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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클럽] ‘좋은 기사’ 분석하는 기자들

202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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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수현 (윤세영저널리즘스쿨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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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여러분의 평가는 어떤가요? 장단점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기자들에게 묻자 기자들은 돌아가면서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기사의 장점과 함께 아쉬웠던 점을 공유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취재 배경까지 설명했다. 

10월 29일 오전 10시 30분 고려대 미디어관에서 N클럽 23회차 모임이 열렸다. 

N클럽은 삼성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기자들이 좋은 기사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공부 모임이다. 

역대 신문, 방송, 온라인 기사 중 좋은 기사를 수집하고, 박 교수의 진행에 따라 기자들이 직접 기사의 장단점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지 못한 기자들은 화상 회의 플랫폼 줌(Zoom)을 이용해 참석했다.

이날 CBS 허지원 기자가 뽑은 좋은 기사는 올해 10월 경향신문에 실린 '투명장벽의 도시' 시리즈 기획 기사였다. 

'투명장벽의 도시'는 경향신문 창간 76주년 기획기사로 사회적 약자가 도시에서 살아가기 어렵다는 문제의식 아래 공간 불평등 실태를 분석하는 기사다. 

허 기자가 뽑은 기획의 세 번째 기사는 일터에 화장실이 없어 기본적인 생리 욕구를 해소할 수 없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겨레 조해영 기자는 "기사 안에 취재원의 사례가 많아 기사가 병렬식으로 구성된 것 같다"며 "사례를 줄이고 

이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기사를 평가했다.

박 교수도 기사의 구조에 대한 평가를 덧붙였다. 많은 기자들이 기사를 주제, 취재원의 사례, 통계, 정책으로 나눠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그 구조에서 벗어난 기사들을 작성해보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박 교수는 "정책과 제도 같은 딱딱하고 잘 안 읽히는 정보를 취재원의 사례 속에 끼워 넣어 써야 독자가 사례와 정책을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고, 

정책의 미비점을 확실히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구아모 기자는 경향신문의 ‘물에 잠긴 반지하에 다시 산다는 것은, 서울 폭우 50일 현장 둘러보니’를 좋은 기사로 꼽았다. 

이 기사는 기자가 올해 여름 폭우의 피해를 입은 서울 반지하 복구 현장에 다시 찾아가 현장을 묘사한 기사다. 

구 기자는 “취재원의 사례가 기사 곳곳에 적재적소에 써져 있다”며 “’이씨가 뛰쳐나온 6평짜리 반지하는 새로운 세입자를 받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는 기사 마지막 문장도 여운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 기사의 취재원 중 취미로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하면서 반지하에 사는 인물의 사례에 주목했다. 

보통 반지하에 산다고 하면 사회적 취약계층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이 취재원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사례를 기사에서 소개함으로써 기사의 보편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피해자를 사회의 특정 계층인 것처럼 묘사하지 않고 피해자의 평범성을 강조하면 독자의 공감대를 더 넓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기자들은 친족 성폭력 문제를 다룬 국민일보의 ‘성폭행했는데도 

아빠 걱정, 친족 성폭력 지독한 그늘’ 기사와 성매매 집결지 중 일부가 국유지였다는 한국일보의 ‘서울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 ‘영등포, ”땅 주인은 국가였다”’ 등을 

좋은 기사로 선정했다. 기자들은 이 모임을 통해 좋은 기사에서 발견된 장점을 자신의 기사에 적용해 실행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