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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A To H] 오징어 게임의 ‘알리 압둘, 아누팜 트리파티를 만나다

20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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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수현 (윤세영저널리즘스쿨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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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왔지만 월급도 받지 못하고 산재를 당해 회사에서 쫓겨난 노동자. 오징어 게임에서 기훈(이정재)을 돕고, 

상우(박해수)에게 배신을 당해 결국 죽음을 맞게 된 게임 참가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등장인물 '알리 압둘'이다. 

10월 28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상연재에서 열린 From A to H 모임 오픈 세미나에서 알리 압둘 역을 맡은 아누팜 트리파티(Anupam Tripathi)씨를 만났다.

 

From A to H는 삼성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 비자 제도와 이주민의 삶에 대해 연구하는 모임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지난 9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 6관왕을 수상했다. 전세계에서 주목을 받은 드라마에 출연한 후 그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그는 "사람들이 많이 알아본다"고 했다. "알리 맞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많고, 택시를 탔는데 "오징어 게임 나오는 배우 닮았다"고 했다"며 웃었다.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그의 일상은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항상 내 발이 땅에 붙어있는지 생각한다"며 "오징어게임은 끝났고, 하던대로 꾸준히 나의 연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영화 <국제시장>에서 스리랑카 노동자 역할로 데뷔한 아누팜씨는 이후 <더폰>, <아수라>, <럭키>, <걸캅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품에 참여했다. 

그 중 그가 가장 자주 맡은 배역은 바로 외국인 노동자 역할이었다. 

배역에 어떻게 몰입했냐는 질문에 그는 “연기도 노동의 일종”이라며 “나도 외국인 노동자”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외국인 노동자’도 각각의 캐릭터가 전부 다르지 않느냐”며 “그저 ‘외국인 노동자’라고 생각하기보다 그 사람 개인의 삶에 몰입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배역과 비슷한 인물의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한참 본다. 

그런 다음 이 사람의 눈빛이 왜 이럴까, 왜 이런 주름이 생겼을까, 이 사람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고민해보는 식이다. 

그는 다가오는 12월 대학로 연극 무대에 설 예정이다. <로켓캔디>라는 강훈구 감독 연출의 SF 장르 극이다. 

이처럼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주목을 받은 그는 드라마뿐만 아닌 단편 영화, 연극 등에서도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 

그가 특히 연극 활동을 놓지 않는 이유는 관객과의 호흡 때문이다. 그는 "관객들이 실시간으로 짓는 표정과 리액션을 보면서 

무대 위에서 힘을 많이 얻는다"며 "한국에서 다양하게 극단 생활을 하면서 무언극, 유언극, 퍼포먼스 하는 법 등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세미나 내내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던 그는 “내게 온 소중한 기회와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며 눈을 반짝였다.


“내가 일을 해야 내 뒤에 또 다른 외국인 배우와 후배가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내가 누군가에게 자극 받은 것처럼 나의 활동으로 누군가가 자극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소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