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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Ai연구소]Ai, MD를 대체할 수 있을까?

작성일 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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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Job-多)한 Ai 연구소'는 Ai에 관심이 많은 5~8년 차 주니어 기자들이 모여 Ai가 다양한 직업군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1에는 권다솜 마켓컬리 뷰티MD를 초청해 Ai가 MD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모임에서 제공한 후기를 공유합니다.


MD, Merchandiser일까 ‘뭐든지 다한다’일까?


“MD는 ‘Merchandiser’가 아니라 ‘뭐든지 다한다’야.” MD들은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웃으면서 할 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요.) 기획전과 이벤트 운영, 고객 대응과 물류 관리까지, 소비자의 슬기로운 쇼핑 뒤엔 수많은 MD들의 멀티태스킹과 고생이 숨어 있습니다. 창의력을 풀가동해야 하는 업무부터 단순 반복성 업무까지. 때로는 기자의 삶과도 꽤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기자들도 매일 뭐든지, 아무거나, 다 해내야 하거든요... 하하


이런 만능 MD의 세계에 생성형 Ai가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있을까요? 잡다한 Ai 연구소는 신선한 식재료와 힙한 먹거리로 소비자들 사이 입소문을 탄 플랫폼 ‘마켓컬리’에서 뷰티 제품을 담당하는 권다솜 MD와 만났습니다. 뷰티 제품을 직접 큐레이션 하고 판매까지 책임지는 MD의 일, 과연 Ai가 어디까지 따라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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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생성 이미지)


1. 정말 뭐든지 다하는 MD

권다솜 MD는 현재 마켓컬리에서 50개 안팎의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입점부터 행사 기획, 고객 응대, 재고 및 매출 관리까지 모두 그의 손이 닿지 않는 단계가 없습니다. 특히 뷰티컬리는 모든 제품을 100% 직매입해 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MD의 판단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MD의 업무와 책임이 무겁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일은 더 까다롭습니다. 시장에서 어떤 제품이 주목받을지 판단해 공급사와 미팅을 잡고, 제품을 테스트하고, 최종 입점 여부를 판단합니다. 제품 사진을 직접 찍는 경우도 많습니다. 입점 이후에도 제품이 잘 팔리는지 추이를 살펴야 하고, 재고 상황을 수시로 점검해야 합니다. 안 팔리는 제품이 있으면 시즌에 맞춰 쿠폰을 발행하거나, 타깃 이벤트를 기획해야 하죠. 이렇게 권 MD가 관리하는 제품이 3천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MD들은 현업에서 얼마나 Ai를 활용할까요? 권 MD는 “그냥 제가 하고 말죠…”라고 웃으며 답했는데요. 어쩌면 프롬프트를 고민하고 실행할 여유조차 없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현재 마켓컬리는 제품 상세 페이지에 들어가는 배너를 자동으로 제작해 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디자이너에게 직접 요청해야 했던 작업이었지만, MD가 문구와 디자인만 선택하면 바로 활용 가능한 배너를 뚝딱 만들어준다고 하네요.


2. 반복 작업에서 돋보이는 Ai

단순 반복 작업은 Ai의 진가가 잘 드러나는 영역 중 하나입니다. 권 MD는 특정 제품의 재고 상황을 고려해 프로모션 상품을 선정하고, 이를 웹페이지에 등록하는 업무를 챗GPT와 제미나이에게 맡겨 봤다고 했습니다. 현재 시스템상 제품명과 상품 코드 등의 여러 데이터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어 있지 않아, MD들이 직접 여러 자료들을 찾아가며 검색, 복사, 붙여넣기 등등 몇 단계에 걸쳐서 상품코드를 입력하곤 했다고 하는데요, Ai 제미나이에 원본 데이터를 넣고 필요한 작업을 설명했더니 알아서 필요한 함수를 척척 짜서 보기 쉽게 재구성해주는 일을 무난하게 해냈습니다. 이미지 리사이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간 그림판과 파워포인트를 오가며 수작업으로 해야만 했는데, 원본 이미지를 주면서 원하는 사이즈로 조정해 달라고 하자, 금방 해냈습니다.


이처럼 대체로 단순한 작업에서 Ai가 굉장히 큰 강점을 보였는데, 권 MD가 뽑은 하이라이트는 단연 매출 분석이었습니다. 통상 특정 브랜드사의 기획전이 끝나고 나면, 빠르게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공급사에 보내줘야 한다고 하는데요. 원본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상품별 총매출, 판매수량, 매출 비중을 비교해 줘”라고 요청했더니, 깔끔하게 정리되어 보기 쉬운 자료를 만들어냈다고 했습니다. 품목별로 매출 추이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요일별 판매 상황까지도 알 수 있게 자료를 재구성해냈습니다. 복잡한 숫자 데이터 수십 개를 일일이 들여다봐야 하는 MD 입장에서 꽤 ‘쓸모 있다’ 싶은 기능이었을 겁니다.


마지막은 메일 발송 업무입니다. 관리 중인 수십 개 공급사에 공통적으로 알려야 하는 내용이 있어서 이메일을 보내야 하는 상황. 공급사마다 메일 본문을 조금씩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 보니 간단하지만 적지 않게 품이 드는 업무라고 하는데요. 권 MD가 챗GPT에게 이 부분을 해결해 달라고 했더니 '구글 앱스 스크립트(https://workspace.google.com/)'를 활용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메일 본문 및 제목을 각 공급사에 맞게 자동으로 수정하고, 발송까지 해 주는 코드를 제시했습니다. 이미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미처 몰랐던 프로그램을 현명하게 쓰는 법을 알려준 것입니다.


권 MD는 팀원들과 함께 브레인스토밍해서 코드를 약간씩 수정해 팀 업무를 최적으로 해낼 수 있는 메일 자동화 시스템을 직접 구현하는 데에 성공했다며 뿌듯해했습니다. 그나저나 뭐든지 다하는 MD, 이제는 코딩까지 해내는 중이네요.


3. 프로모션 및 이벤트 기획하기

MD 업무의 진짜 승부는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기획 아이디어에 달려 있을 때도 많습니다. 권 MD는 뷰티컬리의 주요 고객층 특징을 고려해 특정 브랜드로 프로모션을 기획해 보자고 챗GPT에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SNS 바이럴 마케팅을 중심으로 한 꽤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왔고, 제법 인상적인 데이터 기반 분석도 해냈습니다. 권 MD는 “뷰티컬리 고객층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무난한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잡다한 Ai 연구소도 직접 MD처럼 일해봤습니다. 평소 뷰티 제품을 좋아하는 개인 취향을 살려, 챗GPT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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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그럴듯한 결과를 내놨지만, 인용한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니 2023년과 2025년에 만들어진 자료들이 혼재되어 있었습니다. 트렌드는 시의성이 생명인 법. 2025년에 만들어진 자료만 참고하라고 꾸짖었더니, 보다 구체적인 제품명을 언급하면서 좀 더 괜찮은 답변을 내놨습니다. 다만 챗GPT가 참고했다고 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인해 봤더니, 잡다한 Ai 연구소 멤버들은 물론, 업계 관계자인 권 MD에게도 생소한 사이트가 등장했습니다! 역시 답변의 신뢰도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마지막 미션은 여름휴가 시즌을 겨냥한 기획전 아이디어를 짜 내는 것입니다. 기억에 남을 만한 네이밍도 부탁했더니, 4가지 기획안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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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HOT or COOL? 당신의 여름 온도는>이라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어, 구체화해 달라고 요청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시키지도 않은 오프라인 매장 이벤트까지 기획을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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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톤 테스트를 통해 쿨톤·웜톤을 진단하고, 각 톤에 어울리는 제품을 큐레이션해 쿠폰을 제공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친숙한 기획안이지만, 그래서 더 설득력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권 MD도 다음 기획전에 실제로 참고해 볼 만하다고 평가했죠.


4. 코드 짜는 MD, 기획하는 Ai

이번 실험을 통해 권 MD는 단순 반복 업무에 있어서는 Ai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원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매출 분석이나 보고서 정리와 같은 자료 재구성 업무는 기대 이상으로 빠르고 정교했죠. 하지만 MD 업무가 단순 자료 조사에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MD들은 고객보다도 먼저 뷰티 제품을 직접 체험하는 '첫 고객'이면서, 동시에 고객사와의 미묘한 소통을 이어가야 하는 책임도 갖고 있습니다. 여전히 사람만이 갖는 감각이 필요할 영역인 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MD는 이번 실험이 꽤 유쾌하고 유익한 경험이었다고 했습니다. 프롬프트만 잘 다듬으면 실무에도 바로 도입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고, 앞으로는 이런 프롬프트만 전문적으로 작성해 주는 직업이 생길지 모른다는 상상도 해봤다고 하네요. 어쩌면 머지않아 ‘코드 짜는 MD’와 ‘기획하는 Ai’가 함께 일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러면 MD의 단골 별명인 ‘뭐든지 다 하는 사람’이라는 말의 의미도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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