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모임활동
[한일미디어연구회] 일본 다큐멘터리 <교육과 애국>으로 보는 역사 교육의 영향력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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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미디어연구회(간사: 김보미 경향신문 기자)'가 10월 19일 오픈 세미나를 개최해 모임 회원 외 기자들도 참석해 약 20명이 모였습니다.
연구모임 대표이자 간사인 김보미 기자가 정리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 주제 : 일본 다큐멘터리 <교육과 애국>으로 보는 역사 교육의 영향력
□ 강사 : 사이카 히사요 오사카 MBS 감독
<한일미디어연구회 회원들이 사이카 히사요 감독의 강의를 듣고 있다.>
1. 사이카 히사요 감독
- 1987년 오사카 마이니치 방송(MBS)에 입사해 기자로 취재하다 2015년 뉴스를 다큐멘터리로 기획하는 디렉터로 전환했다. MBS는 10년 차 이상 기자가 긴 호흡의 취재하고 싶을 때 디렉터로 가는 전통이 있다. 시대를 반영한 주제로 1년에 3편을 제작. 개인적으로는 주로 사회현상을 지켜보다가 주제를 잡는다.
- <교육과 애국>은 TV 방영 후 영화화까지 5년 정도 걸렸다. 회사에서는 교육과 정치 관련 주제가 관객 동원에 실패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 적자 우려가 예산 편성할 수 없다는 표면적 이유였지만 정치적 압력이 있었을 것이다. 오사카 방송이어서 아베(자민당)보다 유신회 압력이 더 강하다. 사내 제작이 어렵다면 영화인들이 출자해 주겠다고 해서 회사에 허락을 구하는 과정에서 사내 제작이 결정됐다. 일본 내 7개월이라는 꽤 긴 기간 상영해 6만 명의 관객이 들었고, 첫 달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2019년 같은 제목의 책은 회사에서 부담을 느껴 개인 프로젝트로 발간했으나 영화는 회사에 귀속.
- 1990년대부터 교육 출입을 했고, 최근 현장에서 위기감이 느껴져 영화화를 결심했다. 특히 코로나 확산 이후 정치적 개입이 늘어났고 교사들이 피폐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영화는 현장의 작은 변화를 담고자 했던 것이었는데 편집하면서 보니 생각보다 미친 영향이 엄청나서 충격을 받기도 했다. 영어 제목은 <Education and Nationalism>. Nationalism이 애국이라고 생각해 변역했다.
2. 영화 기획과 제작 과정
- 2008년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유신회 대표가 오사카 부지사가 되면서 교육 현장은 대전환을 맞았다. 8년간 부지사로 있는 동안 교육은 정치적 도구가 됐다. 공개적으로 (사이카 감독을) 비판해 공격받았고, 회사에는 3개월 내 나를 그만두게 하라는 압박도 있었다.
- 전쟁 전 일본제국에서 '도덕' 과목은 ‘수신’(修身) 이었다. 헌법 제정 다음 해 메이지 시대 일황이 ‘교육에 관한 칙어’ 발표했는데 도덕은 칙어를 가르치는 시간이었다. '국가에 위험이 닥치면 충의와 용기를 갖고 공개적으로 봉사해 천지와 함께 지극한 황실의 운명을 도와야 한다'라는 것. '충군애국'을 골자로 하는 게 도덕 교육이었다.
- 2018년 도덕이 부활했다. 내세우는 '배워야 할 덕목'은 선악의 판단, 정직, 규칙의 존중, 공정, 공평, 공공의 정신, 가족애, 생명의 고귀함, 국제이해 등 22가지 항목. 문무성에서는 전쟁 전으로 돌아가려는 게 아니라고 밝혔다. 이지메 방지 등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핵심은 규칙 존중, 공공의 정신이다.
- 집단·사회를 위한 덕목은 규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언급하지만 불합리한 규칙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는 가르치지 않는다. 현장에서 교사들은 “(사회적 문제 등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도록 가르치는 과목”이라고 우려한다. 순종적인 아동/국민을 위한 교육이라는 우려다. ‘내가 잘못한 것 아닌가’ 생각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
- 도덕 과목, 교과서 용어 등 교육 현장에 일어나는 현상에 ‘손타쿠’가 잦다. 2016년 ‘종군 위안부’ 표현을 사용한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에 항의 엽서가 쇄도한다. 정치압력·정치개입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정작 교과서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손타쿠는 아베 정권 때 유행어 ‘미루어 헤아린다’ ‘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한다’는 뜻으로 한국어로는 '알아서 긴다'는 뉘앙스.
- 교육 개혁의 시작은 오사카였다. 2012년 2월 26일 교육재생 민간 타운 미팅 in 오사카라는 행사를 아베 신조와 마쓰이 이치로 오사카 시장(유신회 회장)이 주도했고 “정치의 힘으로 교육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정치 주도 교육개혁에서 오사카는 실험장이 됐다. 교사들은 ‘2.26쇼크’라고 부른다. 이후 2018년 초등, 2019년부터 중학교에 도덕 교과 과정에 도입됐다.
- 정부는 교과서의 ‘종군 위안부’, ‘강제 연행’은 부적절한 용어로 판단한다는 각의 결정을 내린다. 일본 내 학자들은 “역사 교과서는 특히, 연구 축적이 있어 실증된 ‘통설’을 써야 한다. 검정 과정에서는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예외가 ‘정부 견해’. 공표된 정부 견해에는 실증적인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라며 학문의 모독이라고 반발
- 각의 결정으로 '종군위안부' '강제징용' 등의 교과서 용어를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손타쿠라는 정치적 결정으로 실제 용어가 삭제되는 것은 아이들의 배울 권리, 학습권 침해다. 정치인들의 역사 교과서 개입이 헌법에 위배되는 소송도 진행 중이다.
- 오사카 유신회는 공교육에 대해 ‘글로벌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 육성’ ‘효율화’ 등 비즈니스 언어로 합리화해 시장화해 나간다.
- 전후 교육의 가장 큰 전환점은 교육 기본법 개정(2006년) 이었다. 1차 아베 정권에서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이를 키워온 나라와 향토를 사랑하고 다른 나라를 존중하며”라는 '애국심'을 추가해 개정했고, 아베 지지율은 확대됐다. 교과서에서는 위안부와 오키나와 집단자결에 대한 일본 군대의 개입 삭제, 노동자 강제 징용 부정 등이 단행된다. 2019년 1월 개최된 교육회생수장회의를 보면 전원 남성이었다.
3. 영화 상영 이후
- 일본 교과서 문제와 같은 역사에 대한 정치적 개입은 세계적 과제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독립영화제 2023’에 초청작으로 선정돼 3회 상영했다. 어느 나라에서나 ‘교육과 정치’의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한 덴마크 감독이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 과제다. 유럽에서도 극우정당이 득세하는 폴란드, 헝가리에서 일어나고 있다”라고 후기를 남겨주기도 했다.
- 한국에서는 이길보라 감독과 역사 문제를 두고 대담을 했다. CODA(Children of Deaf Adults)이기도 한 이 감독은 코다의 역사는 교과서에 담겨있지 않다고도 했다. 한국에서는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이달에 영화 상영회를 갖는다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