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習(복습)] 좋은 자본시장 만들기(투자자 보호와 기업 가치)
작성일 25.05.21
본문
한국은행 출입기자들의 연구모임인 'BOK習(복습)'이 지난 5월 16일 모임을 가졌습니다. 모임에서 제공한 강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 주제: 좋은 자본시장 만들기(투자자 보호와 기업 가치)
□ 강사: 조성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
<복습 회원들이 조성욱 교수의 강의를 듣고있다>
1. 자본시장과 신뢰
- 사람들은 친구와 돈 문제로는 동업을 꺼리지만 국민연금,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수많은 기업에 간접적으로 투자(동업). 기업 경영진, 사업 내용조차 모르는 채로 투자가 이뤄지는 셈인데, 자본시장의 신뢰는 단순히 ‘좋은 기업’이 얼마나 있는지에 따른 게 아니라 ‘좋은 시스템’이 있냐에 달려 있음
- 일례로 많은 투자자들이 코스피는 믿어도 코스닥은 못 믿겠다고 말하는데, 이것 역사 제도와 감시의 신뢰 부족 때문. 시스템에 대한 신뢰 없이는 투자자가 빠져나가고 자본시장은 축소될 수밖에 없음. 장기투자나 건강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를 통한 시스템 신뢰가 필요하고, 이게 곧 자본시장의 지속 가능성 조건
2. 미국의 장기투자
- 미국의 1926~2010년까지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작은 스몰 캡 주식에 1달러 투자를 투자했다고 쳤을 때 2만 8000달러로 불어나. 라지 캡(일반적으로 100달러 이상 시가총액 기업)은 약 8000달러 수준이고 미국 재무부 채권은 100달러대, 인플레이션 보정 시 8배 정도 상승. 이런 곳 ‘에쿼티 리스크 프리미엄’(주식의 초과수익률)이 장기적으로 매우 높다는 것 의미.
- 하지만 한국의 경우, 여전히 부동산 위주 자산 배분이 지배적이고 금융자산 비중은 작음. 그 이유는 한국 주식시장의 경우 낮은 수익성에 투자자들의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장기 투자에 대한 학습효과가 없기 때문이기도 함.
- 미국은 적립식 장기투자 문화가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고, 연금 포트폴리오도 대부분 주식 중심. 과거 미국에서 교수 생활했을 때 개인연금 자산 100%를 주식으로 짰었는데, ‘체력이 있으니 오래 보유한다’는 장기투자 전제가 미국에서 상식이 돼 있기 때문.
- 한국 투자자에게 여전히 장기 보유는 곧 손해로 직결된다는 인식이 강한데, 주식시장이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 데이터를 봐도 코스닥의 경우, 20년 장기 보유해도 수익률이 낮은 데다가 투자자들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경향이 강함
3. 한국의 부동산 쏠림
- 대공황, 금융위기 겪었음에도 미국은 장기 보유하면 주식 수익률이 부동산보다 크다는 인식이 확고. 하지만 한국 가계의 경우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에 약 60~70% 이상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게 특징. 주식 시장 수익률이 낮고 신뢰도 부족한 데다가, 부동산을 실체가 있는 안전자산으로 여기기 때문. 부동산 투자를 통해 경험적으로 수익을 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데, ‘강남 재개발이냐 주식이냐’ 고민한다는 게 한국의 부동산 쏠림 현상 보여주는 일례이기도.
- 문제는 이 때문에 자본시장에 젊은 세대 유입이 줄고, 기존 투자자들도 단기 수익에만 집착하는 구조가 생긴다는 것. 장기 투자에 따른 복리 효과나 리스크 프리미엄(투자자가 위험 감수에 따른 보상으로 요구하는 추가적인 수익률, 위험 자산 수익률이 무위험 자산 수익률 초과해야 하는 최소한 금액)은 체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 한국 주식시장 전체가 매력적이지 않은 투자처로 전락하고 있다는 건데, 코스닥은 장기 투자자로 전혀 여겨지지 않는 상황. 이렇게 자산 배분이 왜곡되면 결국 국가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음
4. 코스닥 시장
- 코스닥은 R&D 중심 중소기업이 상장하는 시장, 원래는 혁신 기업의 요람이 돼야 했음. 하지만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 회 위원(비상임)으로 있던 2013~2019년만 봐도 코스닥 상장 100건, 폐지 100건이라는 수치 나왔을 정도로 퇴출률 매우 높았음. 이렇게 되면 투자자 하락에 따른 장기 투자자 유치에 실패할 확률이 높음
- 코스닥에 대한 감시·공시·퇴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시장은 결국 버블과 붕괴를 반복할 수밖에 없음. 시장에 상장한 후 물적 분할, 내부자 거래 등 투자자 피해 경험이 누적되면 시장에 대한 신뢰는 근본부터 무너지게 됨. 최근에는 특히 한국의 젊은 투자자들이 코스닥 대신 미국 나스닥으로 향하고 있음.
-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 없이는 AI, IT 기반 신산업 자본 조달도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가 정신, 혁신, 성장 동력 모두 코스닥 생태계 개선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함
5. 정보의 비대칭성
- 자본시장에서의 정보 비대칭성은 곧 투자 실패, 부정 거래, 사기 등으로 이어짐. 좋은 정보 vs 나쁜 정보 차이는 결국 시장에서 레몬(불량 상품)만 남게 만드는 결과 초래. 미국의 공정 공시 제도(Fair Disclosure)는 이런 정보 비대칭을 줄이기 위해 설계. 기업이 특정 투자자들에게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걸 막아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겠다는 것.
- 한국의 경우 공시자료의 양은 많지만 이해하기 어렵고, 공개가 늦는다는 비판이 많음. 따라서 기업과 투자자 사이, 또는 투자자 상호 간 정보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필수 조건. 회계 투명성, 실질 공시, 제재와 감독 강화가 병행돼야 시장 신뢰가 회복된다는 것.
- 단적인 예시로 대우조선해양, 삼성 바이오 분식회계 사태 등은 공시 감시 실패 대표 사례임
- 투자자 보호는 시장의 합리적 작동 조건. 다만 현실 고려했을 때 비대칭성 해소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이를 완화하려는 노력 정도는 보여야 한국 자본시장이 살아남음
6. 지배구조 개선
- 지배구조 핵심에는 기업의 내부 통제, 이사회 구성, CEO 선임, 이익 배분 방식 등이 있음. 우리는 주로 기업 대표/회장이 개인 인맥을 활용해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투자자들은 기업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지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 다시 말해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면 자본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기업 가치가 하락함.
- 해외 사례 연구하는 것 보면, 주주 보호 장치가 잘 된 국가일수록 IPO가 활발하고 자본 유입도 많음. 실증 연구에 따르면, 투자자 보호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더 낮은 자금 조달 비용을 가짐.
투자자 보호→신뢰 →낮은 리스크 프리미엄→높은 기업 가치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가 투명할수록 투자자 유치와 기업 성장 모두에 이득
-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단순한 도덕적 명분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수익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도 다수 존재. 나아가 좋은 지배구조. 사회 전체 자본의 효율적 배분에도 기여
7. 국민연금
- 국민연금, 2040년부터 적자 전환하고 2057년에는 고갈될 것으로 전망. 지난해 기준 적립금은 약 1200조 원으로, 이 중 12% 정도만 국내 주식에 투자 중.
-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은 점점 증가 추세고, 수익률도 해외가 국내보다 높음. 수익률 극대화 원칙에 따라 국민연금도 점점 국내 시장에서 발을 뺄 수밖에 없는 구조.
- 문제는 국민연금이 단순한 연금이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의 핵심 수요자로 기능해 왔다는 것. 고령화와 저출산이 겹치면서 지속적인 자금 유입이 불가능해지고 있는 만큼, 향후 기금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지면 자산 매각을 통해서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 발생
- 이는 자본시장에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 국내 자산 가격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 국민연금의 국내 자본시장 탈출 역시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 하락과 직결됐기 때문에 자본시장 신뢰와 수익률 개선이 국민연금의 지속성 확보와도 밀접한 관련 맺는다는 결론 도출 가능
8. 자본의 해외 유출
- 2023년 기준으로 해외 주식 투자 누적 규모는 약 7000억 달러(약 900조원)인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에 투자한 140조보다 훨씬 큰 규모. 개인 투자자 외에도 공공 부문, 연기금, 기관이 집단으로 이탈한다는 뜻.
- 미장은 장기투자로 인한 수익이 검증됐고, 정보가 명확하며, 투자자 보호도 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 한국 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물적 분할, 내부자 거래, 상장폐지 리스크 등 비판이 누적된 상황. 국내 자본시장 신뢰가 근본적으로 깨졌다는 방증
- 외국인 투자자도 한국 시장의 낮은 잠재 성장률과 생산성 하락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
9. 자본시장 선진화
- 자본시장 선진화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단일 부처나 기관만의 노력으로 이룰 수 없는 과제. 교육, 노동, 복지, 산업, 과학기술 등 모든 부처의 협업이 필요한데 이유는 생산성 제고, 기업 혁신, 제도 정비, 투자자 보호를 종합적으로 다뤄야 하기 때문.
- 결국 대통령(정부)이 직접 어젠다를 설정하고 국정과제로 끌어올려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함.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 서로 위계를 따져서는 아무것도 못 함.
- 일례로 출생률 문제를 봐도 단순 현금 지원으로는 해결 불가능하고 근본적인 사회 구조 개혁이 필요
- 다만 정부 내부에서도 컨트롤 타워는 필요한데,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 구조 개혁 없이 단기 미봉책만 반복되면, 시장은 점점 쇠퇴할 것.
10. 투자자 보호
- 투자자 보호는 일부를 위한 감정적인 배려 문제가 아니라, 자본의 조달 비용을 낮추는 실질 수단.
- 정보 공개가 보다 철저하게 이뤄지고, 내부자 거래가 억제되면 투자자는 낮은 프리미엄으로 자금을 공급.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 입장에서도 이익이며, 전체 시장의 생산성을 높임. 다양한 실증 연구들 보면 투자자 보호가 기업 가치 상승, IPO 증가, 리스크 프리미엄 축소에 기여한다는 결과 도출
- 투자자들의 신뢰, 시장 진입 비용을 줄이고 장기자본을 유치하는 핵심 조건이기도. 신생 기업 중심 시장에서는 투자자 보호가 성장을 좌우. 이를 고려한다면 성공하는 시장은 규제가 무거운 곳이 아니라,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곳. 결국, 투자자 보호는 한국 자본시장 생존의 핵심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