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Ai연구소] AI, 개발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 - 이재윤 집토스 대표
작성일 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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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연구모임 '잡다(Job多)한 Ai연구소'에서는 11월 23일, 이재윤 집토스 대표를 초청해 AI가 개발자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임에서 제공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AI, 개발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재윤 집토스 대표
엔비디아의 CEO인 젠슨 황, 2025년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다음 날 전체회의에 참석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직원들에게 AI 사용을 줄이라고 말하는 관리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친 소리입니다. 저는 AI로 자동화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이 AI로 자동화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막 배움을 시작한 초등학생도, 늦깎이 도전에 나선 중년의 직장인들도 저마다 개발에 필요한 컴퓨터 언어를 배우느라 코딩 열풍이 불었던 것이 바로 얼마 전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AI에 밀려 실직 걱정을 하는 개발자들이 많다는 기사가 종종 눈에 띄곤 하죠. 가장 각광받던 직업에서, 갑자기 몇 년 만에 AI에 대체될 거라는 직업군인 개발자. 정말로 언젠가는 벌어지게 될 일일까요?
잡다한 Ai 연구소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이재윤 대표를 만났습니다. 이 대표는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 '집토스'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요. 코딩에 통달한 전문 개발자인가 싶지만, 사실 이 대표는 코딩 전문가도, 개발자도 아닙니다. 하지만 본업에 필요한 개발 업무를 직접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는 시간에 앱이나 웹페이지 개발을 취미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AI를 잘만 활용하면 누구나 이른바 '미친 생산성'을 가질 수 있다고 장담했습니다. 잡다한 Ai 연구소 멤버들 모두 개발 업무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데요. AI를 도구 삼아 '미친 생산성'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1. 개발자 없이도 개발이 가능하다?!
AI를 활용한 앱 및 웹페이지 개발은 업계에선 사실 이미 익숙한 일이라고 합니다.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비전문가들도 AI의 도움을 받아 개발 업무에 비교적 쉽게 입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직 개발자들도 AI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죠.
이 대표는 현재 아예 개발자 없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대표 스스로가 오랜 기간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로부터 배운 개발 관련 기초 지식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현재 이 대표 회사는 개발자 없이 총 6명의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개발자 없이 창업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업 론칭 초기, 주니어 개발자들과 함께 일을 시작했고, 가장 많을 때는 10명 안팎의 개발자가 한 팀으로 움직였습니다. 이후 작년부터 조직의 규모를 즐이기 시작했고, 마침 함께 일하던 개발자들도 회사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죠. 이때 이 대표는 과감하게 기존 개발자들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AI만 있다면 비개발자들끼리도 충분히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내린 겁니다.
대신에 이 대표는 여러 종류의 AI를 유료 구독하고 있습니다. 웹페이지 개발에 유용한 Claude(클로드)를 매달 200달러에 구독하고 있고, 음성 기반 회의록 요약 및 작성, PPT 자료 제작 등에 주로 쓰이는 GenSpeak(젠스피크)에는 매달 2-3만원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Gemini(제미나이)와 챗GPT 등은 기본 옵션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환율을 고려해도 한 달에 35만원 안팎의 비용으로 개발자 1명을 대체하고 있는 셈이나 다름없는 것입니다.

<전국 동물병원 진료비, 리뷰 정보 사이트 '바로펫' baropet.kr>
요즘엔 본업뿐만 아니라 취미로도 웹 페이지 개발을 한다는 이 대표. 위 링크를 누르면 이 대표가 최근에 딱 3일간 퇴근 후 남는 시간을 털어 만든 웹사이트로 바로 접속할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만들게 된 배경은 이렇습니다. 평소 부동산 관련 공공데이터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 누구나 접근 가능한 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페이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꾸준히 방문하는 이용자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트래픽을 확보하면 광고를 붙여 수익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AI에게 어떤 아이디어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추천받은 여러 기획안 중 지역별 동물병원 관련 서비스가 괜찮아 보였습니다. 기존에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이후 온라인에 있는 데이터를 모아 오는 크롤링부터, 초기 모델 구축을 위한 스크립트 작성, 오류를 잡아내 수정하는 디버깅 작업과 실제 온라인상에서 쓸 수 있도록 배포하는 단계까지 클로드를 포함한 여러 AI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사이트 이름과 로고도 AI가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웹사이트가 만들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3일, 시간으로 따지면 16시간 안팎이 걸렸습니다.
2. 느낌만 가지고 개발해 보기
이 대표는 잡다한 Ai 연구소 멤버들을 향해 끊임없이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들여 노력하고 공부하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거라고요! 개발을 전혀 해보지 않았고, 컴퓨터 언어에 대한 지식도 많지 않은 사람들도 할 수 있는 개발, 이것을 '바이브 코딩'이라고 부릅니다. 이때 '바이브(vibe)'는 분위기, 낌새, 느낌이라는 뜻으로, 흔히 "오 바이브 좋은데~" 할 때 쓰는 그 단어가 맞습니다. 즉 컴퓨터 언어를 디테일하게 몰라도 어떤 '느낌'의 앱이나 웹페이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코딩을 하는 것입니다.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인간의 언어와 완전히 다른 컴퓨터의 언어를 익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브 코딩은 컴퓨터 언어를 모르는 비개발자 민간인(?)들에게 매우 유용합니다. 스스로 구현하고자 하는 서비스 관련 아이디어를 컴퓨터의 언어가 아닌, '나의 언어'로 말해도 컴퓨터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알아서 앱이든 웹페이지든 척척 구현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바이브 코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시중에는 이미 누구나 쉽게, 그것도 무료로 써볼 수 있는 다양한 바이브 코딩 웹사이트가 존재합니다. 목적별, 기능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잡다한 Ai 연구소는 그중에서도 'Lovable(러버블, https://lovable.dev/)'이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봤습니다.
매년 돌아오는 생일. 지인들이 어김없이 '갖고 싶은 선물이 있느냐'라고 물어오지만, 내가 정말로 원하는 선물은 간혹 부탁하기 미안할 정도로 비싼 물건인 경우가 있죠. 이럴 때 쓸 수 있는 소위 '생일 선물 펀딩 서비스'가 있으면 어떨까요? 내가 갖고 싶은 선물에 대해 결제 기능을 등록하고,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펀딩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러버블에 위와 같은 주문을 넣고 웹페이지를 개발해 달라고 했습니다. 프롬프트가 입력되자마자 바로 작업을 시작하더니 뚝딱뚝딱 알아서 개발이 진행됐습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오류를 잡아내는 디버깅 작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최종 결과물은 어떨까요? 위 이미지에 있는 프롬프트 내용과 아래 캡처 이미지를 비교해 보면 러버블의 성능이 더 잘 보일 것입니다.


작성한 프롬프트의 내용의 90% 이상이 구현되었습니다. '생일 선물 펀딩'이라는 기본 아이디어를 실현하되, 로그인 기능을 추가해 보안성을 높였고, 받고 싶은 선물에 대한 당사자의 멘트를 추가하는 등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던 자잘한 기능들도 추가되었습니다. 'Giftogether'라는 센스 있는 네이밍까지 해줬습니다. 다만 결제 시스템까지 실제로 탑재되지는 않았어요. 이 부분은 추후 여러 AI를 교차로 활용해 가며 보완해서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 모든 작업이 완료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 안팎.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라서 정말 놀라웠습니다.
3. AI, '대체'가 아닌 '역할 변화'의 계기
프로그램 설치조차 필요하지 않은, 온라인상의 AI 웹사이트를 통해 또 다른 웹사이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세상. 얼핏 개발자의 역할이 정말 불투명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여타의 모든 직업군이 그랬듯, AI로의 완전한 대체를 말하기엔 아직 시기상조일 것입니다. 하지만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AI를 못 쓰는 누군가를 대체할 수는 있겠지요.
앞서 '바로펫'을 3일 만에 만들어서 배포까지 완료했던 이 대표 역시 이 부분에 동감했습니다. 웹사이트 개발 및 배포에 AI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바로펫'의 최종적인 만듦새와 완성도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고도 말했습니다. 출시한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생각해 내는 기획의 단계는 더욱 말할 것도 없겠지요. 이 대표는 개발을 하기 위해 컴퓨터 언어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개발 업무가 단순히 인간의 언어를 컴퓨터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데이터를 활용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더불어 AI는 지금껏 여러 장벽 앞에 개발의 세계에 미처 뛰어들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도 훌륭한 기회가 될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글 서두에 언급했던 젠슨 황 CEO. 그는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이런 말도 했습니다.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분기에만 수천 명을 새로 고용했어요.”
엔비디아 소속 개발자들은 AI 기반 코딩 어시스턴트 프로그램인 'Cursor(커서)'를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커서의 활용률이 아무리 높아져도 젠슨 황은 이 프로그램이 자사 개발자들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겠죠. 실제로 엔비디아는 기업 정보상 직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언젠가는 개발을 정말로 완벽히 해 내는 AI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에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고민해 내서 답을 찾아내는 역할은 또다시 인간의 몫이 되겠지요. 적어도 그런 시기가 오기 전까지, 우리는 AI와 함께 다가온 현재의 과도기적 시기를 마음껏 즐기고 누려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