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모임활동
[G2 경제연구회] 중국의 경제, 산업 상황과 미중 갈등
2023.11.07
본문
한국, 미국, 중국의 경제와 산업을 연구하는 'G2경제연구회'(간사:박수현 머니투데이 기자)'에서 10월 25일 모임을 가졌습니다. 연구모임에서 제공한 강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 주제: 중국의 경제, 산업 상황과 미중 갈등
□ 강사: 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소장
<G2 경제연구회 회원들이 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소장의 강의를 듣는 모습이다.>
*미중 관계는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정의될 수 있을까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신흥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 패권국이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반드시 일어난다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강력한 중국 반대 정책에 쓰이는 용어다. 중국이 미국의 군사, 경제력 수준을 따라잡을 수 없는 상태에서 극단적 경쟁 상태로 몰린다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투게디데스의 함정'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반응을 반영하는 단어다.
과거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은 '평화 굴기'를 주장했다. 이때 미중 관계가 가장 좋았다. 미국이 9.11 사태를 기점으로 빈라덴을 체포하기 위해 정신이 없을 때 중국은 WTO에 가입하고 자유무역을 주장하며 경제 성장을 했다. 그러나 현대의 중국은 후진타오의 생각을 버렸다. 후진타오 시대엔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가장 강했지만, 후진타오 전 주석 자체는 강한 카리스마도 없었고 내부의 권력을 장악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밑에서 지켜봤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강력하게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을 것이다.
미중 전략의 문제는 결국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충돌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중동에서 충돌이 일어났지만, 남중국해(필리핀-중국), 한반도(한국-북한), 양안(대만-중국)에서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곳에선 미국과 중국이 직접 싸우지 않아도 대리전이 가능하다.
특히 남중국해 문제는 폭발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중국이 2027년 인민해방군 창립 100주년이 될 때까지 통일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데 이익이 너무 적고 희생이 크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가끔 비합리적인 행위자가 나오기는 하지만 어느 나라든 국가 정책은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한다고 생각하고 보면 그렇다.
*세계의 중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중국의 생각
-중국은 오랫동안 제국이었고 지금도 그에 준할 정도로 큰 나라다. 중국 영토가 전 유럽과 비슷하고 인구는 유럽의 2.5배다. 이런 나라들은 한국과 통치와 운영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제국도 어느 순간 사라지기 때문에 중국이 가진 미국의 전략에 대한 공포는 한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공격적인 전략을 사용한다.
중국은 아편전쟁 이후 100년간을 굴욕의 역사라고 스스로 규정한다. 그러다가 경제의 발전으로 이제 드디어 G2가 됐다. 중국이 옛날에는 '굴기' 하다가 지금은 ‘부흥’이라는 단어를 쓴다. 우리가 1등, G1이 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원래 자리로 가려고 하는 거라는 뜻이다. 옛날 청나라가 세계의 GDP 30%를 차지할 때가 있었는데 미국이 현재 차지하는 규모가 22% 정도다. 다시 세계 GDP의 30% 차지하면 명나라 당나라 때 정도가 되니까 그때의 영광으로 다시 가자는 '부흥'이지 새로운 뭔가가 아니다. 이게 정당성의 근거가 되는 거니까 자꾸 역사를 얘기하고 과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명론은 운명 공동체, 중국몽, 일대일로는 말하지 않지만 문명의 축을 바꾸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세계의 가치관이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가치관이 세계의 보편적인 가치관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강조하면 할수록 꿈은 멀어진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몽도 제시하고 일대일로 전략도 펴면서 희망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하지만 이게 지금은 다른 나라가 중국을 견제하도록 하는 명분이 됐다. 국내에선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외부에선 중국을 견제하는 명분으로 활용되는 것. 이 모순을 중국이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야심찬 계획, 일대일로는 실패했다
-일대일로는 현재까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일대일로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 동남아, 아프리카 등 국가에 경기부양책으로 많은 돈을 투자해 고속도로, 고속철도를 놓는 등 SOC 사업에 투자한 것이다. 국내에 시장이 없으니 해외 시장을 창출한 것인데 다들 실패했다.
베트남과 같은 나라는 어느 정도 경제력이 뒷받침됐지만 다른 나라는 고속철도 등이 필요한 정도의 경제 수준이 아닌데 사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 나라 정치인들은 실적을 쌓기 위해 중국에 협력해 일대 일로에 참여하고, 이제는 이자를 갚지 못하고 중국 탓을 하고 있다. 해당 국가의 발전에 지도자의 문제, 산업구조의 문제, 기술의 문제가 합해져서 실패를 이끌어냈다.
우리가 일대 일로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국제적인 안목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98배나 되는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세계지도를 두고 일대일로 정책을 구상했다. 우리나라는 지역 갈등도 있고 북한도 있고 하다 보니 국제적인 안목이 좁다. 일대일로의 잘잘못도 중요하지만 세계를 보면서 국가 전략을 세운 정책이라는 걸 보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 경제의 위기, 탈중국은 원래부터 진행 중이었다
-트럼프 집권 시기에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으로 '탈중국화'가 가속됐을까. 그때 가속도가 붙었을 수는 있었겠지만 중국 내 해외 기업들은 그전부터 옮겨가고 있었다. 인류 역사에서 세계화는 단 한 번도 그친 적이 없다. 산업화 이전에도 이동은 있었고 현대에 들어서는 그것이 가속화됐을 뿐이다. 시장과 가격의 논리에 따라 신발 공장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동하고, 의류 공장은 방글라데시나 인도네시아로 이동한다.
미중 무역갈등 또는 가치동맹의 싸움 때문에 탈중국 해야 한다는 것은 미국의 프레임에 불과하다. 탈중국 혹은 탈세계화는 없다. 세계화는 몇백 년 동안 진행됐고 어떤 형태든지 세계화는 이뤄진다. 그렇기에 테슬라는 여전히 중국에 생산시설을 두고 애플도 철수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미국 스스로 탈세계화 또는 디커플링이라는 단어를 썼다가 철회했다. 이제는 '디리스킹'이라고 말한다. 디커플링에 빠져서 미중관계를 해석하고 경제를 이념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경제는 시장의 논리와 자본의 흐름으로 봐야한다. 미중 전략의 변화는 앞으로 수십년 동안 갈 것이다. 중국은 곧 망할 것처럼 보이지만 10년 안에는 미국의 GDP를 추월할 것이다. 하지만 GDP 규모만 가지고 국력을 이야기 하는 것은 큰 의미는 없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느 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는 끝났다. 미국의 일극 체제는 1990년부터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전까지 유효했고 다시는 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소비 침체의 이유는 정부에 대한 중국인의 신뢰 상실 때문
-코로나 방역 실패는 국민의 신뢰 상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중국에선 자본주의 국가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경시해서 대충 관리한다, 철저히 통제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가 3년간 이어지며 경제가 붕괴되고 시위가 일어나 당국이 관리를 포기했다. 당시에 병원 등 의료시설이 부족해지면서 난리가 벌어졌고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중국인의 불신은 소비 침체로 이어졌다. 믿을 건 내 주머니의 돈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부동산에 돈을 쓰지 않게 됐다. 심지어 은행에 넣었다가도 돈을 찾을 수 없을까 봐 예금을 하지도 않는다. 지난해 중국의 가계 저축 증가율이 2배 이상 폭등한 원인이다. 경제의 3요소가 수출, 투자, 소비인데 중국 경제가 불황에서 탈출하지 못한 이유는 소비 침체다. 수출이 적자긴 하지만 어마어마하지 않고 투자는 오히려 늘었다. 다만 코로나 시기에 장기간 많은 가구가 도산했고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었다. 체감상 절반이다. 이런 현실에서 사람들이 소비를 극도로 자제하면서 내수 시장이 살아나지 않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 위축을 어떻게 활성화시키냐의 문제지 투자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시장을 이기는 기술이 없고 기업의 이윤과 돈의 흐름은 정확한 척도다. 동남아 인구를 모두 합쳐도 중국의 반이 안 되는 6억 명이고 시장 규모도 1/5 정도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구매력이 베트남이 4000달러, 캄보디아 2000달러 등이다. 일본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도 하다. GDP가 낮으면 구매력이 제곱으로 낮아진다. 동남아 시장은 결국 중국 시장의 1/10도 안 될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동조현상을 고려하자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의 수출도 줄어든다. 중국 경제가 망하면 우리나라도 망한다. 중국에서 번 돈이 경제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탈중국이 아니라 중국 플러스 알파(+a)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중국 시장은 우리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줄어들 수 있다. 중국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입 대체 효과를 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간재 수출이 많은 한국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본, 한국, 중국의 수직적 구조에서 한국과 중국이 수평을 이뤘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종 수요재, 완성품을 팔아야 한다. 그런데 완성재가 국내 수출의 5%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잘 나간다는 한국산 화장품도 일본, 프랑스에 밀려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고급화 경쟁에서 밀리면서 수출이 떨어지고 있다. 독일은 중국 수출의 20%가량이 완성품이다. 이처럼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마지막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마지막 단계를 살고 있다. 새로운 시기의 첫 인류다. 노동과 자본으로 나눠진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인데, 봉건 사회에서도 사적 소유는 있지만 자본주의는 아닌 사회가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이 정착되고 100년쯤 지나면 지금 시기가 자본주의에서 어떤 시대로 전환됐다고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어떻게 명명될지는 나중 사람들이 할 일이다. 생활방식이나 경제활동 방식은 달라진다.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는 연구를 하는 것이 좋겠다.
한 세대도 30년으로 보는데 국가도 한 세대면 흥망이 결정된다. 일본이 흥했을 때도 30년이 갔고, 위기도 30년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발전에 30년이 걸렸고 지금은 가라앉는 단계에 있다고 본다. 선진국에 가까이 갔지만 떨어지려는 위기다. 국가와 기업 또는 시장이 힘을 합쳐야 한다.
세계적으로 영원한 나라는 없다. 로마가 망하고 로마자가 사라질 줄은 몰랐듯이 그렇다. 한 나라 망하는 것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위기에 직면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과도한 애국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신토불이에서 출발했던 우리 것이 최고라는 건 열등감 극복에는 도움이 됐지만 상황 파악에는 좋지 않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