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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특한 내각제 연구모임] 러시아는 전쟁에 실패했는가?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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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수현 (윤세영저널리즘스쿨)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7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선 교전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민간 시설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습도 멈출 기미가 없다. 

서방의 고강도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무너져 전쟁을 지속하기 어려울 거란 당초 전문가 분석과는 달랐다. 

언제 이 전쟁이 끝이 날까. 마지막에 웃는 나라는 러시아일까, 우크라이나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영준 국방대학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는 <러시아는 전쟁에 실패했는가?>를 주제로 8월 24일 오후 6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강연했다.

이 자리에는 언론인 연구모임인 영특한 연구회 회원들이 참여했다. 이 연구회는 영국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한 언론인들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그간 영국, 유럽 등 국제문제에 대한 관심사를 논의해 왔으며, 삼성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정치, 경제, 문화 등 전문가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함께 공부하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서구 국가와 다르다. 긴 호흡의 전쟁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은 상대국과 전면전을 주로 한다. 

영국은 상대를 기습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를 제외한 서구 국가 전쟁의 공통점은 전쟁의 승패를 빠르게 결정짓고 싶어 한단 거다. 

이들에겐 이른 시일 내에 수도를 점령하거나 지도자를 암살해 자국의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전쟁을 종결시키는 일이 전쟁의 목표다. 

러시아는 다르다. 전쟁의 호흡이 길다. 역사적으로 러시아는 광대한 영토와 자원을 가진 덕에 호흡이 긴 전투에서 강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장기전으로 상대국을 지치게 만들어 상대국의 여론을 악화시키는 전략으로 전쟁에서 이겨왔다. 

김 교수는 “러시아는 최소 1년, 5년, 10년을 내다보고 전쟁을 계획하는 습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러시아의 계획은 전쟁을 지속하면서 서방 국가에 피해를 줌으로써 그들의 여론을 악화시키는 거다. 

유럽 내에서 전쟁을 원치 않는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이들이 우크라이나에 항복하라는 압박을 주게 만들자는 계획이다. 

실제로 전쟁으로 인해 국제 유가와 물가가 급등하는 추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변수 때문에 유럽의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고 전해진다. 

심지어 러시아 국영 가스 회사인 가스프롬이 1일부터 프랑스 에너지 회사인 엔지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자기 나라 전기세가 10배 이상 오른다는데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유럽 국가는 없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전쟁에 대한 러시아 내부 여론은 어떨까. 

김 교수는 “러시아는 다른 나라처럼 전쟁이 일어난다고 정권이 흔들리는 나라가 아니”라며 “그 이유는 2차 세계대전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으로 영국군, 미국군 40만명이 전사했다. 민간인은 2~3만명 가량 사망했다. 

러시아는 이때 국민 3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냉전 체제 속에서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집단 트라우마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연이 마무리될 즈음 신진창 금융감독위원회 국장은 “어떠한 국가도 장기전을 전쟁의 목표로 할 순 없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그래도 전쟁을 빠르게 종결시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에서도 이익이 아니냐는 물음이었다. 

김 교수는 “푸틴이 의도적으로 전쟁을 장기화한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뜻”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