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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터디모임] 경제 기사 관점에서 보는 재정의 이해 -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작성일 2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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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관련 다양한 주제를 공부하는 '경제스터디모임'은 6월 26일 저녁에 이상민 나라살림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을 초청해 '경제 기사 관점에서 보는 재정의 이해'를 주제로 모임을 가졌습니다. 연구모임에서 이야기 됐던 내용을 공유합니다.


■ 예산은 ‘정치 투쟁’의 결과이자 기록이다

= 대한민국이 뭐냐고 묻는다면 700조를 쓰는 집단이라고 정의하고 싶어. 누가 대통령 되고 정권 잡는지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라 예산을 얼마나 쓸지, 어디에 쓸지 정하는 것이 정치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 경제 뉴스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 미디어오늘 칼럼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연재 중. 2주에 한 번 연재하고 있는데 소재 고갈이 안 된다. 틀린 경제 뉴스가 너무 많아서. 웃픈 이야기다.

= 시민들은 결국 언론을 통해서 경제뉴스를 보는데, 언론이 전하는 경제 현실이 실제와는 조금 다르다. 이미 정해진 보도 프레임이 있고, 거기서 벗어나기 너무 어려워 보인다. “다른 언론사들이 다 이렇게 썼는데” 하면서 물 먹는 것에 대한 공포가 큰 것 같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16년 9월 1일

“내년 400조원, 역대 최대 ‘슈퍼 예산’” (2017년도 예산안 관련)

정부가 이렇게 홍보하면, 언론도 슈퍼 예산이라 쓴다. 정말 맞는 얘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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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경제 기사를 사례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 기본 개념, ‘예산’이라는 단어부터 알아야 한다.

= 전문가가 기자나 일반인을 속이는 건 쉽다. 대한민국 공무원도 그런 능력이 있어.

= 2차 추경 규모 30조. 정부가 30조라 하니까 그렇게 기사를 쓴다. 국민은 30조 풀리는 줄 알겠지만 실제 풀리는 건 15조뿐. 세입경정 규모 + 세출경정 규모 합친 액수. 어떨 때는 세입경정 규모를 추경에 포함시킬 때도 있고, 2004년처럼 포함 안 시킬 수도 있다. 국채 상환 포함 여부, 교부세 감액을 합산할지 여부 등.

= 추경 규모를 총 지출 증가 규모로 통일하자. 국민은 30조 풀릴 거라 생각하니까. 일관적이고 직관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기재부가 자기들 원하는 방향대로 넣었다 뺐다 마음대로 하니까, 이렇게 보고하면 청와대도 모를 것.

= “사회복지예산 얼마예요? 얼마 써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기재부는 선택할 수 있다. “기금 쓰는 돈은 빼고 알려주세요”라고 질문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 많이 지출하는 걸로 보이고 싶으면 관행대로 기금 포함하고 적은 숫자 말하고 싶으면 기금 빼고. 전문가가 마음 먹고 속이려면 기자들도 속일 수 있기 때문에 “기금까지 포함해서 or 기금 빼고요” 정해서 요구해야.

= 모든 예산은 총계 기준인지 총 지출 기준인지 따져봐야. 기재부 예산 자료는 보통 총 지출 기준. 기재부 외 각 부처의 설명자료는 보통 총계 기준 → 내부거래 포함(보건복지부가 10조를 질병청에 주면 질병청이 10조 지출하는 구조도 결국 내부거래인데 이 모든 액수를 포함시키는 것)


■ 정부 지출 673조원, 무슨 돈으로 지출할까?

= 25년안 정부 지출은 677조원, 그런데 국민 세금은 382조원. 간접세, 직접세. 법인세와 관세 등등. 

= 나머지는 세외수입. 즉, 기금수입이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 고용보험기금, 주택도시기금(청약저축액) 등. 세외수입 총 합계 651조원.

= “국민들이 낸 세금이 곧 예산?”은 아니라는 것.


■ 공공기관에 세금 100조원을 지원했다? 지원 금액의 ‘함정’

= 정부가 국민연금관리공단에 50조 주고, 공단이 국민들에게 뿌리는 실무를 한다. 그걸 ‘지원금’이라고 해. 뿌리는 금액 50조.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50조를 지원했다”는, 다른 의미로 이해하면 완전히 잘못된 것. 정부가 공기업에 일을 시킨다는 것인데. 나한테 회사가 10억 줘서 내가 10억으로 자재를 샀다고 “10억 지원받았다”고 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원리.


■ 문재인 정부는 적극 재정(곳간 거덜),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긴축 재정)?

= 윤 정부가 ‘지출 구조조정’ 강조해 와. 재정의 트릴레마(3중 역설)가 있는데. “세금은 안 걷었으면 좋겠고 부채는 안 늘었으면 좋겠고 지출은 늘었으면 좋겠다?” 불가능한 이야기. 

= 그런데 윤 정부는 이 세 가지를 다 한다고 했다. 가능한 유일한 길은 지출 구조조정. 근데 지출 구조조정 리스트를 국회에도, 언론에도 안 줬다. 검증 가능성이 없는 상황인 것. 이런 상황에선 정부가 발표한 대로 기사를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물 먹는 걸 싫어하는 언론들. “지출 구조조정 23조? 정부는 그렇게 주장하지만 검증할 순 없다”고 써야.


■ 각 정권별 중앙정부 ‘재정 트릴레마’ 균형점

= 박근혜 초이노믹스: “적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경기 부양하겠다” 했는데 실제론 국가 지출은 줄고 세금은 증대시켜.(담뱃세, 연말정산사태)

=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한 증세 정책을 그대로 문재인 정부가 이어받아. 축복 받았던 상황. 재정만 보면 박근혜 정부가 잘 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문재인 정부는 첫 해만 증세, 나머지 감세. 문 정부는 증세 열매 자기가 다 먹어.

= 윤석열 정부에선, 세금 ‘절대액’이 줄었다.

= 윤석열 정부 감세 정책을 다음 정권이 이어받게 돼. 윤 정부의 정부안 가지고 분석한 결과, 감세효과 계산하니 –100조원. 이 정부에서 기재부장관하라고 하면 난 안 할 것. (상속세 관련해서 조정된 게 있어서 –80조원으로 조정되긴 했으나. 여전히 큰 숫자)


■ 그렇다면 증세는? 솔직히 불가능하다. 

→ 이재명, 윤석열 손 잡고 금투세 폐지. 자본에 대해서 세금 안 걷겠다는 것. 그 부족분을 노동자들에게서 소득세로 걷을 순 없는 노릇.

→ 법인세는 트럼프 때문에 못 올려. 트럼프가 내리려 하는데 우리나라만 올리긴 어려워. 

→ 부가가치세는 개인적으론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국민들이 반대.

→ 비과세 감면 줄여야. 애 많이 낳는 사람들한테 지원을 해주는 꼴. 저출생 해결 위해선 못 낳는 사람들한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재정 지출을 해야 하고, 아동수당을 줘야 한다. 세금 안 내는 사람은 감면 혜택 못 받는 구조.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은 지금도 애 많이 낳는다. 조세지출 줄이고 재정지출로 바꾸자는 게 진보, 보수 학자들의 컨센서스.


■ 가정살림과 중앙정부 살림은 원칙이 다르다.

= 가정에 돈 들어올 게 적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건 상식. 하지만 중앙정부는 경기가 나쁠 때 오히려 지출을 늘려야 한다. 경기가 나쁘면 수입이 준다. 수입이 줄 때 지출을 늘리니 적자 재정이 되는 것. 경기가 회복되면 오히려 지출 줄여야 한다. 재정건전성 회복해야 하기 때문.

= ‘재정 자립도 낮은데 재난지원금 뿌리는 게 말이 되냐, 적자 더 심해진다?’는 비판은 적절한가. 지방정부 재정 원칙과 중앙정부 재정 원칙은 달라. 지방정부는 균형 재정. 중앙정부는 정치적으로 재정 기조 정하게 돼. 지방정부는 세입-세출 맞추는 게 원칙. 재난지원금 줬다는 건 다른 사업을 못했다는 것 정도. 


■ 기재부가 밝히는 예산의 함정

= 기재부는 공식 dBrain으로 집계하지 않고, 12대 예산분류시스템을 쓴다고 주장.

= ‘총지출’도 기재부가 만든 개념. 정확하게 하려면 IMF 기준, 국제기준을 써야.

= 융자 지출과 총지출 개념을 혼동시켜서 융자를 줘놓고는 총지출 늘었다고 홍보하기도.

= 윤 정부가 ‘건전 재정’ 하자고 하니까 출자, 융자를 줄였다. 윤 정부 때 융자 수입 줄이니 이재명 정부 때 융자 수입 안 들어오는 것.


■ 증가율로 기사를 써야지, 절댓값으로 쓰면 안 된다

= ‘사상 최댓값 GDP 찍어’, ‘국내 GDP 사상 최초로 **조 된다’ 이런 기사는 황당한 기사.

= 증감율, 미분값을 써야 해. “사상 최초로 2025년이 되었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 국가 부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기사는 필요하지만, 절대 액수 말고, 차라리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 증감율. 국가부채(분자)는 stock, 쌓이는 개념이고 GDP(분모)는 쌓이지 않는 개념이기 때문.


■ 재정을 곳간에 비유하면 안 된다.

= 21세기 재정의 역할은 곳간 쌓았다가 푸는 게 아니다. 비유를 하자면 재정이 아니라 펌프에 비유하는 게 맞다고 본다. 시장이 잘 돌아가면 펌프 1단계로, 시장이 ‘돈맥경화’로 안 돌아가면 3단계로 펌프질을 하는 것. 


■ 정치인들의 말이 아니라 숫자를 믿어라

= 예산 분야별 증감률이 정치, 정책 방향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는 일단 산업, 경제 쪽에 돈을 썼다. 환경 분야 예산도 많이 썼는데 전기차, 수소차쪽. 결국은 산업이기도.

= 복지는 문재인, 박근혜 차이 없어. 박근혜 정부는 문화·관광에 사활을 걸어. 박 정부가 SOC도 문 정부 때보다 훨씬 돈을 적게 써. 


■ 24년 정부 지출 변화, 숫자로 보는 윤석열 정부의 정치 철학?

= 윤석열 정부의 정부안 증감률을 보니 통일·외교 증가율이 제일 높아. 그 중에서도 ODA가 높더라. 해외 원조 늘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본 것. 왜 해외 원조가 1순위였을까? 해석은 각자 하기 나름.

= 예비비가 2위. 국회 심의 없는 돈을 쓰는 게 두 번째로 중요했던 과제다. 가장 필요 없다고 본 건 과학기술. 실제로 2년 연속 예비비 증액 도전. 하지만 국회에서 엄청 깎였다. 


■ <쪽지 예산> 기사 쓰지 말자

= 안건 없는 갑툭튀 예산, 일명 <쪽지 예산> 없어진 지 10년 넘었다. 5년 전 정성호 민주당 당시 예결위원장이 국회 출입기자들한테 “시대 흐름 따라가지 못한다”며 쓴 소리 한 적 있어. 갑툭튀 증액, 쪽지 예산인데 그건 이제 없어. 공식 증액만 있다는 것. ‘국회발 증액 예산’을 쪽지 예산으로 표현하는 건 맞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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