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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교육]‘북한군 인터뷰 특종’ 정철환 유럽 특파원의 취재기

작성일 2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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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정철환 조선일보 기자가 4년여의 유럽 특파원 기간 동안 경험한 취재 이야기를 후배 기자들과 나누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 인터뷰 기사로 관훈언론상을 수상한 정 기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파리 올림픽,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굵직한 사건들을 다수 취재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취재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한 정철환 기자의 강의를 박희영 CBS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북한군 인터뷰 특종’ 정철환 유럽 특파원의 취재기


글: 박희영 C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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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환 조선일보 기자가 유럽특파원 시절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문가마저도 ‘북한군 러시아 파병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나라도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를 세계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인터뷰한 조선일보 정철환 기자가 취재에 착수하게 된 계기다. 그는 최근 4년 2개월간 프랑스 주재 유럽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튀르키예 지진 등 전쟁·재난 현장을 오가며 출장만 40여 차례 다닌 경험과 특종의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 유럽에서도 "취재는 결국 ‘삽질’의 연속"


정 기자는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인터뷰를 두고 일각에서 제기됐던 '국정원 기획설'에 대해 “그저 우리가 맨날 하는 취재의 연속이었다. 어떤 도움도, 방해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북한군 포로 인터뷰 역시 단번에 성사된 건 아니었다. 그는 “취재라는 건 (유럽에서도) 결국 똑같다”며 “사람을 만나 물어보고 답을 듣지만, 누구도 원하는 답을 시원하게 해주지 않는다. ‘삽질’을 거듭하다 보면 진심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나오는 순간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정 기자는 우크라이나 취재 경험을 토대로 현지 네트워크를 다시 훑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라인에서 인터뷰 요청이 한 차례 막히자, 앞선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정부·언론·재계 인사들에게 전방위로 접촉했고, 북한군 포로 접근 권한을 총괄하는 군 고위 인사와 ‘운 좋게’ 연결됐다는 설명이다.


해외 취재원 인맥을 쌓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행사 참석’을 꼽았다. 그는 “연락처 하나 없이 무작정 전화를 거는 것보다, 현지 행사에 가서 직접 얼굴을 트고 인사하는 게 훨씬 낫다”며 “외국 대사관 행사나 국제회의, 포럼에는 의외의 인물들이 올 때가 있다”고 말했다. 현지 행사에서 나눈 짧은 인사와 명함 교환이 이후 취재가 막혔을 때 돌파구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 기자는 “취재원 관리도 한국과 다르지 않다”며 “차를 마시고, 밥을 먹으면서 관계를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전쟁·재난 현장 취재, 이것부터 챙겨라


정 기자는 전쟁·재난·국장(國葬) 같은 대형 사건을 취재하며 체득한 실전 노하우도 공유했다.


우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이나 교황 선종과 같은 대형 현장 취재에는 “교통편보다 숙소 확보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그는 “큰 사건이 터지면 기자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몰리면서 좋은 입지의 숙소는 몇십 초 만에 마감되고, 가격도 두 배 이상 뛴다”고 말했다.


취재 등록(Accreditation)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 기자는 “취재 등록이 돼 있으면 동선과 대기열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취재증이 없으면 줄만 서다가 결국 인근 호텔에서 TV를 보며 기사를 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진·홍수 등 재난 취재에선 ‘속도’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1시간이라도 빨리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만 늦어도 구조와 복구가 시작돼 현장에서 포착할 수 있는 장면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공항 마비가 잦은 만큼 장거리 육로 이동을 염두에 두고, 전기·통신 사용이 가능한 인접 도시를 ‘베이스캠프’로 잡아 왕복 취재하는 방식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장 생존을 위한 준비물로는 물과 비상식량, 물티슈, 담요를 기본으로 꼽았고, 차량 이동 시에는 연료통을 미리 챙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가능하다면 현지 가이드를 섭외해 운전을 맡기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치안이 불안한 지역에선 최소한의 호신용 안전 장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쟁·재난 지역 보험과 관련해선 “국내 보험은 약관상 막히는 경우가 많다”며 △국제기자연맹(IFJ) 제휴 보험 △전쟁 지역 전문 보험사(battleface) 보험 △언론인 안전 단체의 보험(ACOS Alliance, Insurance for Journalists) 등 기자 전용 보험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장에서 외신 기자들과 마주치면 쑥스러워하지 말고 말을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보도, 동선도, 위기의 순간 도움도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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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환 조선일보 기자가 전쟁 취재시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유유자적 해외 생활?...특파원의 ‘빡센’ 하루


정 기자는 유럽 특파원 생활에 대해 “한국에서 상상하는 것처럼 우아하게 와인 마시며 지내는 삶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언론사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조선일보 유럽 특파원의 하루는 △오전 4시(한국 오후 12시) 기상 후 지면 계획 확인 △오전 8시~오후 4시(한국 기준 오후 5시~밤 12시) 초판 기사 마감, 이후 판갈이 계속 △오후 7시~익일 오전 1시 보고 준비 등으로 사실상 하루 종일 이어지는 근무 구조라는 설명이다.


그는 “전쟁이 격화될 때는 저녁을 간단히 먹고 곧바로 자리에 앉아 외신을 체크하고, 확인 취재를 거쳐 새벽까지 보고를 준비했다.”며 "원고지 50매 이상을 쓰는 날도 적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끝으로 정 기자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에 비해 특파원 수가 너무 적다. 심각한 수준”이라며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특파원 한두 명 파견해 놓고 결국 외신 받아쓰기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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