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연구모임
[잡다한 Ai 연구소] 슬기로운 Ai 활용법
2025.05.13
본문
'잡다한 Ai 연구소'가 지난 4월 25일 모임을 가졌습니다. 모임에서 제공한 강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 주제: 슬기로운 Ai 활용법
- 엄기홍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1. 논의 배경
단 한 번이라도 챗GPT나 퍼플렉시티 등 흔히 사용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바로 Ai가 만들어낸 작업물의 완성도나 정확도가 일정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인데요. 분명 사용자가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같은 지시를 내렸는데, 작업물의 퀄리티가 천차만별일 때도 있죠. 이는 챗GPT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용자가 지시를 내릴 때 쓰는 명령어가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Ai가 인간의 직업을 대체할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 있는 언론인 연구모임, '잡다(Job-多)한 Ai 연구소'는 본격적인 직업별 탐구를 시작하기 전, 어떻게 하면 챗 GPT를 똑소리 나게 잘 쓸 수 있을지, 전문가에게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2. 알고 쓰면 더 잘 쓸 수 있다.
챗GPT를 더 잘 쓰고 싶다는 멤버들의 열망을 모은 덕에,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모시고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강의 시작 전, 다 같이 영상을 하나 시청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 등 정치 분야에서의 Ai 활용을 다룬 내용이었는데, 화면 한쪽에 엄 교수 얼굴이 드러나는 영상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강의를 진행 중인 엄기홍 교수>
그런데 놀랍게도 이는 Ai를 활용해 만든 가상의 음성과 영상이었습니다. 영상이 끝날 때까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웠습니다. 최근의 Ai 기술은 실제 인물의 모습이 담긴 약 5분 안팎의 짧은 영상만 가지고도, 거의 실제에 가깝게 카피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표준어가 아니라 지역색이 짙게 묻어나는 특정인의 고유 발음이나 억양까지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해 낸다고 하죠.
엄 교수는 과거 정치외교학과의 논문이 학계에서만 소비되고, 세상 밖에서는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어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생각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했습니다. Ai를 활용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학계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는 겁니다. 아래에 엄 교수 강의 내용과 잡다한 Ai 연구소 구성원들의 브레인스토밍 결과를 함께 정리했습니다.
챗GPT는 솜씨 좋은 대학원생 친구!
챗GPT는 문자 기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LLM'(번역하면 '대규모 언어 모델')입니다. 수억 개의 문자 데이터를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문장 다음에 어떤 문장이 이어질지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쉽게 말하면, 주어진 문맥을 파악하고 확률에 근거해 다음에 나올 말을 생성하는, 일종의 '창의력을 가진 텍스트 조합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통상 챗GPT는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현재 개발 단계에서는 자동화 작업과 요약하기 등의 작업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입니다.
엄 교수는 챗GPT를 특정 직업을 대체할 존재로 보기보다는, '똑똑한 대학원생 친구'처럼 생각하면 훨씬 좋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챗GPT의 IQ를 사람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30 정도라는 분석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결국 모든 업무의 핵심은 결국 데이터 해석력, 맥락 이해력, 윤리적 판단처럼 아직까지는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것에 있다는 겁니다.
3. 똑똑하게 지시할수록 똑똑한 결과물이 나온다.
챗GPT는 좋은 지시를 받을수록 좋은 결과물을 만듭니다. 반대로 지시가 부정확하거나 모호하면 품질이 떨어지는 결과물을 냅니다. 챗GPT에게 똑똑한 지시를 하려면 크게 4가지 원칙을 기억하면 됩니다.
(1) 역할 부여하기: 지시를 내리기 전에 챗GPT에 일종의 '페르소나', 혹은 '자아'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상황 설정은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Do!]
"너는 5년 차 국회 출입기자야."
"너는 지금 정치외교학 전공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이야.
"너는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정치 강의를 준비하는 강사야."
[Don't!]
"조금 전문적으로 써줘."
"어른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줘."
→ '전문적', '어른' 같은 표현은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챗GPT가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2) 맥락 제공하기: 챗GPT가 활용할 데이터를 제공할 때 배경 설명을 곁들입니다.
[Do!]
"이 자료는 2025년 4월에 국회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야."
"이 내용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발표된 정책 자료야."
"다음 텍스트는 작년 국정감사 중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된 사항이야."
[Don't!]
"최근 자료야." "어디선가 본 뉴스야."
(3) 명확한 목표 제시하기: 결과물의 분량, 형식, 대상 등을 명확히 지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챗GPT는 장황한 기사도, 간단한 요약문도 작성할 수 있으니 사용자가 원하는 바를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Do!]
"이 주제에 대해 3,000자 분량으로 작성해 줘."
"신문기사 형식으로 작성하되, 7 문단 이내로 요약해 줘."
"중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줘."
[Don't!]
"적당히 써줘." "알아서 요약해 줘." "기사 좀 써줘."
(4) 순차적으로 지시하기: 챗GPT는 이전 대화 흐름을 기억하면서 작업합니다. 때문에 여러 개의 데이터를 제공할 때는 하나씩 순차적으로 명령을 보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파일 하나 올리고, '기억해 둬/저장해 줘' 같은 말을 덧붙입니다. 또 만약 완전히 다른 주제로 새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면, 프로그램을 껐다가 다시 켜는 것이 좋습니다.
[Do!]
"이 파일은 2025년 4월 국회 상임위 회의록이야. 일단 저장해 줘."
"위 파일과 지금 올리는 파일을 합쳐서 전체 요약본을 만들어줘."
[Don't!]
"이거랑 저거 합쳐서 알아서 정리해 줘." "다 모아서 대충 요약해 줘."
→ 여러 자료를 무작정 합치라고 하면 챗GPT가 중요도를 혼동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구체적이고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지시하라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치인 것이,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작업 요청을 받는다고 상상했을 때, '알아서 잘해줘'만큼 화가 나는 것이 없죠. 챗GPT도 똑같습니다. 일각에선 챗GPT를 어르고 달래거나 무섭게 화를 내면 말을 잘 듣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보다는 차분하게 원하는 바를 잘 설명하는 편이 낫습니다. 정 말이 안 통한다 싶으면, 간단한 예시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시를 보여줄게. 위 데이터를 이런 형식으로 설명해 줘.'라는 지시와 모범 답안을 함께 주는 거죠.
나만의 프롬프트 구축하기
위에 설명한 대로 똑똑한 지시문을 잘 쓸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면, 이 작업 과정을 챗GPT가 잘 기억할 수 있도록 프롬프트를 구축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본래 '프롬프트'는 연극에서 대사나 동작을 지시하고 상기시켜 주는 일을 지칭하는데요, Ai 분야에서는 챗GPT 같은 인공지능에 입력하는 질문이나 지시를 가리킵니다.
물론 모두가 컴퓨터 언어에 능통해서 여러 프로그램을 활용해 멋진 프롬프트를 뚝딱 작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나만의 프롬프트를 만드는 일은 충분히 해 낼 수 있습니다. 챗GPT와 자주 대화를 하면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명령어를 바꿔보고, 새로운 지시를 추가해 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 봅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만들어졌다면, 챗GPT에 ‘위 작업 과정을 프롬프트로 작성해 줘’라고 지시합니다.
만들어진 프롬프트에 '템플릿으로 저장해 줘'라는 명령어를 넣으면 사용자의 계정으로 로그인된 챗GPT에 자체적으로 저장이 됩니다. 서버에만 저장해 두는 것이 못 미덥다면, TXT 파일이나 워드, pdf 형태로 저장해 놔도 됩니다. 그러고는 다음번 작업을 할 때에, 필요한 데이터와 프롬프트를 함께 입력하면서 '첨부한 프롬프트에 맞게 만들어줘'라고 지시하는 겁니다. 그러면 좀 더 구조화된, 일관성 있는 결과물을 보다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챗GPT에게 기사 작성을 지시할 경우, 사용자가 원하는 톤과 뉘앙스의 기사 몇 개를 제시하면서 학습하도록 한 뒤, 이런 방식으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도록 프롬프트를 생성해 두면 다음번 작업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거죠.
이 글 앞부분에 쓰인 대표 일러스트 이미지 생성도 챗GPT로 했는데, 저는 이번에 만들어진 결과물이 꽤 마음에 들어 관련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txt 파일로도 저장해 뒀습니다.
전문가 활용 예시: 국회 정보 전문가로 성장 중인 'AI PEN+'
엄 교수는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Ai가 작성한 기사가 전체 기사 중 70%를 차지하는 자체 언론사를(https://aipen.kr/)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치 관련 학계 소식은 물론, 국회의 법안 발의 상황, 인물 동정, 상임위 운영 현황 등을 전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들을 제공합니다. 챗GPT는 여기에서 국회발 자료와 데이터를 자동으로 백업하고, 이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직 언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 중에 있습니다. 'AI PEN+( http://plus.aipen.kr/)'는 엄 교수 연구팀이 챗GPT를 활용해 국회에서 발표하는 각종 자료를 백업해 만든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법안 발의 상황, 회의록, 표결 현황, 보직 및 상임위 변경 정보, 보도자료 등 국회에서 생산되는 방대한 자료들을 일정 주기마다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국회 관련 정보 위주로 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17개 광역의회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잡다한 Ai 연구소는 엄 교수 도움을 받아 직접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해 봤습니다. 기사 작성은 물론이고, 현재 발의되어 있는 법안 관련 자세한 정보들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었습니다. 또, 특정 법안들을 서로 비교 분석하는 작업도 꽤 훌륭하게 수행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앞서 지난번 'Ai가 기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논의했을 때와 같이, 이번에도 아무리 챗GPT가 뛰어난 결과물을 낸다 해도, 인간 기자가 반드시 별도로 검토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는 데에 모두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Ai가 허위 정보를 생성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기 때문입니다.
4. 결론
업무에 챗GPT를 도입하는 것이 점점 일상화되고 있는 만큼, 슬기롭고 똑똑하게 Ai를 다루고 싶다는 욕구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ㅇ모두에게, 또 모든 상황에 통용되는 '최선의 방법'은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프롬프트나 가이드라인이 있어도,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면 챗GPT로 만들어낸 작업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스스로 챗GPT를 자주 사용하면서, 또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를 겪어 나가면서, 나만의 활용법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시판 참고도서나 강의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은 챗GPT와 내가 직접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