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연구모임

[리치리치]K팝 아이돌 육성 시스템과 인권 – 허유정 소우주컴퍼니 대표

작성일 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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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모임 ‘리치리치’에서는 2025년 11월, 허유정 소우주 컴퍼니 대표와 함께 ‘누가 아이돌을 돌보는가’라는 주제로 K팝 아이돌 육성 시스템과 K팝 산업 내 정신건강 인권 문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정리: YTN 이자은 기자)


누가 아이돌을 돌보는가 : K-팝 육성시스템과 인권의 경계

㈜소우주컴퍼니 허유정 대표 초청 강연


언론인 트라우마 연구모임인 리치리치(Reach-Rich)는 지난 11월 7일, 허유정 ㈜소우주컴퍼니 대표를 초청해 K팝 산업 내 정신건강과 인권 문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K-팝은 이제 단순한 ‘한국 대중음악’을 넘어 세계를 이끄는 문화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가 개척한 글로벌 시장을 4세대 아이돌이 새롭게 확장하고 있으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은 K-콘텐츠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 뒤에는 여전히 구조적 모순과 인권의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전직 아이돌이자 기획사 신인개발팀을 거쳐 현재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허유정 대표는, K-팝 아이돌 육성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청소년 인권이 침해되는 현실을 짚었습니다.


1. K-팝 아이돌의 시작


‘아이돌’이라는 단어는 ‘숭배의 대상’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특정한 팬 문화를 중심으로 한 엔터테이너를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고, K-팝에서 아이돌은 단순한 가수를 넘어 국가 이미지와 산업 전략을 상징하는 문화 주체로 발전했습니다.


2. K-팝 육성 시스템의 구조


한국의 사회문화적 특성 속에서 발전한 K-팝 육성 시스템은 연습생 제도라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정기적인 평가를 거쳐 ‘데뷔’라는 목표에 이르는 위계적·경쟁적 파이프라인으로, 입시 중심의 교육 시스템과 닮아 있습니다.


1) 적자생존의 구조: 수년간의 혹독한 훈련과 공동생활을 견뎌낸 연습생 중 극소수만이 데뷔합니다. 그 과정에서 ‘생존 경쟁’ 문화가 형성됩니다.

2) 승자독식의 문화: 성공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실패는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집니다.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들은 ‘중도 탈락자’로 분류됩니다.

3) 획일화된 시스템: ‘칼군무’와 완벽한 팀워크가 강조되면서 개인의 개성과 자율성은 종종 희생됩니다.


3. 부실한 시스템과 인권의 공백


K-팝 육성 시스템을 공교육 체계와 비교해 보면 여러 구조적·윤리적 문제가 드러납니다. 특히 미성년자 보호와 교육권 보장 측면에서 심각한 취약점이 존재합니다.


1) 미성년자 보호의 부재: 어린 나이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청소년들은 장시간 훈련과 합숙으로 인해 가족과 떨어진 채 기획사에 의존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기획사는 전문 교육자나 심리상담 인력이 없으며, 미성년자 보호 장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전문 관리자의 과도한 통제와 압박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2) 교육 체계의 결여: 아이돌 육성은 이윤 중심의 상업 구조 속에서 운영됩니다. 연습생은 ‘시장 잠재력’을 기준으로 평가되며, 청소년으로서의 발달과 권리는 뒷전으로 밀립니다. 비전문가의 건강관리 지시에 따른 과도한 다이어트, 불면증·무월경 등 신체적·정신적 부작용이 빈번합니다. 하루 10시간 이상 훈련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교육적 보호 장치의 부재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3) 불공정 계약 구조: 시스템은 소수의 ‘스타’를 만들기 위해 대다수 연습생의 시간을 소비합니다. 연습생 계약(2년)과 전속계약(7년)은 표준화되어 있지만, 여전히 계약 해지와 조항 수정이 어려운 구조입니다. 99.9%의 ‘데뷔 실패자’에게는 안전망도, 경력 인정도 없습니다. 심지어 데뷔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 빚으로 남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징

아이돌 육성 시스템

공교육 시스템

목적

상품성 확보, 시장 경쟁 적용

시민 양성, 사회 통합

법적 근거

민간 기획사 계약, 비공식 규율

공교육 법령법, 국가 교육과정

감시

내부 경쟁, CCTV 실시간 모니터링

교사·학교의 제도적 감독

규범 형성

생존 경쟁, 순응, 시장성

교육적 가치, 협력, 참여

보호

계약 기반 책임 구조

학습권, 교육권, 상담제도 보장

아이돌 육성시스템과 공교육 시스템의 비교 ⓒ허유정


학업을 중단한 채 ‘중졸’로 사회에 내몰린 청소년들은 연습생 생활 이후 삶의 방향을 잃습니다.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그들은 경력 공백 속에서 오랜 시간을 허비하고, 부채의 굴레까지 떠안게 됩니다.


이번 모임에서 함께 참고한 도서 <케이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에서는 작가가 변호사와 함께 표준계약서의 독소 조항을 상세히 분석하고 위험한 표현들을 짚어 주면서, 연습생과 아이돌이 불공정 계약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언하고 있습니다.


4. 변화의 조짐과 앞으로의 과제


2024년 12월 31일,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 개정안에는 청소년 연예인의 학습권과 건강권 보호, 그리고 소속사의 미정산 등 불공정 행위 규제를 포함합니다. 앞으로는 엔터테인먼트사 등록 요건이 강화되고, 정부의 정기 실태조사도 시행될 예정입니다.


또한 업계 안팎에서는 외부 전문 상담사 제도 도입, 정기 심리 진단을 의무화, 공교육 수준의 보호 체계(상담, 교육권, 휴식권) 구축, 청소년 보호 책임자 자격 요건 강화 등을 명문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990년대 첫 K-팝 아이돌이 등장한 이후, 산업은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희생이 존재합니다. 과거보다 인권의식이 높아지고 제도가 정비된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용기와 목소리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언론 역시 화려한 ‘빛’ 뿐 아니라 그 뒤의 ‘그림자’에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K-팝이 세계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지금, 연습생과 아이돌이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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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리치 회원들과 허유정 대표가 함께 기념 촬영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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