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교육]“다정하려면 뾰족해져야 한다”…씨리얼 10년의 설득법
작성일 2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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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려면 뾰족해져야 한다”…씨리얼 10년의 설득법
글: 강미선 한국경제TV 기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안 보려고 하는 걸 끝까지 보게 할 수 있을까요? ’시점’과 ‘지점’을 동시에 맞추는 홈런을 쳐야 합니다.”
CBS 유튜브 채널 ‘씨리얼’을 10년간 만들어온 신혜림 PD는 이날 강의를 이 질문으로 풀어냈다. 노동·기후·인권처럼 무겁고 복잡한 이슈를 다루면서도 43만 구독자를 모은 채널의 비결은 의외로 단순했다. “다정하려면 뾰족해져야 한다”는 것. 둥글게 말하는 대신, 정확히 마음의 지점을 겨냥하는 스토리텔링이었다. 이번 강의는 삼성언론재단과 한국기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언론인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24일 광화문에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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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림 CBS PD가 ‘씨리얼 10년 제작기’를 주제로 강연하는 모습>
신 PD는 먼저 제작 환경부터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PD 4명이 채널을 운영하다 보니, 모든 이슈를 빠르게 따라갈 수는 없었다. 대신 선택한 전략은 ‘느리지만 깊게’였다. 한 편을 만들더라도 충분히 공부하고, 구조를 정리하고, 시청자가 놓치고 있던 맥락까지 담아내는 것. 그렇게 씨리얼은 뉴스의 ‘주류 얼굴’에서 비껴난 사람들, 담을 그릇이 없어 드러나지 못했던 이야기를 오래 비추는 채널이 됐다.
“봐야 할 것”과 “보고 싶은 것”은 반대가 아닐 수도 있다
강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봐야 할 것’과 ‘보고 싶은 것’의 관계였다. 신 PD는 “만들기 나름”이라고 했다. 자극적인 정치 예능이 ‘보고 싶은 것’이라면, 구조적 설명과 맥락 정리는 ‘봐야 할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시점(언제)과 지점(마음의 어디를 건드릴 것인가)을 동시에 맞추면 둘은 만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나만 맞추면 안타, 둘 다 맞추면 홈런이라는 비유가 강의를 관통했다.
씨리얼은 제목과 썸네일에서도 이 전략을 활용한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어그로를 끌어야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배반하지 않는 어그로’를 원칙으로 삼는다고 했다. 제목이 던진 질문이 우문이 아니었음을 본편에서 증명해야 한다는 것. 편견을 강화하는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로 제목을 설계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설득력 있는 원고 + 눈을 뗄 수 없는 비주얼
“설득력 있는 원고와 눈을 뗄 수 없는 비주얼의 콜라보가 거부할 수 없는 스토리텔링이다.” 신 PD는 스토리텔링을 글과 영상의 결합으로 설명했다. 리듬감 있는 배열, 눈을 마주하는 앵글, 그래프의 시간 압축, 매치컷, 데이터 시각화까지—내용을 이해시키는 동시에 시선을 붙드는 장치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기존 뉴스가 친절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설명형 콘텐츠’ 역시 씨리얼의 축이다. “모르는 게 권력이라면 무지는 아는 자의 책임”이라는 문장이 채널의 태도를 보여준다.
“잘 만들면 봐줄 거다”…양극화 속에서도 붙잡은 믿음
강의 말미, 신 PD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두고 “한 땀 한 땀 콘텐츠를 만드는 미디어는 줄어들고, 실시간 라이브형 콘텐츠가 조회수를 빨아들이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될 때가 있으면 안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으면 또 극복해서 되게 만든다”며 “아직은 잘 만들면 봐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를 들으며, 기자로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도 분명해졌다. 나는 지금 ‘많이’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정확히’ 건드리고 있는가. 자본시장과 정책을 취재하면서도, 결국 마음의 지점을 짚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다정하려면 뾰족해져야 한다는 말은, 유튜브 제작자뿐 아니라 현장 기자에게도 유효한 주문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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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 강의에 참석한 기자들이 신PD의 강의를 듣고 있는 모습. 이 날 강의에는 30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