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모임활동
[리치리치] MBTI, 어떻게 활용할까?
2024.12.31
본문
(팀 '리치리치' 제공 글)
연구모임 ‘리치리치’에서는 12월, 한국인지행동심리학회의 박소진 회장과 김익수 교육이사를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최근 각광받는 성격유형검사 MBTI와 관련해 <오늘도 MBTI를 확인했습니다>라는 단행본을 출간했습니다. ‘리치리치’는 모임 전 각자 책을 읽었습니다. 이번 모임을 통해 평소 익숙하고 자주 접하는 MBTI이지만, 몰랐던 부분에 대해 새로 알게 되었고, 또 MBTI를 어떻게 대인 간 소통에 잘 활용하면 좋을지 논의했고, 관련 고민들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MBTI, 어떻게 활용할까?
지금 당신이 사막에 간다고 생각해보자. 사자, 소, 원숭이, 양, 말 5마리의 동물이 있는데, 끝까지 모두 함께 갈 수는 없다. 차례차례 하나씩 두고 이동해야 한다고 할 때, 어떤 순서대로 버려야 할까? 각자 나름대로 순서를 정한 뒤, 각 동물이 의미하는 바를 전달받았다. 사자는 자존심, 소는 재산, 원숭이는 가족, 양은 애정, 말은 직업에 해당하는데, 동물을 버리는 순서에 따라 각자 어떤 가치가 다른 것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소위 ‘심리테스트’는 심리검사라고 할 수 없다. 그저 재미로, 심심풀이로 일상생활 속에서 해 보는 것일 뿐. 한 때는 이와 같은 테스트가 우후죽순 유행이었는데, 최근 젊은 세대에선 MBTI가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유행이다. 박소진 한국임지행동심리학회 회장은 이처럼 MBTI가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고 했다. 사실 MBTI는 심리학자들 사이에선 꽤나 예전부터 사용되어 온 심리검사의 하나인데, 최근에 이렇게 인기를 얻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박 회장은 소위 ‘MZ’세대가 ‘영 앤드 심플(yound and simple)하기 때문인 것이 하나의 이유라고 봤다. 우리 모두에게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MBTI 검사는 쉽게 말해 ‘불편한 이야기를 안 하는 검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을 16개의 성격 유형으로 나눈다는 것 자체가 완전무결한 구분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검사 자체가 간단하고 성격의 긍정적이고 즐거운 측면을 조명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모든 심리검사에는 한계가 있지만, MBTI 정도면 나름대로 그 신뢰도와 타당도를 인정받은 검사 도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심리검사’는 무엇일까? 우리는 직접 사람의 마음 속을 알 수 없다. 그러니 간접적으로나마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도록 개발한 도구가 바로 심리 검사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심리 검사는 사람의 성격, 지능, 적성, 정서적, 심리적 측면 등 인간의 다양한 특성을 알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강력한 도구인만큼, 심리이론과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그렇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내려면 수년 이상의 시간에 걸쳐 개발될 필요가 있다. 심리검사는 크게 객관적 검사와 투사적 검사로 나뉜다. 객관적 검사는 성격을 유형별로 분류하는 검사로, 지능검사와 MBTI 등이 포함된다. 반면 투사적 검사는 검사 자체만으로는 무엇을 묻는지 알기 어려운 특징을 갖는다. BGT, SCT, Rorschach, TAT 등이 포함된다.
심리검사는 왜 필요할까? 개인의 인지적, 정서적 상태를 명확하게 파악해 적절한 치료적 개입 계획을 세우는 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신체적 질병이 그렇듯, 정신 질환이나 인지적, 정서적 문제들 역시 진료없이 약으로 일시적인 통증만 제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심리검사라고 하더라도 단일 검사 평가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할 필요가 있다. 즉, 하나의 검사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MBTI의 경우도 마찬가지. 맹신하거나 과잉 해석을 하면 위험할 수 있다. 즉, 심리 검사를 활용하되, 개인의 인지적, 정서적 특성 외 무의식적인 욕구나 역동적인 면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종류의 심리 검사를 비교, 통합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각 검사에 따라 얻어진 검사 결과는 다른 검사의 결과를 풍부하게 하고, 각 검사별로 설정된 가설에 대한 타당성도 교차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MBTI’라는 용어는 최초 개발자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다만 최초 개발자는 전문 심리학자가 아닌 칼 융의 이론을 일부 가져왔던 작가로 알려져 있다. 당시 MBTI 개발자는 칼 융의 '대극쌍'이 뇌구조의 생물학적인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보았고, 여기에 사람들의 선호성에 의해 다양한 차이점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이 검사를 개발할 당시 주변 사람들에 대한 탐문을 기반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즉, 본인 주변 사람들한테 심리 상태와 성격에 대해 물어서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MBTI의 근거가 탄탄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MBTI 검사는 각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차이점을 '심리유형'으로 명명하고, 그에 따른 선호성을 4가지 선호지표로 나누고, 조합해서 총 16개의 성격유형을 만들었음. 통상 개인의 이러한 성향과 선호지표 자체를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그러니 심리 검사 도구를 통해 타인의 성향을 미리 서로 파악하고 이해하며 소통에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MBTI 역시 자기와 타인의 다름을 발견하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최근 MZ세대는 MBTI를 통해 자신의 삶을 타인과 비교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저출산의 영향으로 형제나 또래 친구들을 접촉할 기회가 예전이 비해 적어진 만큼, 타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필요하기 때문에 MBTI가 더욱 각광받고 있는 측면도 있다.
MBTI 검사 문항은 이제 많이 보편화되어 있지만, 때로는 MBTI에 외부 요인이 개입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문항에 들어 있는 빈도수를 나타내는 특정 단어의 (‘가끔’, ‘자주’ 등) 영향력이나 의미를 각 개개인이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고, 통상 나이가 들면 ‘대극쌍’의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간 지점으로 수렴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MBTI 검사를 할 때는 양 대극쌍 중 내가 '어떤 것을 더 편안하게 느끼는가'에 초점을 두고 선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MBTI, 오해와 진실>
1) 누구나 MBTI 선호 경향 중 하나만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다. 직업, 가정환경,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외향형’이라고 해서 늘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에너지를 얻는 것은 아니다. 외향형이더라도 계속 쉬지 않고 외부 활동을 하면 지치기 마련. 혼자만의 재충전 시간도 필요하다.
2) MBTI로 궁합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타인과 부부/친구/연인으로서의 관계를 이루는 데에는 수많은 요인이 작용한다. 그런 만큼 MBTI가 절대적 기준은 될 수 없다. 하지만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에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3) 업종별 선호 MBTI가 있다?
=MBTI는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역량을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때문에 과도한 해석이나 맹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4) 청소년도 MBTI 검사를 할 수 있나?
=통상 성격은 성인기에 제대로 형성된다. 때문에 미성년자나 청소년에게 성인과 동일한 MBTI
검사를 적용해서 반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청소년들의 경우 MBTI 말고 MMT, 아동 청소년용으로 개발된 MBTI 검사를 별도로 권한다.