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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공부방]물은 먹어도 좋으나 질문하지 못하면 끝이다 - 인천 기자 스터디 모임

작성일 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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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기자들의 스터디 모임인 '우리들의 공부방' 간사인 노승환 MBN 기자가 1년간의 활동을 정리했습니다. 


물은 먹어도 좋으나 질문하지 못하면 끝이다

- 인천 기자 스터디 모임 ‘우리들의 공부방’


글: 노승환 MBN 기자


‘우리들의 공부방’은 인천에서 일하는 경력 3년이 안 된 신진 기자들의 공부 모임입니다. 목적은 질문하는 힘의 회복이었습니다. 기사가 범람하는 시대입니다. 기자들이 이전과는 비할 수 없이 많은 기사를 생산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기자들은 쫓깁니다. 좋은 기사를 쓰라는 지시보다 일단 물은 먹지 말라는 지시가 훨씬 강력합니다. 그렇게 치이는 동안 질문하는 힘은 우리도 모르게 점점 약해져 왔습니다. 이 힘을 되찾지 않고서 언론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었습니다.


2025년 모두 13번 모임을 가졌습니다. 큰 주제는 불평등이었습니다. 불평등을 선택한 이유는 불평등이 이 시대 가장 근원적인 질문이 필요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개인 차원의 불평등과 지역 차원의 불평등으로 나눠 발표와 토의를 나눴습니다. 개인 간 불평등의 초점은 능력주의였습니다. 능력대로 보상받는다는 원칙이 꼭 정의롭지만은 않다는 문제 제기를 공유하려고 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센델의 『공정하다는 착각』과 김동춘 교수의 『시험능력주의(한국형 능력주의는 어떻게 불평등을 강화하는가)』를 토대로 강의와 토의를 진행했습니다. 이 맥락에서 박상훈 전 후마니타스 대표를 초청해 ‘불평등보다 약한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강의도 들었습니다. 거대 양당 체제로는 정치가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지 못함은 물론 처음부터 해소할 동기조차 갖기 어려움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들은 이 대목에 가장 크게 감화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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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4차 모임을 마치고, 지역의 한 원로께서 기증한 독립신문 창간호 판본 앞에서 멤버들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근원적 질문의 기회

우리 사회 불평등 문제를 깊이 천착해온 윤홍식 교수도 초청했습니다. 윤 교수가 저작 『이상한 성공』에서 피력한 핵심 주제, ‘우리는 선진국인데 왜 더 불행해졌는가’라는 주제의 강의였습니다. 2021년, 개발도상국 가운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진국에 들어선 나라로 인정됐지만 노인 빈곤율, 자살률 등 여러 지표에서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 매우 불행하다고 느끼는 역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역설이 어디에서부터 생겼는지를 파헤치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개인 간의 불평등을 넘어 우리 사회는 지역 간 불평등, 수도권 집중이란 근원적 차원의 불평등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은 개인 간 불평등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서로를 강화시키는 문제입니다. 지난 5월 황순우 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의 안내를 받아 전북 전주의 팔복예술공장에서 1박 2일 동안 도시재생의 성공 방법을 배웠습니다. 핵심은 예술 교육과 체험이었습니다. 이곳은 음악 테이프를 만들던 공장이었는데, 산업이 쇠퇴하면서 폐허로 변했습니다. 도시 외곽의 팔복동 같은 곳은 서울과는 달리 한 번 쇠퇴하면 부활이 어렵습니다. 쇠퇴한 데에는 이유가 있고, 서울 ‘일극주의’ 사회에서 지방에서 새로운 활력을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무입니다. 팔복동은 지역 사회와의 지속적인 예술 교육 네트워크를 만들어 부활을 이뤄냈습니다. 한 때 폐허 같았던 이곳은 지금 전국에서 1년에 수십만 명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습니다. 유럽 여러 나라의 성공 사례에서도 쇠퇴한 공장지대의 성공에는 거의 예외 없이 문화와 예술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팔복동의 성공은 분명 전국 많은 곳에서 참고할 좋은 모델임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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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1일과 6월 1일 이틀간 진행한 '우리들의 공부방' 전주 팔복예술공장 탐방>


하반기에는 수도권 집중 문제와 인천과의 관계를 3번에 걸쳐 집중적으로 논의했습니다. 수도권 집중 문제는 사실 서울 일극주의의 문제입니다. 인천과 경기도는 지난 30여 년의 신도시 개발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과 철도 건설로 서울 일극주의를 오히려 강화, 악화시켜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낙수효과를 누리며 성장해왔습니다.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소한다는 건 언젠가는 인천과 경기도의 인구와 경제 규모, 좋은 대학, 좋은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다른 선진국들이 거의 예외 없이 걸어가고 있는 ‘저성장의 늪’에 우리나라도 이미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1997년 IMF 사태 이후 4명의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성장’을 외쳤지만, 단 한 명도 2%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최악의 저출산을 겪고 있습니다. 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수도권 집중을 해소한다는 건 필연적으로 서울과 경기도, 인천의 크기, 정확히 말해 번영의 파이를 지방으로 나눠야 함을 의미합니다. 8월 20일 <수도권이라는 ‘숨막힘’>, 9월 10일 <인천이라는 ‘편협’을 넘어>, 10월 1일 <인천이라는 ‘앞뒤 안 맞음’> 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인천에서 활동하는 기자로서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된 지역 언론의 논조를 넘어설 단초를 공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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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일, 10차 모임에서 멤버들이 인천과 수도권 집중 문제의 관계에 대해 발표하고 토의하는 모습>


‘우리들의 공부방’은 2025년이 시즌 2였습니다. 2023년 1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28번에 걸쳐 시즌 1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타인의 불행을 어떤 태도로 다룰 것인지, 단독보도라는 문화는 어떻게 변질됐는지, 지방자치와 지역 정치는 왜 시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의제를 주로 다루는지 등 지역 언론 기자로서 접하기 어려웠던 관점과 태도를 생각해봤습니다. 아울러 『사람에 대한 예의(권석천)』란 책을 토의해 기자이기 이전에 좋은 인간이 된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군중의 망상(윌리엄 번스타인)』을 독서 토론하면서 인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오직 멤버들의 열정으로

‘우리들의 공부방’은 최초 6명으로 시작해 중간에 이직과 퇴사 등의 이유로 5명이 탈퇴했지만, 5명이 새로 가입해 명맥을 이었습니다. 인천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 서로 다른 언론사에 있는 기자들이 모여 스터디 모임을 운영한 사례는 처음입니다. 시즌 1에선 2주일에 한 번, 시즌 2에는 3주일에 한 번, 단 한 번을 제외하곤 41번의 모임을 쉬지 않고 진행했습니다. 멤버 가운데 한 명은 지방 출장 중이었는데도 중간에 세종시에서 인천으로 올라 와 모임을 하고 밤에 다시 내려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강제성이 전혀 없었던 모임은 멤버들의 열정으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인천언론인클럽은 우리들의 공부방을 좋은 전통으로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지난 2년간의 모임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1월 말, 2022~2024년에 기자 생활을 시작한 새로운 멤버 5명이 ‘우리들의 공부방 2기’를 시작했습니다. 1기에 이어 MBN 노승환 차장이 강사와 운영자 역할을 계속 맡기로 했습니다.


기자가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질문입니다. 질문 속에 그 기자의 세계관과 지향점, 인간성 그 모든 게 다 담깁니다. 좋은 질문이 점차 사라지고, 설상가상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있어야 할 중요한 것들을 빠른 속도로 지워가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공부방은 물은 먹어도 좋으나 질문하지 못하면 끝이라는 각자의 다짐이었습니다. 공부방은 처음엔 텅 빈 정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정원에는 하나둘 꽃이 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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