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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연구회] 칩4 동맹으로 보는 대만 정치와 경제, 한국 반도체 경쟁력과의 비교

20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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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수연 (윤세영저널리즘스쿨 조교) 


반도체 패권경쟁 시대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를 추진하고 있다. 대만은 칩4 핵심 국가 중 하나다. 

‘파운드리 반도체 강국’인 대만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을까. 대만 정치와 경제를 알아보고, 한국 반도체와의 경쟁력을 비교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3월 15일 수요일 오후 6시30분 상연재 시청역점 세미나실에 기자 11명이 모였다. 

‘차이나 연구회’ 회원들과 타 연구모임의 기자들이다. 

삼성언론재단 박철영 상임이사와 이정아 부장도 함께했다. 강연 전, 참석자들은 샌드위치를 나눠 먹으며 서로 인사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날 강연자는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였다. 강 교수는 한국외대 중국어과를 졸업한 후, 대만 국립정치대학에서 중국정치경제학을 전공했다. 

현재 국제지역연구센터장, 해군발전자문위원, 동북아역사재단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었다. 강연은 단 세 자리만 빈 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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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영 교수와 차이나 연구회 회원들


대만은 한반도의 1/6, 남한의 1/3 크기다. 인구는 약 2만 345만 명으로, 남한의 절반 정도다. 

비교적 작지만,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국가다. 

강 교수는 “(대만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다. 

대만이 없었다면, 서태평양 대부분이 중국의 바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지경학적 중요성도 높아졌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반도체 산업에서의 위상 덕분이다. 

세계 반도체 산업 분야별 10대 기업 중 대만 기업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5곳, 팹리스(반도체 설계)에서 3곳, 후공정에서 5곳이다. 

특히 TSMC는 전세계 파운드리 업계에서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대만은 어떻게 파운드리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었을까. 

강 교수는 대만 정당 간 정책적 협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대만형 칩스법’이 대표적 사례다. 2023년 1월에 시행된 산업혁신조례 제10-2조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 지위에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감면 혜택을 명시하고 있다.  

”대만 중국국민당, 민주진보당 모두 (반도체가) 중요한 산업이란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정책을 만드는 데 있어서 정당 간 협력이 잘돼요. 

반면 (정당 간 협력이) 우리나라는 잘 안되죠.” 강 교수가 말했다. 

고급인력 양성도 대만이 힘쓰고 있는 영역이다. 일명 ‘반도체 대학원’들이 생겼다. 

양명교통대, 성동대 등 2021년 7월 이후 설립 인가를 받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학기를 시작했다. 

석·박사 위주로 100명 이상을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만에도 딜레마는 있다. 

강 교수는 “대만이 계속 잘한다고만 했는데, 거꾸로 말하면 ‘반도체가 꽝이면 대만도 꽝’”이라고 했다. 

반도체, IT 산업에 몰두하다 보니 다른 산업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또 대만은 대중국 무역의존도(44.3%)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복잡한 양안 관계(중국과 대만)는 대만이 헤쳐나가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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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 중인 강준영 교수


양안 관계가 복잡한 이유는 관련 문제를 둘러싼 이해 관계자가 많아서다. 

대만을 흡수하려는 중국 정부, 서로 입장이 다른 국민당과 민진당, 대만을 대중 경제의 중간지대로 운용하려는 미국이 얽혀 있다. 

강 교수는 “대만 문제는 사공이 많아 일관된 결론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그가 꼽은 양안의 핵심 쟁점은 4가지다. 먼저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원칙’이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내용으로, 세계에는 하나의 중국만이 존재하고 대만은 중국에 속한다고 본다. 

반면 대만의 입장은 집권 정당에 따라 달라져 왔다. 

그 중 민진당은 중국과 가장 상반된 입장이다. 이들은 중국의 통일 방안에 반대하며, 대만의 미래는 대만인들이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두번째는 ‘일국양제 원칙’이다. 

‘한 국가 두 체제’라는 뜻으로, 중국이 하나의 국가 안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를 모두 인정하겠다는 얘기다. 

“홍콩이 일국양제의 실험장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중국화됐잖아요. 

결과적으로 한 국가 두 체제는 실패한 겁니다. 

대만 사람들이 이제는 중국을 믿지 않게 됐어요.” 강 교수가 말했다.    

대만에서는 양안 관계를 ‘현 상태로 유지하자’는 게 주된 여론이다. 

강 교수는 “(대만 사람들은) 더 안정적으로 현상을 유지할 수 있는 후보를 찍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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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통합-독립에 대한 여론의 변화 그래프(캡처=강준영 교수 강의자료)


이외에도 중국의 무력사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미국-중국-대만 간 삼각관계가 첨예하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강 교수는 “한국이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전략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고 했다. 

주한미군이 대만 사태로 이탈할 경우 대북 경계에 공백이 생기는데, 이때 북한이 한국에 대한 군사 공격이라는 오판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우리나라는 미-중 양측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나라의 입장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게 강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 한다”며 “입장을 얘기하는 게 일종의 판단 기준점을 마련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반도체 영역에서 대만 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한국과 대만 간 반도체 협력 관련 부분이 분명히 존재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쟁 관계만 강조하고 있어요. 겁먹지 말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분야를 찾아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