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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은 괜찮아, 언론사가 문제지] 디지털 불모지에서 인터랙티브 기사 제작하기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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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수연 (윤세영저널리즘스쿨 조교)

“39세 남성의 한쪽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과연 이 남성은 얼마나 멀리 떨어진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았을까요? 생각한 거리만큼 가운데 점을 당겨보세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표류> 시리즈 중 1회 ‘그들이 구급차를 탔던 날’의 시작이다. 

기사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요구한다. 사진, 동영상뿐만 아니라 그래픽, 애니메이션 등 디지털 요소까지 더했다. 독자와 상호작용하는 ‘인터랙티브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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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인터랙티브 기사 <표류> 중 1회 ‘그들이 구급차를 탔던 날’ (캡처=동아일보 홈페이지)


4월 20일 오후 7시 상연재 시청점에 ‘디지털은 괜찮아, 언론사가 문제지’ 회원들이 모였다. 

이날은 모임의 마지막 날이었다. 총 11명이 참석했으며, 강연은 동아일보 위은지 기자가 맡았다. 

위 기자는 2016년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국제부와 복지팀, 법조팀을 거쳐 지금은 히어로콘텐츠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2020년 창간 100주년을 맞아 탁월한 콘텐츠에 집중하는 팀인 ‘히어로콘텐츠팀’을 출범시켰다. 

“이렇게 많은 뉴스가 쏟아지는 시대에서 남들과 비슷비슷한 뉴스를 내놓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만 할 수 있는 차별적인 콘텐츠를 내놔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위 기자는 히어로콘텐츠팀이 생겨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히어로콘텐츠의 지향점이자 차별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깊이 있는 취재다. 기존 출입처 취재방식에서는 하기 어려웠던 심층적인 취재를 하는 것이다.

해당 팀에 투입된 취재기자는 5~6개월의 제작 기간 동안 라인 아웃이다. 본인이 속해 있던 부서에서 차출(差出)된다는 의미다. 

기자들이 해당 프로젝트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차원이다. 

두 번째는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이다. 다양하고 참신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독자들이 더 몰입할 수 있도록 기사를 만든다. 

위 기자는 “어떤 전달 방식은 텍스트보다 더 강력하다. 비주얼(visual)의 힘을 믿으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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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강연 중인 위은지 기자


히어로콘텐츠팀은 반년마다 새 프로젝트를 짠다. 

이번 6기 주제는 ‘표류’였다.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에 이송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기사는 총 3개. 그중 가장 많이 입소문을 탄 기사는 2회 ‘강남에 응급실이 없었다’이다.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했던 순간, 구급대원들이 병원과 나눈 통화 내용이 기사에 담겨있다. 

“표류를 겪으며 환자와 보호자가 느꼈을 답답함과 무력감을 체감하게 하고 싶었어요.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그와 동시에 상단에 소요 시간을 표시함으로써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느낄 수 있도록 했죠.”

이 형식은 뉴욕타임스의 인터랙티브 기사 ’78 long minutes’에서 착안했다.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기사는 78분 동안 있었던 상황을 보여준다. 위 기자는 “스크롤을 쭉 내리면서 사건 구성을 볼 수 있었다. 

이 답답한 형식 자체가 전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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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뉴욕타임스 기사 ’78 long minutes’ (캡처=NYT 홈페이지)


6기까지 히어로콘텐츠를 제작하며 나름대로 얻은 것들이 있다. 외부적으로는 브랜딩 효과와 독자 만족이다. 

강렬한 기사를 통해 독자에게 동아일보의 콘텐츠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는 거다. 

내부적으로는 구성원들의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할 수 있었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성과가 있는 만큼 고민도 있다. 위 기자는 “정량적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계속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인터랙티브 기사,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그는 4가지 조언을 건넸다. 먼저 ‘전문가는 없다’는 게 위 기자가 느낀 점이다. 

의지와 목적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술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모든 걸 잘 아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해요. 

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기사를 보고 겸손해졌습니다. 개발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기사도 쓴 프로젝트기 때문이죠.” 

그다음은 ‘작게 시작해서 성과를 내자’고 했다. 중요한 건, 투자자에게 투자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눈높이는 높이는 것’이다. “좋은 걸 많이 봐야 무엇이 좋은지 알 수 있어요. 

NYT, WP 외국 사례를 참고하거나 성공한 매체에서 공유하는 노하우를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한 번 시도해 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