도 쓰는 것이다. 표 값은 대략 3000원 정도다.


흥행작 보면 코미디 그리고 공포영화이고, 우리나라 작품 중 흥행한 것은 <파묘> <콘크리트 유토피아> <귀공자> <더 문>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한국 영화가 인니 들어오면 20만 명도 잘 못 넘는다. 인니 영화 일반적인 손익분기점은 유료 관객 30만 명 정도다. (파묘는 3월에 누적 관객 200만 명 돌파함)


인니에서 최근 화제가 된 영화 두 편을 꼽으면 <피나(VINA)>와 <키블라(KIBLAT)>가 있는데 전자는 2016년 실제로 벌어진 강간 살인사건으로 만들었다. 당시 죽은 인물의 원령이 친구에게 빙의해 자신이 살해되던 당시 상황을 증언, 교통사고로 끝날 뻔했던 사건을 경찰들이 재수사하면서 범인들 대부분을 검거했는데, 그 내용이 담겨있다.


키블라는 무슬림들의 예배의 방향(메카가 있는 곳)을 뜻한다. 이 영화는 종교적 표현의 자유가 허용됐던 게 제약받은 영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슬람 성직자가 등장을 해 귀신을 쫓는 것으로 끝이 나야 하는데, 이 성직자마저도 사망하자 '그 점을 바꿔야 한다'라는 문제 제기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