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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징 인 저널리즘] 웰다잉 -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

2024.07.02

본문

'에이징 인 저널리즘(에인절)'가 지난 6월 24일 모임을 가졌습니다. 연구모임에서 제공한 강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 주제 :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

□ 강사 : 허대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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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절 회원들이 허대석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출생 vs 사망 비율 역전돼 

2023년 현재 출생보다 사망이 훨씬 많은 상황. 죽음이 우리에게 더 익숙하다. 


1. 의학 발전의 어두운 측면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기대수명 vs 건강수명의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2018년 82.7세 vs 64.4세, 그 사이 18.3년은 고통받으면서 목숨이 붙어있는 기간.


사회의 의료화로 인해 전체의 77.1%가 의료기관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는데, 

가정 (52.2%)이나 호스피스 (19.5%)에서 임종하고 싶다는 바람과는 동떨어진 것. 


어느새 의료는 선행, 의료 행위 포기는 악행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죽음은 곧 실패라는 인식 팽배. 연명을 위한 각종 의학 기술 동원.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과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환자. 보호자는 ‘의료 집착’, 의료진은 ‘방어진료’에 매달리며 

무의미한 연명의료 늘어나고 있다. 


2. 연명의료 결정-해결해야 할 과제들 

말기에는 완치를 위한 처치나 생명 연장이 무의미함. 오히려 편안하도록 도와주는 게 적절. 

하지만 의학 발전에 더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는 게 환자. 보호자의 요구 


말기 암 환자에게 인공호흡기 적용하겠냐는 질문에 보호자와 의료진의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가 

39.4% 수준. 그만큼 의견 충돌 다반사. 

또 말기 암 환자의 상황은 계단식으로 나빠질 수 있으나 환자. 보호자들은 급격히 나빠져 임종한다고 오해


2018년부터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연명의료법 시행되고 있으나 한계 많아. 

말기 암이 아닌 질환의 경우 임종기 정의하기 쉽지 않고,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 등록했다고 해도 이를 확인하고 이행하는 기관은 소수 (22.4%)에 불과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 많다. 


3. 고독사/무연고사 

남성 50,60대가 고독사가 가장 많은 걸로 알려져 있는데, 

보건복지부. 자치단체 등 고독사 통계 기준이 각각 다른 맹점. 


1인 가구 40% 넘어선 상황에서 고독사 비중 늘어날 수밖에. 

특히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아. 

OECD 평균은 (인구 10만 명당) 17.2명, 한국은 46.6명 

특히 간병. 투병 노인들은 취약하다 


4. 안락사/ 용어의 혼선 

SBS 의뢰로 실시한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연명의료 결정법보다 한 단계 나아가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자기 결정권 높인' 

조력 존엄사 입법에 찬성 의견 82%, 반대는 18%로 나타나. 

하지만, 제대로 이 용어를 이해하고 답한 것일까. 


존엄사, 자연사, 무의미한 연명의료. 조력 존엄사. 고독사. 품위 있는 죽음. 안락사 등의 용어는 가치적 관점에서 죽음을 바라본 것인 반면, 연명 의료 결정 (중단/유보)와 의사 조력 자살은 행위적 관점의 용어. 


미국의 의사 케보키안은 환자가 이행하는 자살 기구 만들어 1990년대 회복 가능성 없는 환자 130명의 죽음을 도움. 1999년 살인죄로 기소돼 8년 복역. 조력자살 논란. 


연명의료 중단/유보 결정에서 

한국은 가장 보수적 입장. 임종기에만 허용 

일본은 2007년 임종기. 말기 환자까지 허용했고, 

영국, 독일, 타이완은 임종기, 말기, 식물상태, 중증치매까지 확대 

미국의 10개 주, 스위스 등은 여기에 의사 조력자살까지 허용하며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캐나다, 호주 등은 적극적 안락사까지 허용. 


5. 바람직한 임종? 

한국의 장례식장은 가장 화려하다. 죽음의 주체가 누구인가, 환자인가 가족인가? 


연명의료 중단 관련해서도 마찬가지. 

환자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해야 하지만, 

한국에선 환자에게 죽음을 알려선 안된다는 가족들의 반대에 환자는 끝까지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연결된다 


가족 입장에선 고인이 육체적으론 편안하게, 영적으론 상처를 치유하고 임종에 드는 걸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의료시스템에선 이를 도와주지 못하는 게 현실. 


영국과 미국의 좋은 죽음의 기준에는 자신이 원하는 편안한 환경에서, 고통 없이, 가족들과 함께, 존경과 존중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되나, 

한국에서 좋은 죽음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게 1위로 꼽힘. (90.6%) 


6. 죽음이 삶에 답하다 

말기 환자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최선일까? 

말기 통보를 거부하면 추가 항암치료를 받으며 임종 때까지 고통을 벗어날 수 없지만, 

이를 수용한다면 가족, 지인과 용서, 화해를 구하는 관계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선택. 


특히 85세 이상이면 self-care가 불가능해지는데 

이때 어떻게 품위를 유지하며 살 것인지가 고민. 

기술 중심 의료보다 환자 중심의 의료가 필요한 시점이며

치료 cure 가 아닌 돌봄 care 중심의 의료로 전환해야 할 때.

그런데도 우리는 의료 패러다임 전환 시기를 놓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