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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싱크(Async)] 챗GPT 시대 기자와 저널리즘의 역할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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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새로 선정된 '어싱크(Async; asynchronous 줄임말)'가 지난 4월 26일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지디넷코리아'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을 초청해 '챗GPT와 저널리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연구모임에서 제공한 강의 내용을 공유합니다.


□ 주제 : 챗GPT 시대 기자와 저널리즘의 역할

□ 강사 :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19세기 프랑스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는 미술사에 관심이 많지 않아도 웬만한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는 유명한 낭만주의 회화 작품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남긴 예술가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반면 동시대에 활동한 장 루이 에르네스트 메소니에의 생애나 작품 세계는 대중적 관심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메소니에는 전통적인 회화 표현 기법을 고수하는 아카데미파 예술가로 분류되는 인물이고 전성기 당대 사람들에게 육안으로 본 사물을 생동감 넘치는 그림으로 남기는 기술적인 역량이 대단히 뛰어난 화가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19세기말 사진기와 사진술이 등장하면서 사물을 ‘재현’하는 그의 능력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취급되었고, 그 이후 회화 예술가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영원히 바뀌었습니다.


이 일화는 미국 언론학자 미셸 스티븐스의 책 ‘비욘드 뉴스’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입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뉴스를 생산하는 뉴스룸의 업무 가운데 일부가 기계와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되고 있는 흐름 속에서 언론 종사자들이 처한 상황을 은유합니다. 기자들은 메소니에와 같은 운명에 놓여 기계에 밀려날 수도 있고, 들라크루아처럼 사후에도 많은 후학들에게 존경을,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도 있는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죠.


2023년 4월 26일 저녁 7시 언론인 연구모임 어싱크의 첫 활동에 강연을 맡아 주신 지디넷코리아 김익현 연구소장의 메시지입니다. 김 소장은 챗GPT와 같은 첨단 기술의 발전을 마주한 기자들의 운명이 19세기 프랑스에서 활동한 두 화가의 생애처럼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메소니에와 들라크루아의 예술이 보여 주는 차이는 뭘까요. 거칠게 요약하면, 사진술의 보급 이전에는 어떤 장면이나 사물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것이 고도의 기예(art)처럼 인식되었지만, 이후에는 회화 기법을 습득하기 위한 행위처럼 인식될 뿐 그 자체로 존중받을 만한 아우라를 잃었다는 얘기지요. 기자는 예술가가 아니지만, 통상적인 언론사에서 일하는 기자들이 언론 활동에 나서기 위해 도제식 교육과 훈련을 받는다는 점은 현대 직업인들보다 과거 예술가들에 가까운 점이 있습니다.


김 소장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언론사와 언론인들을 둘러싼 최근 기술 변화는 매우 빠르고 특히 인공지능의 등장은 저널리즘이라는 업의 성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김 소장은 최근 10년 간 저널리즘 활동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양상이 크게 세 단계로 변천했다고 분석하는데요. 첫째는 기업 실적 발표나 스포츠 경기를 기록하는 뉴스를 데이터 기반으로 자동 생산하는 자동화, 즉 ‘로봇 저널리즘’입니다. 다음으로 인간이 기계의 힘을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종합,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사실을 발굴하는 증강 보도 전략, 즉 지난 몇 년 간 국내외 언론사에 유행처럼 확산된 ‘데이터 저널리즘’입니다. 마지막으로 챗GPT와 같은 생성 인공지능 서비스를 통해 단순 기록을 넘어 인간 기자의 문체와 표현을 흉내내는 기사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서 기계적인 분석과 상투적인 표현을 곁들인 기사 작성은 인간 대신 로봇이 해낼 수 있게 되고, 어쩌면 그 이상의 기사 작성도 가능해지는 것 아닐까 하는 위기감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김 소장은 챗GPT와 저널리즘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이런 시대에 기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습니다. 대부분 저연차 기자들인 참가자들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선배 언론인인 강연자로부터 ‘인간 기자의 역할은 남아 있을 것’이며 ‘우리가 어쩌면 기계에 대체될 만한 일로 그날 그날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볼 일’이라는 화두를 건네받고 앞으로의 기술 발전 방향과 이에 필요한 준비는 무엇일까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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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싱크 연구모임에서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이 강의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