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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사로잡는 글쓰기2] '모범기사 사례와 기획 기사 다시 쓰기' 박재영 교수 강의

작성일 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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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하게 쓰자, 독자들이 '혹'할 수 있도록! 

박재영 고려대 교수 '독자를 사로잡는 글쓰기' 두 번째 강의 


글 : 양민희 노컷뉴스 기자


숨이 턱 막힐 듯한 더위가 찾아온 7월 둘째 주. 퇴근 후에도 나의 발걸음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감 압박에 치이는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지난 강의를 되뇌었다. '입'보다 '눈'으로 쓰는 기사에 몰두한 날들이었다.

광화문 스터디센터 강의실에 들어서자 30여 명의 기자들 사이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은 '모범 사례와 기획 기사 다시 쓰기'를 주제로 강연하는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대학 교수에게 '숙제 검사'를 받는 날이었다. 

오늘 강의에서는 수업을 듣는 기자들이 미리 제출한 총 8개 묘사문 형식의 기획 기사 과제, 2개의 캐릭터 설정 기사 등을 훑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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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 고려대 교수가 실습 위주의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이야기 느낌이 나던가요? 그렇죠, 좀 납니다." 

처음 소개된 글은 아동학대의 '숨은 죽음'을 발견하는 과정이 담긴 내용이었다. 

「부검이 막 끝난 시간이었다. 코를 움켜쥔 기자에게 "시간 지나면 익숙해진다"고 방긋 웃는 24년 차 법의관 양경무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도 익숙해지지 않는 죽음이 있다.」

박 교수는 첫 기사부터 스토리(story)를 구석구석 찾아내고자 했다. '설명'만 있는 글은 지루하다. 결국 독자들은 '장면'을 기억하게 된다는 글쓰기 비법이 계속 이어졌다. 

복수의 주요 인물들이 문단 곳곳 유기적으로 연결된 지점도 꼽았다. "저널리즘의 객관성 차원에서도 기사에 인물이 한 명만 등장하는 것은 객관화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박 교수는 '딥'하게 쓰자고도 했다. 독자들이 '혹'할 수 있도록. 통계 하나에도 숫자 뒤로 가려진 진짜 정보들을 알아가려는 끈기는 필수라 했다. 

하루에도 무수히 쏟아지는 기사 중 "독자들이 내 기사를 끝까지 읽어볼까?" 고민만 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여태 생산자 입장으로 '딥'하지 못했던, '설명'만 남은 기사를 쏟아냈던 건 아닐까 반성하게 됐다. 


“오감을 동원한 글쓰기, 장면의 입체화”

기자들의 오감 요소가 담긴 기사들도 흥미로웠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공감각적 요소까지 담아낸 글은 간접적으로 현장을 느껴야 하는 독자들에게 훨씬 쉬운 '체감'을 돕는다. 

"인터뷰가 진행된 조 씨의 단칸방은 실금들이 가 있고, 페인트칠이 벗겨져..." 기자가 공간을 시각적 요소로 묘사한 내용인데, 독자는 해당 장면을 자연스레 떠올리는 동시에 인터뷰이의 빈곤한 상태까지 추측하게 만든다. 

또 다른 기사를 보자. "여객기의 꼬리 날개는 검게 그을었고, 일대는 여전히 탄내가 코를 찔렀다." 후각적 요소가 담긴 이 문장은 마치 현장에서 직접 냄새를 맡은 효과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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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사로잡고 싶은 기자들은 퇴근 후에도 노트북을 놓지 않았다.>


박 교수는 "오감을 동원하는 글쓰기가 되면 글은 훨씬 입체화 된다"고 조언했다. 각종 사건·사고 현장을 누비는 기자들에게 살아있는 감각이 필요한 이유다. 보이는 대로 적는 것이 미덕인 줄만 알았다. 무심코 흘려보냈던 장면, 놓쳤던 냄새, 들리지 않았던 소리까지 이제는 내 모든 감각을 꺼내 기사에 녹여낼 차례다. 

이날 실습 강의에 활용된 기사 중 2건을 뽑아 글을 작성한 기자들에게 줄 선물까지 준비한 박 교수는 "수습기자들은 숙제 다 해오던데..."라며 장난스러운 일침으로 수업을 마무리했고,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이제 마지막만 남겨둔 '독자를 사로잡는 글쓰기' 3강에서는 모범 기사 사례와 스트레이트 기사를 다시 써보는 연습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강의를 마친 후...

매일 기사를 품고 사는 기자들의 글을 재해석하는 수업 방식은 참 신선했다. 출고 직전의 기사를 데스크에게 넘기고 난 뒤 다시 글을 들여다보는 경험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사 마감과 동시에 또 다른 발제 거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현실에서 '잠시 멈춤'을 하고 '되감기' 할 수 있는 시간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다. 

하루 종일 후덥지근했던 날씨는 어느덧 소나기로 젖은 바닥과 저녁 공기로 선선함이 묻어났다. 강의실을 나선 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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