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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청춘의 끝이 아니다] 왜 아이를 낳지 않기로 선택하는가

2023.09.25

본문

저출생 문제를 연구하는 '이것이 청춘의 끝이 아니다.(간사:조소희 JTBC 기자)'에서 9월 8일 모임을 가졌습니다. 연구모임 회원인 고한솔 기자(한겨레신문)가 정리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 주제: <왜 아이를 낳지 않기로 선택하는가>

□ 강사: 최지은 작가


1. 책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집필 과정 

- 언제 아이를 가질까 보다는 아이를 가져야 할까?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

-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제대로 남지 않는 문제. 

- 2018년부터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쓰겠다는 생각을 함. 2019년 7~8개월에 거쳐서 인터뷰를 함. 수도권 아닌 지역에 거주하는 비출산 여성들 이야기도 필요하고 생각. 

- 비출산 기혼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 책으로 읽거나 개인적으로 고민했던 것들, 큰 주제로 만들고 세부 질문을 구성. 출산 당사자인 나는 어떤 사람인가, 결혼이라는 제도와 파트너, 부모, 시부모와의 관계, 친구, 지인, 동료 같은 주변인과의 관계, 돈, 건강, 돌봄 노동, 직장 제도, 모성 서사나 육아 예능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노후 걱정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아이 없는 삶이 당신에게 어떤 행복으로 작용하는지 큰 틀에서 놓고 질문. 32가지 정도의 작은 소재로 나눠서 책을 집필. 


2. 비출산 여성 인터뷰를 하며 느낀 점

1) 엄마는 되지 않기로 한 이유들의 공통점 

 - 이 질문은 많이 받는 질문의 하나. 이런 결정을 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제가 느끼는 것은 사실은 공통점이 생각보다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 서로 많이 다르지만 각자가 있는 곳에서 출산해야 한다는 아주 당연한 압력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방식으로 저항하는 사람들.  

- 아이가 없는 사람들 뭔가 포기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포기라기보다는 지금의 삶과 아이가 없는 삶을 교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 다만,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중 현재 불행한 사람은 없을 것. 모두가 안정되고 행복하다고 생각하진 않음. 다만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면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 


2) 미출산/비출산 선택 혼란을 이기는 힘

- ’없는 생활’이라는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있음. “한국에서 딩크족으로 사는 것은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 같다”라는 한 여성의 짧은 글을 읽은 경험을 레터를 보낸 적이 있음.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해결되지 않는 외로움을 안고 사는 것. 연결감이 필요하다고 생각. 

- 혼란을 견디는 힘은 배우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서로 납득할 수 있는 합의를 보는 것. 출산이라는 결정은 여성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가족의 형태를 어떻게 만들지 배우자와의 동의가 필요. 이해받지 못하면 외로워지고, 결혼 유지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 그러나 배우자와 합의를 봐도 마음의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음. 내적 갈등은 여성의 몫. 

- 많은 경우 여성들이 또래 집단에서 비슷한 사람들 만날 기회가 적어. 정서적인 동질감 느끼는 관계나 집단을 찾는 게 중요함. 정서적 동질감 느끼지 못하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3) 비출산/미출산에 대한 사회의 편견 어린/무례한 시선, 대처법 

- 누군가는 ‘그러게요’라고 말하라고. 예스도 노도 아닌 미묘한 상태에서 상대방에 대답하지만 아무 정보도 안 주고 그냥 넘어가는 법.

- 현명하다는 것은 갈등 일으키지 않고 대응하는 것을 뜻하는데 꼭 현명하게 말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 

- 굳이 힘 빼서 설명하려고 할 필요 없다. 저는 절대 아이를 안 낳을 거다 확고한 말들이 상대방의 공격성을 불러일으킬 수도. 

 

4) 배우자와의 소통과 합의

- 각자 다른, 부부마다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함. 아이 없이 살기로 한다는 건 결혼 전에 확고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다만 결혼 전에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한 파트너일지 알아가야 함. 그러기 위해서 꼭 필요한 주제 중 하나가 아이를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라고 생각. 

- 한국 사회는 통상 출산을 안 하는 여성이랑 사는 남성을 착한데 우유부단한 남자, 관대한 남자로 그림. 통계상 아이 원치 않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남자가 아이 원치 않는 것은 무능력하다는 뜻이라는 식으로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도 많음. 그런 말들에 흔들리지 않고 최선은 무엇인가? 서로 솔직하고 공평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3. 저출생이라는 국가의 문제와, 출산을 하지 않기로 한 개인의 선택의 연관 관계

- 출산하는 것만이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거고 윤리적 선택인가? 전제 자체에 의문을 가질 때가 됐다고 생각함.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아이 안 낳으려는 사람들은 일정 이상 존재하게 됨. 목에 칼을 들이대도 안 낳을 사람들은 안 낳을 것이기 때문에, 늘지 않는 낮은 출생률 안에서 한국은 어떻게 답을 찾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 출생률을 높이려고 수백만 원을 준다는 이런 근시안적 정책을 만드는 게 오히려 아이를 원치 않고 이 사회에서 살기로 한 사람들에게 더 큰 실망을 안김. 

- 중요한 건 살아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인간으로서 존엄이라는 것을 누리면서 나이 들어서 죽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사회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답을 줘야 함. 


4. 저출생 문제를 다루는 미디어의 문제, 개선을 위한 조언

- 딩크를 원하는 여성이 등장한 드라마 중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것이 <넝쿨째 굴러온 당신>. 그로부터 10여년 흐른 뒤 <결혼작사 이혼작곡>, <오케이 광자매> 등 작품이 나왔으나, 오히려 딩크 여성을 더 부정적 이미지로 재현하고, 남편이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는 바람에 이혼이라는 ‘징벌’을 경험하는 것으로 그려짐. 

- 한국 드라마는 무자녀 부부를 ‘교정’의 대상으로 취급하여 이들이 결국엔 유자녀 부부가 됨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얻고 인격적으로 성장한다는 서사가 대부분. 딩크 여성들에 대한 획일적 묘사도 문제. 일에 대한 욕심이 많고, 결핍이 있고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존재, 가족에 대한 사랑이나 모성애 없는 쿨한 여성으로 묘사됨. 또 외적으로는 사치스럽고 화려하게 꾸미는 여성으로 그려짐. 그러다 자기도 몰랐던 모성애 깨닫게 되고 성숙해진다는 내용으로 귀결. 

- 그러나 비출산 여성들은 너무나 다른 사람들. 아이를 좋아하고 가르치는 게 직업인 사람들도 있음. 일에 대한 접근과 태도도 다르고, 누구나 성취 지향적으로 살지 않아. 그런 사람도, 아닌 사람도 있어. 아이 없는 삶 선택한 사람들은 얼마나 사회로부터 오해받고 있는가, 부당한 압력받고 있는가 생각하게 돼.

- 출산이라는 게 선택의 문제가 된 게 그렇게 오랜 일이 아님. 피임약과 콘돔과 중절 수술 등과 같은 문명 발전과 나타나. 여성들이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 임신했다고 해서 다 낳아야만 하는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지 100년도 안됨. 이 선택을 안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그런데 계속해서 모든 여성에게 모성이 있고 인간은 누구나 유전자를 남기고 싶어 하기 때문에 아이 낳지 않는 사람들은 무언가 포기한 사람들이라고 묘사하고, 집값 해결해 주면 낳을 거다, 교육비 해결해 주면 낳을 거라고 이야기함. 한국 사회에 사람들이 지금보다 아이를 많이 낳게 하려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한편, 그럼에도 사회가 어떤 모습하고 있던 아이 원치 않는 사람들은 있다는 것에 대해서 언론 종사자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그 존재에 대해서 인식해야. 현대사회에 인간 욕망 다양해지면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상. 그럼에도 출산이 본능이고 당연한 거고 누구나 가족 꾸리고 싶어 하니까 이걸 원하지 않을 리 없다는 게 전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함.


5. 저출생/저출산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국민연금 등)

- 기혼여성이 인프라를 뺏어간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음. 기혼 유자녀 여성이 나라에서 어떤 혜택받는지 가짜 뉴스급의 이미지가 유포되기도. 정부 지원금 모아서 명품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진심으로 믿기도 함.

- ‘진상 부모, 민폐 아동’ 사연이나 노키즈존 찬반 여론이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면서 점점 뚜렷하게 드러나게 된 현상으로 보임. 출생률이 떨어지고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시대에 아동이라는 존재를 경험하지 못하거나, 단순히 ‘민폐’라는 관점에서만 보기 시작한 사람들도 크게 늘어난 것. 가족구조가 변화하면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갈등인데, 미디어가 기름을 부은 것은 아닌가. 

- 노키즈존이나 대중교통에서의 어린아이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 반응을 보면 점점 더 아이 없는 삶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아이라는 존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구나 생각하게 됨.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프로그램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건 아이라는 존재의 불편한 부분을 들어내고 예쁜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 아이를 정말로 통제되지 않는 ‘민폐 덩어리’로 보는 사람들 많아지고 있어. 아이 낳은 여자들은 이기적이라는 식의 말을 너무 쉽게 하는 분위기 형성돼. 육아휴직으로 인해 누군가 일 더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은 시스템적 문제와 언론에서 아이와 관련된 진상 부모들 커뮤니티 사연을 받아쓰기 하며 그 같은 사회 분위기 조장해온 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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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청춘의 끝이 아니다' 연구모임 회원들이 최지은 작가와 기념 촬영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